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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 부는 총장직선제 열풍
  • 안나리 신문편집국 사회팀 정기자
  • 등록 2017-10-11 11: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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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대 일부 움직임… 학생 참여비율 논란도

 

총장직선제, 대학 민주주의 실현 가능할까

 

 대학가에 총장직선제 부활이 예고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이하 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교육 민주주의 회복 및 교육자치 강화’를 들고, 세부 과제로 ‘2018년부터 국립대학교(이하 국립대) 총장후보자 선정방식과 재정지원 사업연계폐지’를 통한 ‘교육민주주의 회복’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면서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국립대 총장직선제를 강제로 폐지시킨 이전 정부와는 다른 행보이다.

 

 그렇다면 총장직선제 방식은 정확히 무엇일까. 이는 △학생 △교직원 △교수 △동문 등 대학 구성원들이 직접 선거에 참여해 후보자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각 구성원 단위별로 투표반영 비율이 다르긴 하지만, 총장선출 과정에서 대다수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 후 이미 대학가에서는 한차례 총장직선제 열풍이 불었다. 하지만 직선제가 교수사회의 파벌과 공약남발 등의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대학은 간선제로 전환했다. 그런데 간선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고 대학 구성원들의 의사가 민주적으로 반영되지 않는 또다른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에 학교 측과 구성원 간 갈등이 심화됐고, 지난 2015년에는 부산대학교의 한 교수가 총장직선제 보장을 요구하며 투신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대학 민주화 실현 위한 꾸준한 논의 필요

 

 이러한 흐름에 따라 전국의 수많은 국립대가 총장직선제를 택하고 있다. 내년 2월에 총장 임기가 끝나는 △목포대학교 △제주대학교 △군산대학교 △한국교통대학교는 총장직선제 실시를 확실시했고, 경북대학교와 서울대학교에서는 차기 총장 선출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군산대학교의 경우 현재 선거 참여 비율을 두고 학생·교직원과 교수 사이의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3주체의 대표들이 7차례의 협상을 벌였지만 아직까지도 합의점은 도출되지 못했다. 학교 측은 △교수 87% △교직원 11.3% △학생 1.7%정도의 비율로 투표에 참여시키겠다는 방침이지만, 교직원과 학생들은 투표자가 턱없이 적다고 반발하며 민주적인 총장 선출권을 보장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특히 이화여자대학교(이하 이화여대)는 사립대학교(이하 사립대) 중 현재까지 유일하게 직선제를 도입해 지난 5월 새 총장을 뽑았다. 이화여대는 당시 졸업생까지 투표에 참여하도록해 눈길을 끌었지만, 최종 반영 비율은 △교수 77.5% △직원12% △학생 8.5% △동문 2%에 그쳤다.

 

 이처럼 허울뿐인 총장직선제 도입만이 이어진다면 △과열선거 △학내 정치화 및 파벌에 따른 교육·연구 분위기 훼손 △선거 과정에서 지지한 교수와의 이해관계 등으로 대학의 행정과 장기발전계획 마련이 곤란해지는 문제의 해결은 고사하고 오히려 새로운 부작용 등장이 우려된다. 무엇보다 대학 구성원의 자율권보장과 학내구성원이 균등하게 참여하는 민주적인 총장 선출과는 거리가 멀어질 것이다. 가장 중요시해야 할 점은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구성원의 의견이 민주적으로 반영됐는지의 여부다. 이에 보다 민주적인 대학을 위한 구성원 간 합의 및 토론이 계속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총장직선제 바람, 본교에 불 수 있나


 위 대학들의 사례처럼 사립대 또한 총장직선제 열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화여대가 직선제 도입을 발표하면서 교수 외에 재학생에게도 투표권을 주기로 한 것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렇다면 본교는 어떤 방식으로 총장을 선출하고 있을까.
 본교는 제 7대 총장 선출부터 △학생 △교수 △교직원로 구성된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를 구성해 후보를 받고, 더불어 교수회 추천과 외부인사 추천으로 후보를 모집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이사회는 총추위를 폐지했다. 이에 제 10대 총장 선출부터 교수회 추천과 외부인사 추천, 두 가지 방식으로 지원자를 모집한 뒤 서류심사에 통과한 후보자 중 1명을 이사회가 임용하는 방식이 시행됐다.

 

 이에 본교 법인은 이번 총장 선출 당시 교수회 추천 3인과 외부인사 4명의 지원자를 받았고, 이를 토대로 이사회 소위원회에서 1차 서류전형심사와 이사회 전체회의에서 총장후보자 자기소견발표 및 면접을 거쳐 총장을 당선했다. 하지만 해당과정 중 학내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되는 유일한 절차는 교수회의 총장후보자 추천에 불과했다. 이에 관해 본교 서울캠퍼스 제 34대 37°C 총학생회 유룻(언론미디어·3) 회장은 “총장선거에 교수 외 구성원이 참여하면 대학 민주주의를 더욱 확대할 수 있고, 감시와 견제의 눈이 많아지면서 교수들만의 선거에서 나타나는 폐단을 상당부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본교가 지향하는 총장선출의 모습은?


 위처럼 현재 본교의 경우 작년 총추위의 해체로 더이상 총장선출에 관해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될 창구가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해 교수회 김상범 회장은 “타당한 이유나 공론화 없이 갑자기 총추위 제도의 폐지가 결정돼 상당히 아쉽다”며 “앞으로 총장선출에 있어 재단의 영향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동문 △학생 △교직원의 의견이 완전히 배제된 상태로 진행 중인 현재 본교의 총장 선출방식에 대해서는 “외부 인사에 대한 검증까지 없는 상황에서 법인이 이미 내정자를 정해둔 것으로 의심을 살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을 전했다. 한편, 비상대책위원회 김종성(사회체육·4) 위원장은 “이사회는 총장선출이 그들의 고유한 권한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학교에 도움이 되는 일에는 적절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서 권한만 내세우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총장직선제가 사립대인 본교에 실시될 가능성에 대해서 김회장과 김 위원장은 모두 한계가 존재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사실상 법인에 의해 운영되는 사립대인 본교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적인 총장선출을 위해서 ‘학내구성원들의 참여기회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것에는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총장직선제의 실시가 아닌 학내 구성원 소통의 장 마련이 최종 목표라는 결론이다. 특히 김 회장은 “지금처럼 단순히 자기 소견서를 제출하는 방식보다는 구성원이 다함께 참여하는 토론회를 마련해 후보자의 비전과 구성원의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 7일, ‘대학민주화를 위한 대학생 연석회의’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종합청사 앞에서 총장직선제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교육부는 총장 선출 결정권을 대학 자율로 맡길 게 아니라 △학생 △교수 △교직원 등 대학구성원이 직접 총장직선제를 실시할 수 있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며 총장직선제 도입의 의무화를 주장했다. 이에 본지에서는 대학가 총장직선제에 대해 다뤄봤다.

덧붙이는 글

사실 간선제나 직선제 모두 장단점은 존재하기에 정답은 없다. 그런 와중에도 구성원들이 바라는 것은 명확하다. 바로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고 다수가 인정하는 적합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 선출되는 것이다. 이 명백한 사실을 갈망하는 마음이 높아지는 지금, 본교도 이에 발맞춘 총장선출방식을 가지는 학교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앞으로 본교의 총장선거까지는 3년 반 가량이 남았는데, 그때까지 구성원들의 관심이 지속되길 바란다”며 대학가의 민주적인 투쟁이 일회성으로 끝날 것을 걱정하는 김 회장의 염려가 사실이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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