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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속으로] 청년 없는 청년몰, 비상 걸린 지역 창업
  • 이수민 기자
  • 등록 2024-03-18 14:5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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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인류와 베테랑이 공생할 상업 문화가 필요한 때
정부는 지난 2016년부터 전통시장 상권과 청년 창업 활성화를 위해 청년몰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8년간 총 780억 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한 해당 사업은 결코 순항하지 못했다.이에 본지는 원주중앙시장에 위치한 '미로예술청년몰'을 방문해 청년몰 지원 현황에 대한 심층 취재를 진행했다.

      


감당 불가 임차료에 청년몰이 신음한다


 

 지난 8일 오후 12시경 원주중앙시장 일대는 주말을 앞두고 장을 보러 온 시민들과 일렬로 늘어선 노점상들로 북적였다. 중앙시장 1층 나동에 자리 잡은 분식 노점 매대는 몰려드는 학생들에게 음식을 건네느라 분주했고 맞은 편에 위치한 자유시장 지하 식당가는 점심을 먹으러 온 직장인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러나 수많은 유동 인파에도 불구하고 미로예술청년몰(이하 원주 청년몰)은 마치 외딴섬처럼 적막하고 한산했다.

                   

 계단을 타고 올라간 2층은 손님 하나 없이 삭막했다. 대다수 점포의 문은 굳게 잠겨있었고 임대나 매매 공지가 붙어있는 공실 점포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상인들은 입을 모아 지자체의 사후관리 부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청년몰을 개장할 시 대부분의 지원금은 인테리어와 임차료로 사용된다. 하지만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의 임차료 지원은 2년에 그치며 이후 임대료가 오르거나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 시장에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한 청년 사업자는 눈물을 머금고 폐업 신고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원주 청년몰 관계자는 “본래 특색있는 문화 공방이 많아 튼튼하게 오래갈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곳이었지만 난생 처음 창업에 도전한 청년 사장님들이 많아 임차료와 같은 창업 이면의 문제를 해결해 본 경험이 없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개선 필요한 ‘미로’ 같은 전통시장



 앞선 임차료 문제와 더불어 원주 청년몰은 입지 활용 면에서도 미흡했다. ‘미로’라는 이름에 걸맞게 △가 △나 △다 △라의 4개 동으로 구성된 이곳은 복잡한 구조 탓에 손님들의 접근성이 낮다. 상권 회복을 위해서는 시장의 입지를 잘 활용해야 하는 것이 지당하지만 지난 2019년 발생한 원주중앙시장 화재 사건으로 직격타를 맞은 나 동은 여전히 화재 현장 모습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다. 엉성히 세워진 ‘안전제일’ 바리게이트 너머 나 동의 관리 상황은 처참했다. 5년간 지속된 지자체의 안일한 관리 탓에 △폐업한 가게의 고가구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청년몰 마스코트의 동상 △무너진 간판들이 한데 모여 폐창고로 전락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청년몰 내에 낭비되는 공간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본래 시민들의 쉼터로 사용되던 중앙 광장 역시 그 용도
를 잃어버렸다. 보이는 라디오 스튜디오를 설립해 매주 △금 △토 △일 3일에 걸쳐 원주시민들의 사연과 신청곡을 듣는 프로그램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더 나아가, 청년몰 서포터즈나 SNS 활동 역시 지난 2022년을 끝으로 더 이상 운영되지 않고 있어 마케팅이나 홍보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창업 문화의 개화기는 탁상회의로부터

                   

 중기부는 계속되는 청년몰 문제에 대해 작년 10월, “앞으로 청년몰 신규 조성은 지양하고 기존 청년몰 사후관리와 청년 상인 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우후죽순으로 터져 나온 문제가 미처 해결되기도 전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지난 5일, 또 한 번 ‘청년몰 조성 및 활성화 지원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 발표해 청년몰 상인들과 정부의 이해관계 협상은 여전히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본지는 이번 취재를 통해 벼랑 끝에 내몰린 청년 창업 실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60%에 달하는 청년몰 사장님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확인 했다. 청년뿐만 아니라 몇십 년간 청년몰의 터줏대감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중장년 사장님도 정말 많았다. 청년몰 사업의 취지가 ‘전통시장의 상권 회복’과 ‘청년 창업 지원’인 만큼 이제는 청년의 취업을 위한 눈속임 정책 대신 다양한 상인들과 깊은 담론을 통해 지역 창업 문화를 꽃피워야 할 것이다.
                                                                                               

글·사진 이수민 기자 Ι leesoomin2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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