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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의 아픔 가리는 소년법의 그림자
  • 이유림 기자
  • 등록 2017-10-11 10: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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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여론, 개정 64% vs 폐지 25% vs 현행유지 8%
하교 중이던 초등생을 납치해서 살인하고, 학교 후배를 둔기로 폭행했다는 충격적인 소식. 대한민국 소년법에 의해 보호받을 것을 주장하는 어느 중·고등학생들의 실제 범행 내용이다.  끔찍한 일을 저질렀음에도 반성의 기미를 찾아보기 힘든 그들의 태도에 국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그들이 방패삼아 앞세우는 ‘소년법’에 대해 집중 취재해봤다.

소년법의 가치와 존재이유

 

 소년법의 사전적 의미는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에 대해 그 환경의 조정과 성행의 교정에 관한 보호처분을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의 건전한 육성을 돕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여기서 말하는 ‘소년’이란 19세 미만의 청소년을 의미하며, 그 중에서도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청소년은 소년보호사건1)의 대상인 촉법소년에 해당한다. 촉법소년은 형사미성년자2)로 분류돼 이들에게 형벌을 내릴 수는 없지만, 최대 6개월의 보호처분을 내리는 것은 가능하다. 또한 촉법소년이 아니어도 19세 미만인 청소년에게는 부정기형이 내려진다. 예를 들어 성인 범죄자에게 ‘5년 형’과 같은 정기형이 내려질 때 같은 죄질의 범죄를 저지른 14세 이상 19세 미만 청소년에게는 ‘3년부터 5년 형’과 같은 부정기형이 판결된다. 이러한 소년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청소년이 성인에 비해 정신발육이 미숙하다 △교화가 용이하다 △원대한 장래가 있고 범죄의 습성이 깊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일부 사람들은 ‘소년법’과 ‘청소년보호법’을 혼동하기도 한다. 그러나 청소년보호법은 소년법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청소년보호법은 △술 △담배 △약물 △유해업소 △폭력 등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구제하는 법으로, 청소년의 건전한 육성·보호를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따라서 만약 청소년범죄자의 형사처벌에 대한 개정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청소년보호법이 아닌 소년법을 개정하자는 주장이 옳다.


소년범에게 악용당하는 소년법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준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이 지난 11일 구속됐다. 본 사건은 두 차례에 걸쳐 발생한 것으로, 6월 말 발생했던 1차 폭행을 피해자가 고소한 것에 대해 앙심을 품은 가해자들이 지난 1일 2차 폭행까지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의 남자친구와 피해자 사이에 연락이 오갔다는 것이 폭행의 주 원인이었다. 폭행 이후 피투성이가 된 피해자의 사진이 SNS와 인터넷을 통해 퍼지며 온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이후 이 사건을 계기로 △강릉 △인천 △전주 △아산 등에서 비슷한 사례들이 밝혀지며, ‘소년법 폐지’를 주장하는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소년법을 폐지하자는 청원글이 100여개를 넘어섰고, 서명 인원은 26만 5000명을 돌파했다(지난 13일 기준). 청원글에는 “현재 시행 중인 소년법의 내용이 청소년범죄자들에게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주장이 담겨있다. 더불어 최근 발생한 청소년범죄가 그저 어린시절의 철없는 행동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죄질이 매우 나쁘고, 소년법의 존재가 오히려 해당 법을 악용한 범죄를 부추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처벌보다는 엄격한 교육을 통해 잘못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이는 특정 법안의 존폐 여부를 성급히 결정할 경우 또다른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소년법, “피해자 아닌 가해자 보호하는 법”

 

 하지만 현재, 소년법의 허점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의 가해자들은 울분을 터트리는 시민을 상대로 오히려 그들을 고소하겠다는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피해자의 사진을 주고받으며 ‘감옥에 들어갈 것 같냐’는 질문을 농담처럼 던지기도 했다. 마치 본인들에게 내려질 처벌이 그리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대검찰청 범죄 분석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발생한 청소년범죄 총 5만 6050건에 대한 처벌 중 35%는 기소유예, 32.5%는 소년보호사건 송치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정식 재판이 열린 경우는 7.2%뿐이다.

 

 저지른 죄에 비해 처벌이 약하기 때문인지 청소년범죄의 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소년부로 송치된 촉법소년이 3만 4850명으로 집계됐다. 송치사유로는 절도가 55%의 비율을 차지했고, 폭력이 20%였다. 이밖에 △살인 2명 △강도 53명 △성폭력 1,620명 △방화 282명으로 4대 강력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의 수가 총 1,957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년법 폐지에 대한 여론과 논쟁

 

 최근 극악무도한 범죄를 행하는 청소년의 증가로 소년법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이에 대한 여론이 뜨거워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이석현·김정우 의원 △자유한국당 장제원·김도읍 의원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 등 수많은 의원이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양한 개정안의 대부분은 촉법소년의 상한 연령을 14세 미만에서 12세 미만으로 낮추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같은 개정이 이뤄진다면 12세 이상부터는 기존 보호처분을 받던 촉법소년이 아닌 부정기형을 받는 범죄소년에 해당하게 된다. 그중 하태경 의원은 소년범 적용연령을 19세 미만에서 18세 미만으로 낮춰 18세 이상은 성인범죄자와 같이 정기형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등도 처벌을 강화하는 방면으로 관련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를 반대하는 ‘신중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형을 무겁게 한다고 범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를 내비췄다.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 또한 “처벌만능주의가 해답은 아닌 만큼 신중하게 다각적인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 소년 사건 중에서 보호 처분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건


2) 만 14세 미만 청소년은 형사미성년자로서 형사처벌을 받지 않음

 


 

 

 

 

덧붙이는 글

‘뜨거운 감자’인 소년법과 소년범들. 이미 2007년 촉법소년 하한 연령을 12세 이상에서 10세 이상으로, 소년법 적용 상한 연령을 20세 미만에서 19세 미만로 낮춘 바 있다. 그럼에도 청소년범죄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큰 문제다. 과연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이 소년 범죄자들의 변화와 앞날을 돕는 길일까. 현재의 청소년들은 시간이 지나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기성세대로 성장한다. 대한민국의 밝은 앞날을 위해,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올바른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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