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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 작가님 성함은 챗GPT라고 합니다
  • 정민 기자
  • 등록 2024-03-18 14:5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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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성형 AI 도입으로 확장되는 창작의 주체
여러 숏폼 콘텐츠 배경 음악으로 자주 쓰이는 가수 비비의 신곡 밤양갱은 최근 故 김광석의 AI 커버를 통해 그 화제성에 날개를 달았다. 이에 본지는 예술계 AI 도입 실태와 더불어 AI 문학 백일장을 통해 인공지능이 불러올 예술계의 미래를 예측해 봤다.


인공지능의 시대, 예술계까지 확대된 AI의 영향

 

 앞서 소개한 AI 창작물이 폭발적으로 급증한 데에는 ‘생성형 AI’의 역할이 크다. 인공지능의 초기 모델은 단순히 주어진 데이터를 통계로 치환해 분석하는 이른바 ‘분석형 AI’의 형태였다.반면 오늘날 생성형 AI의 경우 비정형적 딥러닝 기술을 차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들은 사용자의 복잡한 요구를 반영하도록 학습됐기에 △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콘텐츠를 즉흥적으로 생성하는 데 있어 무척 능하도록 발전한 것이다.

 

 이러한 생성형 AI 분야는 오픈AI의 ‘챗GPT’ 개발로 인해 그 몸집을 더욱 키워나가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는 작년 149억 달러에 그친 생성형 AI 세계 시장 규모가 오는 2026년 1,118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는 불과 4년 만에 8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로, 앞으로 생성형 AI 산업이 우리 산업 전반에 관여하는 전도유망한 분야로 거듭날 것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많은 이들은 생성형 AI의 등장을 혁신이라 표현했지만 예술계 종사자들만큼은 의견을 달리했다. 예술계에 도입된 생성형 AI는 현재 △글 △그림 △영상 △음악 등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를 종횡무진하며 ‘창의적 인간’의 지반을 뒤흔들고 있다.

 

AI, 일상 속 문화생활에 뿌리내리다 

 

음악계

  음악계에서는 AI 프로그램으로 가수의 목소리를 변경해 주는 프로그램이 핫한 이슈 반열에 올랐다. 리드문에서 언급했던 가수 비비의 밤양갱과 더불어 가수 아이유의 AI 커버곡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iMyFone VoxBox라는 어플로 구현 가능한데 해당 어플은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원곡의 △멜로디 △리듬 △가사를 파악하고 여기에 복제된 음성을 도입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사용자는 복제할 음성 파일을 업로드하기만 하면 원하는 대로 음성을 변주할 수 있다. 좁게는 AI 음성 복제부터 넓게는 AI 노래 제작까지 가능하다는 것이 이 어플의 특징이다. 지난 8일 가수 장윤정은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박명수와 양희은 목소리의 밤양갱 AI 커버 영상을 보고 AI의 음악계 진입에 대해 “시대의 흐름인데 막을 수는 없다”면서도 “현장에서 느끼는 감동이나 호흡은 AI가 따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호함을 표하기도 했다.

 

미술계



 챗GPT의 그림이나 AI 미술 전시회 등이 성행하며 AI의 도입은 미술계까지 침투했다. 최근 인스타그램에서는 ‘광기의 챗지피티’, ‘AI 햄스터’ 등 챗GPT4를 활용한 그림이 점차 한계로 치닫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실제로 해당 영상의 댓글에는 챗GPT가 그린 그림에 호기심을 보이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1일부터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스페이스55에서는 ‘NFT ENERGY 9 전시’가 개최됐다. 이는 AI 아트의 기괴한 현실을 주제로 인간의 지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기괴하고 초현실적인 인공지능의 예술작품에 대한 전시다. 안종현 작가는 오는 23일(토)까지 진행되는 전시를 통해 “인공지능이 현실의 이미지를 어떻게 처리하고 생성하는지를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영화계

 음악·미술계에 AI가 도입되는 추세라면 영화계는 본격적으로 AI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작년 5월 미국 작가조합을 시작으로 7월 배우·방송인 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했다. 이는 대형 OTT 플랫폼들이 AI의 시나리오를 채택해 점차 작가들의 설 자리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작가조합은 대형 OTT 플랫폼을 향해 AI 도입에 대한 작가 권리 보장과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뿐만 아니라 딥페이크 기술을 사용한 얼굴 복제로 인간 배우의 섭외가 줄어들며 배우·방송인 노동조합은 파업을 진행했다. 해당 사태로 인해 실제로 작년 11월 예정돼 있던 영화 <듄:파트2>의 개봉이 올해 3월로 미뤄지는 등 영화계는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번역을 지나 창작까지, 어문계열로 영역 넓히는 AI

