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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더하기] '동심의 상징' 디즈니, 고어물로 돌아오다
  • 임현욱 기자
  • 등록 2024-03-18 14:5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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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작권 만료로 무너지는 추억의 이미지
항간에는 구조가 필요하면 SOS 대신 미키마우스를 그리라는 말이 있을 만큼 미키마우스는 지난 95년간 엄격한 저작권 보호를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 1월, 영원할 것만 같았던 미키마우스의 저작권이 만료됨과 동시에 도 넘은 2차 창작이 쏟아지며 디즈니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본지는 디즈니 캐릭터 저작권 만료에 따른 동심 파괴작의 등장과 기업 이미지 손상 문제를 낱낱이 파헤쳐봤다.


시들어가는 저작권의 대명사, 디즈니


 디즈니는 저작권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항상 강경한 태도를 취해왔다. 특히 디즈니 캐릭터를 이용해 2차 창작을 진행하려면 라이선스1)를 취득한 이후에도 디즈니의 승인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외부 창작자들은 디즈니 관련 2차 창작을 기피하기도 했다. 이처럼 디즈니가 철저히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의 저작권법이 매번 디즈니에 유리하게 개정돼 왔기 때문이다.


 초기 미국은 저작권 보호기간을 56년으로 한정했다. 그러나 1986년, 디즈니의 요구에 의해 미국 의회는 이른바 ‘미키마우스 보호법’을 통과시켜 이들의 저작권을 2003년까지 보호하겠다고 공표했다. 디즈니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03년을 앞둔 시점에 또 한 번 법률 개정을 요청해 20년의 추가 연장을 얻어냈다. 더불어 지난해 연장안, 종신저작권 등 여러 방안이 제시됐으나 모두 무산됐고 디즈니의 독주는 95년 만에 막을 내렸다. 그에 따라 지난 몇 년간 디즈니 캐릭터들의 저작권 기한이 속속 만료되며 법 개정도 서슴치 않았던 ‘지식재산권의 성역’이 무너지고 말았다.

 

2차 창작의 자율성, 오히려 독이 되다

 

 미키마우스, 곰돌이 푸 등 저작권이 만료된 캐릭터들은 디즈니의 품을 떠나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재인 ‘퍼블릭 도메인’이 됐다. 라이선스를 받기 어려운 것은 물론 유사한 형태조차 표절 시비에 휩싸일 수 있어 위축됐던 2차 창작은 저작권 만료를 기점으로 활발해지고 있다. 사람들은 캐릭터의 퍼블릭 도메인 전환을 통해 더욱 다양한 재해석과 창의적인 창작물이 탄생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퍼블릭 도메인의 자율성은 되레 양날의 검이 돼 사회의 해악을 파고들었다. 이는 어린이 팬들의 동심을 책임지던 이들이 도 넘은 2차 창작으로 인해 기존의 밝고 명랑한 이미지를 완전히 잃게 된 사례들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살인이나 범죄같은 자극적인 소재와 더불어 명성 있는 캐릭터의 유명세까지 이용할 수 있으니 외부 창작자 입장에서는 제작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평소 알던 공포물이 아닌 잔인함만을 강조하는 고어물이 다수를 이뤄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영화자료사이트 IMDB는 미키마우스의 저작권이 만료된 당일 ‘미키’를 살인마로 이용한 영화 ‘미키스 마우스 트랩’의 예고편을 공개했고, 나이트메어 포지 게임즈는 비디오 게임 ‘인페스테이션: 오리진’의 출시를 알렸다. 이에 더해 △곰돌이 푸: 피와 꿀 2 △밤비: 더 레코닝 △미녀와 야수 등 고어물 제작이 잇따라 발표되며 기존 작품과의 혼란이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타 디즈니 캐릭터들의 저작권 만료 시한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앞선 혼란을 막기 위해서 강경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오직 주목받기 위해 고어물로 소비된 캐릭터들


 디즈니 캐릭터를 이용한 고어물 생성이 위험하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는 디즈니 콘텐츠의 주 소비자가 어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원작 ‘곰돌이 푸’로 착각해 살인마로 등장하는 공포 영화 ‘곰돌이 푸: 피와 꿀’을 틀어줘 많은 초등학생이 공포감을 느꼈고 학부모의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디즈니는 공포 2차 창작물로 인한 캐릭터의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상표권을 근거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는 저작권과 달리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인 상표권은 디즈니의 소유라는 점을 이용한 조치다. 하지만 상표권은 굿즈나 상품에 국한될 뿐 영화나 드라마 같은 창작물의 경우, 캐릭터는 소재로 분류돼 상업 목적에 활용되는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기에 현행법상 디즈니 측이 2차 창작자에게 가할 수 있는 제약이 별달리 마련돼 있지 않은 셈이다.

 

어릴 적 우리의 동심을 지켜줬던 캐릭터들이 하나둘씩 디즈니라는 울타리를 넘어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시 한번 다가오고 있다. 이들은 피로 뒤덮인 으스스한 공간이 아니라 드넓은 세상을 모험하기를 소망한다. 좋은 추억만 가진 이 캐릭터들을 새로운 모습으로 마주치는 우리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2차 창작의 자율성이 추억 속 이미지를 마음대로 훼손하는 핑계가 되지 않도록 마땅한 방안이 필요할 때이다.

 

1) 상표 등록된 재산권을 가지고 있는 개인 또는 단체가 타인에게 대가를 받고 그 재산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상업적 권리를 부여하는 계약

 

임현욱 기자 Ι 202310978lhw@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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