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를 위한 움직임
홍콩 시위의 발단은 작년 2월 대만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에서 시작 됐다. 당시 대만으로 여행을 떠난 홍콩인 남성이 자신의 여자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대만에 유기한 채 홍콩으로 도피 귀국했다. 하지만 홍콩은 현재 자국의 영역 내에서만 국가의 입법, 사법 집행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속지주의를 택하고 있었고, 결국 그 남성은 대만에서 의 살인혐의를 제외한 금품갈취와 자금세탁에 대한 처벌만을 인정받 아 2년 9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게 됐다.
그래서 홍콩 정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작년 4월 3일 ‘범죄인 인도법 안(송환법)1)’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반해 홍콩 시민들은 중국 정부 가 이 법안을 통해 반체제 인사 및 인권 운동가 등을 중국 본토로 송환 하는데 악용할 소지가 있어 체결을 원하지 않았고, 이를 계기로 시위 가 시작됐다.
첫 시위는 지난 3월 31일 홍콩 시위 주최자 추산 1만 2,000여 명의 규모였지만 더욱 거대해져 지난 6월에는 1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뜻을 모아 거리로 나오게 됐다. 시민들은 송환법 철회 외에도 △경찰의 강 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 참여자의 조건 없는 석방 △행정장관 직선제 시행을 요구했다. 그러자 홍콩 정부와 경찰들은 시위를 ‘폭동’으로 간주했고, 최루탄을 사용하는 등 과잉 진압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11명이 사망하고 200명 이상의 시 민이 부상을 당했다. 시위가 격해지자 결국 지난 9월에 송환법은 철폐 됐으나, 시위대의 세부 조건들이 수용되지 않아 지금까지 시위가 지속 되고 있다. 이러한 홍콩 정서에 힘입어 최근에 시행한 구의원 선거에 서 범민주 진영이 약 86%를 장악해 최초로 범민주파2)가 과반을 차지 하는 결과도 나왔다.
홍콩 시위에 공감하는 대한민국
국내에선 홍콩 시위를 보며 5·18 광주 항쟁과 비슷해 도와야 한다 는 여론이 형성됐다.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이하 홍진알 모 임)의 박도형(서울대·4) 대표는 “1980년 5월 18일이 지난 10월 1일 재 현됐다”며 “몸은 멀리 있지만, 마음이라도 전달되길 바라며 모임을 조 성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홍진알 모임에서는 SNS를 통해 홍콩의 현 재 상황을 전달하고 홍콩 시위 관련 대자보를 만들어 학내에 게시하기 도 했다. 이 외에도 지난달 23일엔 ‘1123 홍콩의 민주주의를 위한 대학 생·청년 긴급행동’이라는 집회를 서울시청광장 인 근에서 개최했다. 박 대표 는 “집회에 참여해주신 3 만 5,000여 명의 시민들에 게 감사를 표한다”며 “우 린 홍콩의 민주화를 위해 끝까지 공감하고 노력하는 모임이 될 것”이라는 포부 를 보였다. 하지만 박 대표 는 “집회 과정에서 중국인 들과 중국인 유학생들로부 터 동전을 맞아 다치고, 우 리의 대자보와 피켓을 찢 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며 분노를 표했다. 실제로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전남대학교에서 도 중국인 유학생들로부터 홍콩지지 관련 선언문과 대자보가 파기되 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아쉬운 본교 내 움직임
본교 익명 커뮤니티에서 홍콩 시위에 관해 글이 몇 번 올라온 적이 있지만 온라인 외에서는 실질적인 움직임을 볼 수 없었다. 이에 본교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소수 학생들만 관심 가진 것이지 대다수는 무관 심하다”고 말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홍콩은 중국의 일국양제 정책에 속한 국가로서 지내왔다. 하지만 이젠 독립해야 할 시기고 자 유화를 요구해야 할 시기다”라고 전했다. 한국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로는 “홍콩 시위는 자유화, 민주화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이런 민주화 성격과 시위 주동자들이 대학생이라는 점 등 많은 부분이 광주 항쟁과 유사하다”는 점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교수 는 “어떤 상황이어도 폭력을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 시위를 제압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는 것이 더 쉽겠지만 대화와 협상을 통해 타협을 보는 방향으로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은종 기자│kej8328@kgu.ac.kr
1) 홍콩 지역에 있는 범죄 용의자를 범죄인 인도협정을 체결한 국가에 인도할 수 있게 하는 법안
2) 민주진영 안에서 방향이 틀려도 모든 민주적 성격을 지닌 정치인들을 포괄하는 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