 

 챗GPT와 같은 챗봇 개발을 주력하는 오픈AI 산업이 크게 성행하며 △음악 △미술 △영화에 그칠 것 같았던 AI 기술은 최근 어문학계에까지 큰 타격을 입혔다. AI의 외국어 통번역이 놀랍지 않은 이유는 예로부터 구글 번역기, 파파고 등의 기능이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현재 쟁점이 되는 이유는 바로 AI 번역이 단순 해석을 넘어 문장의 맥락과 의미의 번역까지 담당하며 인간 번역가들의 자리를 뺏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22년 한국문학번역원 주관의 ‘2022 한국문학번역상’ 웹툰 부문 신인상에서 번역기를 사용한 일본인이 수상하는 사례가 발생하며 해당 문제는 화두가 됐다. 번역기 사용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던 당시 심사위원단은 해당 번역에 대해 “가장 난이도가 높은 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작에 대한 정확성과 높은 가독성, 창의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지화 작업도 인상적이었다”며 번역의 수준을 높이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AI에게 상을 줄 수 없다고 주장하며 논쟁이 일기도 했지만 한국문학번역원은 수상을 철회하지 않았다.

 

 생성형 AI는 번역을 넘어 창작 문학의 영역까지 영향을 확장했다. 이에 대한 국내 사례로는 작년 2월 출판된 책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이 있다. 해당 도서가 매대에 오르고 생성형 AI가 이를 단 7시간 만에 완성했고 AI의 소관 하에 △집필 △일러스트 △교정 △교열까지 이뤄졌다는 사실이 공개되자 대중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소 인력과 최단 시간만으로도 도서 출판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시화 된 지금, 출판업 종사자들은 신속히 AI와 공존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경기대신문 배 AI 백일장 개최, 가장 AI 같지 않은 AI

 


 그렇다면 과연 독자들은 생성형 AI의 창작물과 인간의 창작물 간의 차이를 인식할 수 있을까? 이에 본지는 생성형 AI 챗GPT의 성능을 확인하고 인간의 창작물과 비교해 보고자 AI문학 백일장을 개최했다. 본지 기자들이 직접 지은 현대시 두 편(A, B)과 챗GPT를 사용해 지은 현대시 한 편(C)을 제시해 본교 학생에게 가장 잘 썼다고 생각하는 시와 가장 AI 같은 시는 무엇인지 물었다. 총 13명의 투표 참여자는 가장 잘 썼다고 생각하는 시를 묻는 질문에 본지 기자가 지은 A시와 B시에 각각 5표와 4표를 행사했고, AI가 지은 C시도 4표를 받아 인간의 창작시와 AI의 시가 비교적 동등한 수준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그러나 보다 유의미한 결과는 두 번째 질문의 투표 동향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기자가 지은 B시가 6표를 받아 가장 AI 같은 시로 꼽힌 반면, 실제 챗GPT를 사용해 지은 C시는 단 2표만을 받았다. A시와 B시가 가장 AI 같다고 투표한 학생들은 △‘감성적인 서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더라의 어미가 어색하다’ △‘형식이나 내용이 시에 대해 배운 사람이 완벽하게 적용해서 쓴 시 같다’ △‘반복이 많고 의도성이 너무 많이 느껴졌다’며 AI가 같다고 판단한 이유를 밝혔다.

 

전기화(국어국문학과) 교수 인터뷰, “AI와 인간 사이 협업의 결과물이라 생각해”

 

Q.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문학 작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 문학에서도 작품 속 AI와의 협업을 녹여낸 작품들이 발표되고 있다. 최근 읽은 박참새 시인의 시집 『정신머리』에서 ‘Defense’나 ‘유머와 센스’ 같은 시들이 그렇다. 시의 마지막에서 챗GPT의 생성물을 활용하거나 참고했음을 밝혔는데 그 사실을 알고 시를 다시 읽게 됐다. 작가와 생성형 AI의 협업이라는 맥락이 독자에게도 낯선 영향을 미친다고 느꼈다. 현재로서는 어떠한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이 낯섦을 그 자체로 신기하고 이상하게 감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Q. AI의 발전으로 인간의 창작 활동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는데, AI가 한국 문학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측하는가

 

 현재로서는 담론이 만들어져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많은 작가가 생성형 AI와의 대화를 시도하며 일종의 협업 결과물을 생산해낼 것이라 예측한다. 이러한 활동은 문학과 문학에 대한 우리의 이해 및 해석 방식에 다양한 질문을 제기할 것이다.


정민 기자 Ι wjdals031004@kyonggi.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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