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사이버문명제국의 양면성
  • 편집국
  • 등록 2020-11-10 10:45:59
기사수정

 20세기 중반기로 되돌아가보자. 당시의 컴퓨터는 크기가 엄청나게 컸다. 1969년도에 아폴로 11호를 제어한 아폴로 가이던스 컴퓨터(AGC, Apollo Guidance Computer)였으며, 이를 약칭하여 ‘AGC’라고 한다. 61×32×17cm 크기이고, 무게가 32kg이며, 16비트 메모리 병렬 처리 시스템의 직접회로 컴퓨터였다. 집채만 한 크기였지만 성능은 지금 우리가 매일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의 100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크기가 작아졌으나 현재 우리가 지구상에서 사용하는 정보의 데이터 총량은 대강 50제타바이트(1제타바이트=1조 기가바이트) 정도 된다고 한다. 이 용량을 알아듣게 쉽게 변환하여 예증하면, 노트북PC에 내장된 1테라바이트(1,000 기가바이트)짜리 하드디스크 500억 개를 채울 정도의 분량이다. 이 데이터 센터들은 대강 원자력발전소 50-60개 정도의 에너지를 쓴다고 한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20년 뒤에는 데이터양이 지금보다 10-100만 배쯤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만큼의 데이터를 유지하고 이용하려면 발전소 1000억 개가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다. 빅 데이터를 통하여 구성되는 세계에 플랫폼 제국이 건설되었다. 신의 지식을 구사하는 구글, 세상 온갖 것을 파는 아마존, 세계인 모두를 친구로 엮어주는 페이스북, 가장 선정적인 기종으로 명품이 되어버린 애플 등이 나타나 사이버문명제국을 구축하고 있다. 이 제국의 속성을 잘 알아야만 하고, 알지 못하면 비판을 할 수 없다. 미국의 경우에는 이 제국의 성립으로 몇 백만 명의 영주가 생겨나겠지만 나머지 인구 35천만 명은 농노로 전락하고 마는 양극화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구글이 구사하는 빅테이터의 핵심적인 숨은 원리는 곧 마르코프 사슬(Markov chain)’이다. 이 원리는 모두 현재의 결정만을 중심으로 하고 인간의 과거나 미래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게 여긴다. 오로지 정보를 모으고 처리하여 빅 데이터를 운용하고, 상황을 간파하여 돈을 버는 데만 전력을 다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인간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그 결정들의 확률 분포로 치부할 수 없는 인간의 의지와 슬기는 이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 제국은 플랫폼의 면면을 새롭게 혁신하고 인류를 선도하고 있으나 과연 이렇게 항구적인 번식과 성장이 무한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커다란 의문이 든다. 구글 이후의 삶을 생각해낼 수 있을지 한층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우리가 구가하고 있는 사이버문명의 모든 것들이 매우 위태로운 인터넷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여기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빅 데이터 자료 역시 문제가 된다.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일은 일정하게 정보를 나누고 공유하면서 보관하는 것이다. 이것이 최상의 방안이다. 그러한 방식이 이른바 블록체인(Blockchain)’이라고 하는 것인데, 이 방식의 정보 보관이 경사면에서 위태롭게 나돌아 다니는 빅 데이터의 처리 방법에 대한 대안이다.

과거의 기억이 없는 마르코프 사슬이 효율성과 속도를 얻는 것에 견주어서 블록체인은 모든 블록에서 수학적 해시 함수(hash function)를 제시하고 과거를 정교하게 반복한다. 속도가 느린 대신에 최초의 블록으로 거슬러가면서 모든 소통의 거래를 하는 과정이 누적되어 있다. 과거를 기록함으로써 실제적으로 가능한 미래를 예측하게 하는 점이 주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구상하고 창조하는 세상은 일차원적이거나 이차원적이어서는 안 된다. 우주는 무한하고 다층적이며, 다양한 위계를 가지고 있다. 사이버문명제국의 단조로운 평면화나 현재만을 확률 분포로 보여주어서도 안 된다. 사람의 개성, 기억이 만들어내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알아야만 한다. 현실과 가상현실의 모든 것을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일을 창조적인 수학의 힘으로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시간의 발자취를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상업성을 극력 배척하는 것이 인간의 풍요로운 삶보다 값어치가 있음을 깨달아야만 한다. 사이버문명제국은 우리를 새롭게 이끌 수 있는 모든 이들의 공동 터전에 존재하는 현실이면서 가상현실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마땅히 인류의 비약적이고 폭발적인 미래를 염두에 두고 이를 새롭게 하는 일만이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느리고 완만한 역사적 전개 속에서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이끄는 지혜가 필요한 셈이다.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