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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시사회] 작은 제보로부터 시작된 진실공방, 그 누구도 섣불리 믿지 마라
  • 정민 기자
  • 등록 2024-04-03 18:3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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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론이라 생각했던 댓글부대의 만행이 드러나다
장강명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범죄 스릴러 장르의 영화 <댓글부대>가 지난달 27일 개봉했다. 정보의 홍수라고 불리우는 시대, 가짜뉴스를 예방하고 올바른 언론의 역할을 되새겨보고자 본지는 손석구 주연의 영화 <댓글부대>를 관람하고 기자들의 견해를 공유해 봤다.


평점


수민: 기자의 악인 취재기, 그 생생한 페이크 다큐가 관객을 감싸네


민: 생생한 연출로 몰입감 높여 완성도 있는 범죄극


현욱: 후반부에 쏟아지는 반전이 이끌어 내는 긴장감


세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이야기에 반전을 섞어 더욱 극적인 영화


지빈: 마지막까지 끊이지 않는 반전에 재밌었지만 김빠지는 결말

 

●한 줄 평


수민: 기자란 진실이라는 오아시스를 찾아 헤매는 한 마리의 고독한 늑대다


민: 기사마저 의심받는 현실, 세상에 믿을 댓글 하나도 없다


현욱: 실화라곤 하지만, 그렇기에 이조차도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세은: 우리가 영화 주인공일 수도?


지빈: 어디까지가 진짜고 가짜인지 모르겠는 영화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돼 있으니 주의 하십시오. 

 

Q. 영화 예고편에는 “기자님 기사 오보 아니에요”라는 대사가 나온다. 만약 당신이 상진과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어떤 마음이 들 것 같은가?

 

수민 저는 굉장히 화가 날 것 같아요. 오보로 인한 감봉에 14개월이나 복직도 못 했으니 기자로서의 설 자리를 잃은 거니까요.


기자에게 있어 정정보도를 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충격이자 수치라고 느껴져서 안타까웠습니다. 영화 속 상진(손석구 분)도 고소 취하를 조건으로 정정보도를 쓰라는 지시에 화를 내며 다시 취재하게 해달라고 하잖아요. 제가 상진이라도 비슷한 심정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현욱 저라면 무서울 것 같아요. 모두들 나를 향해 오보를 낸 기자라고 손가락질 하는 와중에 단 한 명만 오보가 아니었다고 말한다면 ‘이 사람은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하는 생각에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은 저는 현욱씨와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들어요. 기자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 무고를 증명해 주는 그 말은 마치 한 줄기 희망처럼 느껴질 것 같거든요. 되레 추진력을 얻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고민하며 주위를 더 둘러볼 것 같아요.


지빈 오보의 대상이 대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무섭고 숨고 싶을 것 같아요. 더군다나 취재원이었던 업체의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황이기에 더욱 주눅들고 무력하지 않았을까요?

 

Q. 영화 ‘댓글부대’는 기자부터 인터넷 댓글부대까지 다양한 인물을 그린다. 작품 속 눈여겨본 인물이 있다면?

 

수민 찡뻤킹(김성철 분)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댓글부대 삼인방 ‘팀 알렙’의 관계성을 봤을 때 찡뻤킹은 이들을 이끄는 사령탑처럼 보였어요. 그런데 악덕 대기업 ‘만전’의 여론전담팀 팀장과 대화 후 내재된 열등감이 폭발하죠.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이른바 ‘강약약강’의 표본 같은 인물이었어요.


저는 팹택(홍경 분)이 기억나네요. 의도적인 여론몰이로 인해한 대학생이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바로 죄책감을 느낀 두 명과 달리 자신의 잘못은 모르는 척 돈에 대해 묻더군요. 한마디 말로 사람도 죽일 수 있는 그가 믿었던 친구 찡뻤킹의 날 선 한마디에 상처받은 모습은 웃기기까지 했습니다.


현욱 저는 영화 초반에 등장했던 편집국장을 잊을 수 없어요. 처음 상진과 조우할 때는 교묘하게 얼굴을 가렸다가 그에게 후속 기사 발행을 제안할 때가 돼서야 모습을 드러내잖아요. 이런 연출을 미뤄봤을 때 분명 어딘가 구린 부분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반전 있는 인물이라 기억에 남네요.


세은 저도 현욱씨와 같은 생각이에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회사 후배인 상진을 오보 기자로 낙인 찍는 것도 서슴치 않는다는 점에서 잔인한 현실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했어요.


지빈 저는 제보자 찻탓캇(김동휘 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가 가장 정상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참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정적인 다른 친구들에 비해 평온하면서도 묘한 찻탓캇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Q. 영화는 한 기자의 오보를 두고 엇갈린 데스크의 대응을 보여준다. 올바른 데스크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수민 데스크는 언제나 기사의 방향성을 검토하는 위치인 만큼 오보나 정정보도에도 강한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보를 낸 상진에게 그 책임을 물었던 극 중 두 번째 편집국장도 썩 이상적인 데스크로 보이진 않았어요.


