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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後] 스트레스가 부른 지름신, ‘시발 비용’을 아시나요
  • 한민주 문화팀 정기자
  • 등록 2017-06-01 12:45:10
  • 수정 2017-06-05 15: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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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신조어가 있다. 바로 시발비용인데, 비속어 ‘시비용을 합친 단어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을 뜻한다. 이 단어는 지난해 11월 한 트위터 사용자가 그 정의와 예시를 트위터에 게시한 후 큰 공감을 얻으며 누리꾼 사이에서 통용되고 있다. 이를테면 스트레스 받고 홧김에 치킨 시키기’, ‘평소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거리지만 짜증나서 택시타기를 한 단어로 표현한 말이다.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은 해당 신조어는 각종 인증샷과 함께 SNS를 타고 확산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27일 인공지능 기반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다음소프트가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에서 시발비용 언급량을 분석한 결과, 홧김에 가장 많이 지출한 시발비용은 택시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잇는 것은 음식이었다. 사람들은 피자 치킨 족발을 시키면서 시발비용을 언급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위와 같은 방식으로 비용을 지출하는 것일까. 이는 곧 우리 사회 전반에서 소비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보편적인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마치 사회 전체가 파블로프의 개처럼 소비=스트레스 해소라는 등식을 학습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기자가 생각하기에 이는 바쁜 생활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찾고 싶어 하는 개인의 적극적인 가치추구행위라고 본다. 즉, 돈을 쓰는 행위 자체에서 순간적인 카타르시스를 얻고 이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고양했다고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시발비용이라는 단어에 공감이 되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하다. 어쩌면 정신없이 움직이는 현대사회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출구를 찾다가 시발비용이라는 단어가 탄생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장기화된 경기 불황 속, 도통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주머니 사정이지만 이같은 현실이 개선돼 SNS에서도 긍정적이고 밝은 신조어들이 생겨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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