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박근혜 정부 4년은 한국 현대사에서 어떤 위치였을까? 창조경제로 대표되는 경제정책, 세월호와 메르스, 국정교과서와 위안부 합의까지 대통령의 행보 마다 논란이 잇따랐다. 그리고 대통령을 결국 탄핵시킨 최순실 게이트까지 박근혜 정부는 4년동안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박근혜 정부를 강낭콩으로 따지면 매우 크 거나 작은 콩, 즉 평균과는 멀찍이 떨어진 이상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치는 평균치로 회귀한다. 회귀의 원리에 의하면 탄핵은 어쩌면 당연한 사건이었다.
현재 진보언론들은 탄핵을 ‘민주주의의 승리’라며 연 신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야권에서는 ‘대통령 자리는 이미 따놨고, 누가 될지의 문제이다’라는 말이 떠돌았 다. 대통령의 탄핵에 축배를 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축배는 지나치게 섣부른 판단이다.
앞서 말했듯 박근혜는 정치를 지나치게 못하는 대통령이었다. 박근혜는 ‘박정희에 대한 향수’를 등에 업고 대선에 출마했다. 유권자들은 국가 미래를 결정하는 자 리를 과거 독재정권의 그리움으로 표를 던졌다. 그리고 그런 대통령을 국민이 당선시켰다. 모든 국가는 그에 걸 맞는 정부를 가진다고 했던가? 과거의 망령에 표를 던 진 국민이나, 정국을 시원하게 말아먹은 박근혜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애초에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것 자체 가 한국 민주주의의 퇴보를 의미했다. 퇴보 이후의 진보 는 제자리걸음, 즉 회귀일 뿐이다.
정치의 유의미한 변화는 민주주의가 진정으로 성숙 했을 때 이루어진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성숙은 민주주 의의 기본원리인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사회가 되는 것 이다. 대통령 탄핵이후 정치적 이슈는 우리나라가 민주주의적 측면에서 전혀 진보하지 못하는 것을 보 여준다. 태극기 집회 참여자들은 박근혜 구속 이후 여전히 탄핵 무효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들은 대화와 타협을 할 생각이 전혀 보이지 않 는다. 그리고 대선 토론은 후보들끼리 서로를 헐뜯으며 기존에 보여줬던 네거티브 정치를 그 대로 답습했다. 대통령 후보들은 성숙한 민주사 회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정치는 인물위주로 흘러간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박근혜가 아니라 문재인은 (괄호)를 할 수 있다’이다. 여기서 (괄호)는 유권 자가 생각하는 저마다의 가치이다. 반대 진영에 서 생각해보면, ‘박근혜가 아니라 황교안은 (괄 호)를 할 수 있다’가 된다. 박근혜 탄핵을 지지한 국민들은 이 말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마찬 가지로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 보수주의자들 의 시선에서 ‘박근혜 아닌 문재인’이란 말에 동 의하지 않을 것이다. 인물위주의 정치는 촛불집 회와 태극기 집회의 입장 차이를 해결해주지 않 는다.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해선 먼저 인물과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통령 탄핵은 현대 역사에서 가장 큰 사건 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저 대통령만 바뀐 채 모든 것이 그대로라면, 탄핵의 역사적 의미는 퇴색될 것이다.
김우정 (언론미디어〮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