기자들에게 취재할 기회를 주고 그들이 더욱더 심도 있는 취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또한 편집국장의 역량이자 자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에서 상진이 취재의 필요성을 적극 피력하는데도 이를 막아서는 데스크의 모습은 그저 책임감 없는 회피자에 불과하죠.


현욱 저는 앞선 두 분과 달리 두 번째 편집국장의 대응은 꽤 이상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총책임자는 단호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이 인물은 상황에 맞게 판단해 기자들을 통솔하는 것이 마치 좋은 리더의 모습처럼 보였어요.


세은 물론 빠른 판단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데스크는 기자의 조력자가 돼야 하지 않을까요? 아무리 기자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취재한다고 한들 데스크가 이를 도와주지 않으면 결과물을 세상에 내보일 수 없죠.


지빈 제가 생각한 데스크의 역할은 꼼꼼한 사실 확인입니다. 여기에 부수적으로 국원의 실수를 책임지고 해결하려는 태도 혹은 팀원들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기술이 있다면 이상적이겠죠.

 

Q.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영화 ‘댓글부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수민 개인적으로 상진이 1면에 후속보도를 한 다음 날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바쁜 날에는 사무실에서 자기도 하는 기자의 삶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죠. 단순히 기자의 신념이나 업무뿐만 아니라 그들의 일상까지도 현실적으로 묘사해 내심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 나오는 촛불집회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맨 처음 촛불을 든 사람은 누구일까’라는 물음이 독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리드문이라고 생각했어요. 모든 일에 처음이 있듯 대규모 집단행동에도 시작한 사람이 있을 텐데 이전까지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에 의문을 제기하며 저 또한 생각할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현욱 민씨와는 다른 이유지만 저 역시 시작 부분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상진의 나레이션과 함께 사실적시 명예훼손 문제로 가명으로 대체하겠다는 문구가 제시되며 이 영화가 실화 기반임을 암시하잖아요. 이후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현실성을 팍팍 가미한 점이 느껴져서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세은 특종인 줄 알았던 상진의 기사가 사실은 농락당한 것이었다는 장면에서 소름이 끼쳤어요. 예상했던 결말이 완전히 빗나가면서 시작부터 끝까지 믿을 것 하나 없는 영화라는 점이 제목의 참뜻을 공고히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지빈 영화의 결말부에는 상진이 PC방에 앉아 댓글부대와 같은 방식으로 사이트에 글을 올리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댓글 부대에게 농락당했던 상진이 훗날 이 방식을 학습해 세간의 비밀을 퍼뜨리는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왔기에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뽑고 싶습니다.

 

Q. 영화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며 관객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이 영화의 구조나 줄거리를 어떻게 해석하는가?

 

수민 영화의 수미상관 구조가 흥미로웠어요. 초반에 상진의 뒤통수를 쳤던 사람들의 특징이 후반부로 갈수록 상진에게 고스란히 스며들더라고요. 이걸 보면서 취재에 심취한 그가 지금까지 만나온 제보자에게 동화된 거라고 생각했어요.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이 역행한다고 느껴졌어요. 내용이 쭉 전개되다가 결말에 이르는 일반적인 구조가 아니라 영화 말미에 상진이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는 것이 사실상 영화의 시작이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중간중간 계속 등장하는 상진의 독백이 모두 그의 글 속 이야기처럼 들렸습니다. 마치 영화 속 내용도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헷갈리게 만들려는 계략인 것처럼 말이죠.


현욱 관객들 사이에서도 꽤나 호불호가 갈리는 결말일 것 같아요. 옳은 기사를 썼음에도 결국 상진은 기자로서 명예를 되찾지 못했으니까요. 그럼에도 그가 어떻게든 사건의 진실을 알리려고 했던 것은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세은 어쩌면 감독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기자는 어느 곳에나 있다’는 부분을 지적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공식 언론사의 기사를 읽을 때조차도 이 내용이 진짜 사실인지 의심하며 보는 세상이 됐잖아요. 이 영화는 커뮤니티를 통해 누구든 기자가 될 수 있는 국내 언론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지빈 처음에는 단순히 상진이 자신의 억울함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호소한다고 생각했는데 앞선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달리 해석될 여지도 있어 보여요. 상진 역시 정식 기자가 아니라 그저 한 명의 댓글부대원에 불과할 뿐이라는 해석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수민 기자 Ι leesoomin22@kyonggi.ac.kr

정민 기자 Ι wjdals031004@kyonggi.ac.kr

임현욱 기자 Ι 202310978lhw@kyonggi.ac.kr 

김세은 수습기자 Ι seeun2281@kyonggi.ac.kr

신지빈 수습기자 Ι 202440245@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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