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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대신문의 1100호] 대학언론,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잘 기록하는 매체
  • 편집국
  • 등록 2024-05-02 09: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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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대신문사는 경기대의 현재를 기록하여 미래에 전달하는 아주 고마운 존재이다. 누군가의 발언과 입장은 인터뷰를 통해 기사로 탄생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그 글을 읽으며 경기대에서 일어나는 여러 소식들을 접한다. 대학언론은 매년 위기를 겪었고 그 현장을 지키는 기자들은 지금보다 나은 미래가 되기를 바라며 치열하게 살아간다. 나 또한 기자 시절에 고민했던 여러 경험들을 소중히 간직하며 슬기로운 사회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학교를 졸업한 지 8년이 흘렀지만 나의 인생에서 여전히 큰 의미로 자리 잡은 신문사 경험을 소개한다.

70기 김재림(스포츠경영·16졸) 동문


학업과 병행할 수 있는 뜻깊은 활동

 

 대학에 입학하면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시키기엔 학회나, 동아리 활동만으로는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수업을 듣기 위해 강의실을 이동하다 가판대에 놓인 3월호 신문을 집어 들었고 제일 뒷장에서 수습기자 모집 안내문을 보게 됐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 보였으며, 무엇보다도 신문이라는 값진 결과물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다. 면접 이후 합격 통보를 받고 신문사로 출근한 첫날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는다. 밤을 샌 듯 보이는 선배들과 널브러진 취재자료를 바라보니, 이곳에서 일어날 앞으로의 일들이 얼마나 재미있을지 설렜다. 물론, 기자 생활 초반에는 학업보다 기사 쓰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아 학점도 많이 떨어졌지만, 그 안에서 배울 수 있었던 많은 경험은 학창 시절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싶다.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은 일로 바꾼 순간


 신문사 내에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정말로 쓰고 싶었던 기사가 있었다. 교내의 운동부 소식을 짧은 보도 형태가 아닌 르포나 인터뷰 기사로 작성하는 것이었다. 학교 이름을 걸고 대회에 출전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선수들이지만 같은 학교 학생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기에 제대로 소개해 보고 싶었다. 편집장과 당시의 동료 기자들에게 기획 의도를 설명하며 긴 논의 끝에 1년간 내 기사를 쓸 수 있는 “스포츠메이트”라는 고정 지면도 확보했다. 수많은 취재원을 만났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유도부의 정보경 선수이다. 정 선수는 비 용인대 출신의 유도선수라는 힘든 조건과 상황을 이겨내고 전국대회를 여러 번 재패했다. 졸업 이후에는 리우올림픽 대회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는 세계적인 스포츠스타가 됐다. 가끔씩 들려오는 정 선수의 소식을 들을 때면 내 일인 듯 즐거웠다. 그리고 같은 학과 동기이자 인라인 슬라럼 국가대표 유진성 선수도 기억에 남는다. 슬라럼은 대중적으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비인기종목에 속한다. 유 선수의 슬라럼에 대한 사랑과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 등을 기사와 사진으로 풀어 독자들에게 최대한 진실되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이처럼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를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었던 경험은 신문사를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소중한 기억이다.

교내 축제 프로그램에서 유진성 선수가 인라인 슬라럼을 소개하는 모습 

긴 시간 함께한 만큼 애정이 두텁게 쌓여버린 존재


 신문사는 나에게 있어서 특별하다. 다른 선후배 기자들보다 오랜 기간 활동하며 4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했다. 당시 신문사 활동기간이었던 3년을 모두 채우고 퇴임한 뒤에 1년간 휴학을 하며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 취득과 대외활동에 매진했다. 이렇게 재충전의 시간을 끝내고 4학년 1학기로 복학을 앞두고 있던 때에 선후배 기자들로부터 도움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게 됐다. 내가 수습기자로 합격 여부를 통보해 줬던 후배가 편집장이 되었는데, 그 동기들이 모두 신문사를 그만두고 더 어린 후배 몇 명과 신문사를 이끌어야 했던 것이다. 취업이라는 인생의 큰 과업이 눈앞에 있었지만 고군분투하고 있을 남아있는 후배들이 걱정됐다. 신문사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취업을 잠시 미루고 1년간 도와주기로 결정했다. 돌아와서 살펴보니 현역 시절 보이지 않았던 문제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나름의 개선 방향까지 제안하며 함께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 당시 후배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그냥 잔소리 많은 선배로 기억하지 않고 신문사에 애정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사회로 향하는 첫걸음이 되어준 마중물


대학언론의 발전방향을 논의하는 기자 캠프 

 대학은 사회로 진출하기 전에 치르는 마지막 모의고사 같은 느낌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대학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한 연습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나는 운이 좋게도 대학언론 기자라는 나름의 비장한 중책을 부여받아 본격적인 사회생활에 앞서 다양한 상황을 마주했다. 그 속에서 사회현상에 눈감지 않고 우리 사회와 대학이 가진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나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대학언론 기자들은 저마다의 책임감으로 똘똘 뭉쳐 신문 발행이라는 나름의 사명감 아래에 활동을 이어나간다. 물론 완전히 여물지 못한 학생들이 모여서 하는 작업이다 보니 그 과정 속에서 학교를 비롯한 여러 취재원과의 사소한 의견 차이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때마다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습관을 들였다. 공공기관에 재직 중인 현재에도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 경청의 노하우를 잘 활용하고 있다. 정책자금을 융자하는 회사의 특성상, 고객들이 기업의 대표인 경우가 많다. 산전수전 겪은 사람들이다 보니 다소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들이 많다. 이럴 때면 신문사 기자 시절처럼 고객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기분 나쁘지 않게 질문을 이어나가면서 민원 발생의 빈도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결국 소비가 될 만한 콘텐츠를 찾는 반복 작업


 돌이켜보면 각 강의동에 놓인 가판대에서 이번 주 신문은 몇 부가 나갔는지 세는 것이 한 주의 시작이었다. 잘 나가는 달에는 신문이 부족한 적도 있었고 반대의 경우에는 정말 속상할 만큼 신문이 나가지 않았다. 내가 신문사에 속해 있던 10년 전에도 대학언론은 위기였고, 20년, 30년 전에도 위기는 끊임없이 존재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신문 발간을 지속할 수 있었다는 것은 분명 콘텐츠가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학생들의 개인정보유출 문제부터 법인 정상화 관련 이슈까지 다양한 주제들은 학교 내외에 즐비하다. 이처럼 기사의 내용이 우리 학교에만 일어나는 일이라면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엔 충분하다. 다만, 본교를 넘어 대학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라면 학교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담아서 보다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결국 내 글을 읽은 독자들이 누구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며 대학언론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현직 기자들이 연구하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주변 환경은 급변하기에 대학언론이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강도는 높아져 갈 것이다. 나를 비롯한 옛 선배들이 찾은 방법은 현재의 상황에 적용하기엔 맞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이전에 경험했던 바와 같이, 읽히지 않을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학생들을 좀 더 가까이에서 만나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정론직필의 꿈을 펼치길 바라본다.

 

경기대신문사는 1,100호를 발행해 온 긴 시간 동안 지금 이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노력했으며앞으로도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다물론 내가 과거에 그래왔던 것처럼 후배 기자들 또한 고뇌에 빠져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조판 속에서 희열과 절망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을지 모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발행된 신문이 의미하는 것처럼 경기대의 살아있는 역사 속 한 페이지를 기록하는 일을 함께해주어서 고맙다는 말로 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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