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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비정상인 사회 속 정상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 임현욱 기자
  • 등록 2024-04-03 18:3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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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대한민국은 강대국일까. 아마 대부분은 강대국이라 생각할 것이다. △최상위권인 산업 경쟁력 △높은 교육 수준 △세계로 퍼져나가는 각종 문화 등을 갖추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이런 나라에 사는 우리는 행복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OECD 기준 자살률 1위, 삶 만족도는 꼴찌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방증하듯 대부분은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지 않다. 이처럼 기이할 정도로 한국 사회의 겉과 속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인 김누리 교수는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자는 빠른 경제발전, 민주화 등의 기적을 일궈낸 한국이 어째서 지금은 취업난, 저출산과 같은 문제들로 무너지고 있는지 의문을 품는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왜 불행한지에 주안점을 둔다. 이 책은 △일상 민주주의의 부재 △과거에 갇힌 사회 △일상과 거리가 먼 한국 정치 △분단에 가로막힌 한국이라는 크게 4가지의 대주제를 불행의 원인으로 봤다. 이에 독일 사회를 관찰하며 한국의 문제를 독일 사회에 투영해 해결코자 하는 저자의 생각을 담아냈다.

 

“너무도 병든 사회에서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이

‘정상’으로 사는 사람은 과연 정상인가요? 비정상인가요?”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中

 

 저자는 ‘광장 민주주의’와 ‘일상 민주주의’의 괴리감이 불행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국가 수준의 민주화를 끌어내는 광장 민주주의 발전에는 전 국민이 참여해 왔지만, △기업 △학교 △가정 등 실제 우리 생활의 변화를 끌어내는 일상 민주주의는 존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대다수가 구성원으로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회를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로 볼 수 있는가. 더불어 현재 대한민국이 행복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인지 생각해 봐야한다.

 

 저자는 다른 원인으로 극단적인 결과주의를 꼽는다. 경쟁은 사회 발전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그러나 승자는 한없는 오만함, 패자는 끝없는 모멸감을 느끼는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는 그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사회는 절벽 위에 놓여있다.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저출산, 극에 달한 △정치 △세대 △남녀 갈등 등 수많은 불행이 우리 삶을 괴롭히고 있다. 여기서 위험한 점은 우리 모두가 위기가 위기인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털린의 역설’이라는 경제 이론이 있다. 소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소득은 더 이상 행복이 증가하는 데 있어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현재의 한국은 경제 강국이고 경제발전이 사회 전체의 행복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경제발전을 위해 깊숙이 자리 잡았던 수직적 구조와 경쟁이 아직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아닐까.

 

임현욱 기자 Ι 202310978lhw@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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