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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대학보 축사] 늘 그랬듯, 묵묵히
  • 편집국
  • 등록 2024-04-16 14: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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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지 편집국장 | 서강대학교 신문사

 대학언론과 종이 신문의 위기라는 말이 만연한 요즘입니다. 온라인 매체의 저변을 확장한다고 해도 대학언론의 영향력은 이미 줄어든 지 오래고, 학내 신문의 존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러던 중, 60년이 넘게 한 자리를 지켜온 경기대신문의 1100호 소식은 놀랍고 반가웠습니다.

 

“대학언론은 위기다.” 대학언론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진부하리만큼 많이 들었을 말입니다. 대학언론의 위기라는 말은 90년대부터 있었습니다. 그러나 30년이 넘게 지속되는 이 위기에 그 누구도 제대로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합니다.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경기대신문 기자들도 1100호까지 수많은 신문을 발행하며, 위기는 위기대로 두고, 그저 본인들이 해야 할 일을 해왔을 것입니다. 학우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학교의 운영을 감시하는 대학언론 본연의 임무와 대학언론의 가치를 믿어주는 이들을 늘 머릿속에 새기며 기사를 쓰는 매 순간 최선을 다했을 것입니다. 특정 결과가 나올 것을 기대하거나 의미를 세운 채 일하는 게 아닌 단지 어떤 일이 필요하고, 해야 하므로 꾸준히 해내온 기자들에게 존경을 표합니다.

 

 기자는 단순히 글만 잘 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고민하는 자’만이 진정한 기자가 될 수 있습니다. 기자는 늘 자신이 쓴 한 문장, 한 문장이 향하고 있는 방향성과 그 영향력을 고민하고 또 고민합니다. 가치 있고, 정제되며, 기자의 주관적인 시선을 최대한 덜어낸 담백한 기사를 위해 경기대신문 기자들은 모두 함께 고민한 시간을 보냈을 겁니다. 경기대신문을 읽으며, 짧은 기사 안, 기자들의 땀과 열정, 그리고 고민이 담겨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에는 역사가 있기 마련입니다. 길가의 꽃, 나무, 돌멩이 하나에도 각자 겪어온 시간이 담겨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경기대신문의 1100호에 담긴 의미는 단순한 교내 신문을 넘어선, 학교의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60년이 넘는 그 긴 세월 동안 대학생과 관련된 일들을 정확히 보도해 온 경기대신문은 학우들과 언제나 함께 해왔을 것입니다.

 

 이런 기자들과 그들의 노력을 알아주는 독자들이 존재하는 한, 대학언론의 위기란 없습니다. 펜이라는 날카로운 칼을 쥐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펜촉은 끊임없이 세상을 향해있길 바랍니다. 또 이 열정이 부디 독자에게도 올바르게 닿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묵묵히 경기대신문의 길을 걷기를 응원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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