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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보고서] 푸르른 남산 아래서 즐기는 이국의 맛
  • 이수민 기자
  • 등록 2024-03-04 10:3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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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난민의 해방촌, 청년들의 보금자리가 되다
학업과 아르바이트에 치여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단 하루라도 좋으니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질 때가 있다. 본지는 찰나의 여유마저 사치가 돼버린 우리를 해방할 해방촌으로 작은 여행을 떠나봤다.


기자의 여행 포인트 1 : 해방촌 신흥시장


 

고요한 남산 자락길을 따라 걷다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면 틀림없이 그곳이 해방촌으로 가는 길일 것이다. 젊음의 기운을 따라 성큼 발을 내딛다 보면 산자락 아래에 감춰진 신흥시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연인들로 붐비는 주말과 달리 평일 오전의 신흥시장은 좀처럼 시끌벅적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예로부터 피난민의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이북식 음식과 먹거리 생필품을 팔던 해방촌 시장은 뉴트로 열풍과 함께 수많은 청년 창업자의 발걸음을 이곳으로 이끌었다. 신흥시장의 내부로 들어가면 7080세대의 향수를 자극할 오락실부터 △카페 △한식 △양식 △태국식을 파는 식당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었다. 각기 다른 모양의 퍼즐 같은 가게들은 신흥시장이라는 퍼즐 판에 오밀조밀 모여 조화로운 무지개빛 해방촌의 상징이 됐다.


기자의 여행 포인트 2 : 빌라커피바


 

 남산의 품에 안긴 해방촌은 고도가 무척 높다. 더군다나 다닥다닥 붙은 고옥 사이로 좁은 골목길이 난 곳이 많아 좀처럼 넓고 쾌적한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편이다. 그러나 청년 창업자들은 이마저도 개성 넘치는 멋으로 승화시켰다. 고옥의 2층을 개조해 만든 빌라커피바가 바로 그 예다. 자칫 좁고 답답해 보이는 공간에 통창을 내고 루프탑을 만들고 나니 금세 근사한 휴식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비록 당시 피난민들은 매일을 가난과 싸우며 하염없이 높은 곳으로 밀려나 해방촌에 터를 잡았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은 서울에서 단연 아름다운 전경을 가진 곳이다. 탁 트인 청명함 속에서 힘차게 하루를 시작했을 그들이 어쩐지 부러워지는 지금이다.


기자의 여행 포인트 3 : 모로코코카페


 

 해방촌의 험준한 길을 타고 내려오면 찻길을 중심으로 양옆에 들어선 외국 식당들이 눈에 띈 다. 한 블록씩 지날 때마다 마치 수시로 비행기를 환승하는 기분이다. 방금은 이탈리아 땅을 밟고 서 있었고 지금은 막모로코 땅에 도착한 참이다. 5분 정도 내리막길을 따라 짧은 해외 여행을 즐기다 보면 모로코코카페가 맛있는 냄새를 미끼 삼아 사람들을 이끈다. 이곳에서는 세계화된 한국 사회에서도 상대적으로 보기 힘든 모로코 전통 음식을 판매한다. 사람들은 토마토 베이스에 △계란 △치즈 △고기를 올린 스튜 ‘타진’을 먹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생소했던 양고기 타진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여행은 언제나 도전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눈 내리는 창 밖을 관망하며 따뜻한 타진을 먹고 있으니, 그간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2시간의 짧은 여행은 일상의 즐거움을 찾는 시간이었다. 여전히 현실의 조건에 발 묶여 살고 있다면 지금 당장, 해방촌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평범하면서도 신비로운 해방촌의 분위기가 단조로운 일상조차 즐거운 여행처럼 느끼게 만들어줄 테니 말이다.


글·사진 이수민 기자 Ι leesoomin2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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