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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미등록장애인의 사각지대, 평등한 지원은 불가능한가
  • 이정빈 기자
  • 등록 2024-03-04 10: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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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등록장애인 약 12만 명···‘장애 등록과 절차를 몰라서’가 31%로 우세해
미등록장애인이란 장애인으로 등록되지 않았으나 장애 특성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지난 2022년 겨울, 종로구의 한 약사가 지적장애가 있는 50대 노숙인에게 하숙집을 내어주고 장애인 등록도 대신하며 미등록장애인에 대한 적극적인 도움을 촉구한 바 있다. 이에 본지는 사회에서 등한시되는 미등록장애인의 생활과 실제 등록 과정을 알아봤다.

미등록장애인 결국 거리 생활로


 미등록장애인은 국가에 등록돼 있지 않아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7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장애 인구 대비 미등록 장애 인구는 4.5%로 약 12만여 명에 해당한다. 조사에 참여한 미등록장애인 중 31.2%가 미등 록 이유로 ‘등록 절차와 방법을 몰라서’를 선택했다. 특히 신체장애인과 달리 증명이 까다로운 정신질환자의 경우 일상생활에 있어 꾸준히 문제가 있어왔지만 미등록자라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노숙인 중 장애인은 53%에 해당하는데 이 중 장애인 지원 서비스 이용 노숙인은 11.6%에 불과하다. 지원의 울타리 안에 들어가지 못한 장애인들은 거리에 내쫓기게 되는 것이다. 


불합 사유도 모른 채 탈락, 사회의 차별은 그대로


 그렇다면 실제 장애 등록 절차는 어떨까. 장애 등록을 하기 위해선 읍·면·동사무소에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이후 장애 진단 및 등급 심사용 진단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때 의료기관으로부터 진단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더불어 장애 심사 기관인 국민연금공단에 심사를 의뢰해야 하는데 공단은 2인 이상의 전문 의사가 참여하는 의학 자문회의를 개최해 심사를 진행한 후 심사 결과를 개별 통보한다. 장애 등록은 악용될 가능성이 있어 심사가 까다롭다. 또한 진단비만 약 40~60만 원이며 달에 4번 이상 수개월간 병원에 내원해야 진단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정신질환자 지원 기관을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정신장애인 A씨는 장애 등록에 다섯 번 탈락한 사례를 알렸다. 탈락 후 공단으로부터는 ‘자해 및 타인에 대한 위협이 없고 약물 복용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어려움이 없다고 판단된다’는 사유만 통 보받았다. A씨는 조현병으로 인해 또래들이 사회에서 스펙을 쌓아갈 때 병원에서 치료에만 집중해야 했다. 이에 장애인 의무 고용을 통한 취업에 도전하고자 했지만 등록이 되지 않아 시도조차 못 하는 상황이다. A씨는 “주치의와 공단의 진단 결과가 달라 혼란스럽다”며 “계속 탈락하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장애 등록 신청자는 등록 조건과 절차를 전부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법률 개정 등 노력이 있었지만 생기는 빈틈, 해외 정책은?


 한편 한국과 다른 기준으로 장애인 복지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가 있다. 호주의 PIP(Personal Independence Payment) 테스트는 장애가 일상생활 및 이동 활동을 수행하는 각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핀다. 실제 PIP 테스트는 타인의 도움이 없다는 가정하에 △이동 능력 △타인 의존성 △소통 방법 △자산 결정 등의 정도를 질문하며 본 테스트 결과에 따라 지원금이 상이하다. 또한 정부의 승인이 필요한 우리나라와 달리 호주는 지방자치단체의 주관하에 더 세밀하고 좁은 정책을 시행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장애인 복지를 위해 법을 개정하는 등 힘쓰고 있다. 실제 지난 2021년 15개의 장애 유형 이외에도 정도에 따라 기면증,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등도 장애 등록이 가능하도록 개정됐다. 그러나 법 개정 이후에도 문제는 끊이지 않았다. 작 년 인천의 미등록장애인 姑 김경현 사회복지사는 장애인활동지원 사업의 팀장으로 입사했다. 하지만 그녀는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인해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당시 미등록장애인을 비롯한 장애인의 가혹한 현실이 주목됐다. 그러나 그 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장애인에 대한 관심은 저조하며 특히 미등록장애인에 대한 권리 보호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가는 장애인의 행복과 복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등록장애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함을 부정할 순 없다. 그러나 절차를 완화하고 장애 등록 범위를 넓혀 더 많은 장애인이 조금의 혜택이라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진정한 복지가 아닐까? 


이정빈 기자 Ι 202310796@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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