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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도착점이 새로운 출발지가 될 수 있기에
  • 정가은 기자
  • 등록 2024-03-04 10: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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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K팝스타5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싱어송라이터 안예은은 당시 자작곡인 ‘홍연’을 발표하며 대중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각인시켰다. 안예은의 노래는 대부분이 국악 풍을 띄는 것이 특징이다. △전통 악기 △민요 △판소리 등 노래에 가미된 한국적 소리와 안예은의 독보적인 음색은 한국의 흥과 한의 정서를 느끼게 한다. 특히 △능소화 △쥐 △창귀 등 한국 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납량특집 시리즈는 한국의 호러 송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21년 4월 발매된 미니 앨범 2집 <섬으로>는 타이틀곡 ‘출항’을 비롯해 △프롤로그 △가자 △항해 △난파 총 5개의 수록곡으로 구성됐다. 해당 앨범은 항해를 테마로 하며 각각의 노래는 △떠나기 전 풍경 △항해하는 모습 △항해 중 역경 등을 표현해 미지의 섬을 찾아 떠나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중 ‘출항’은 항해를 시작하기 전의 떨림과 설렘을 표현한 곡으로, 묵직한 베이스 사운드와 곡 구성이 극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주된 특징인 뭄바톤 리듬을 사용해 웅장하면서 경쾌한 분위기로 전개된다. 또한 뱃노래 민요의 후렴구 ‘어기야 디여차’를 노래 중간마다 삽입해 노래를 흥얼거리게 만든다. 이처럼 ‘출항’은 한국적 요소가 상당히 가미된 곡임에도 베트남 최대 음원사이트에서 차트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출항’은 그 자체만으로도 듣기 좋은 곡이지만, 앨범 수록곡과 더불어 이후 발매된 미니 앨범 3집 <섬에서>까지 순서대로 듣는 것을 추천한다. <섬에서>는 바다로 나아간 아이를 떠나보낸 후 섬에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2집과 연결된다. 특히 3집 앨범의 마지막 수록곡 ‘에필로그’는 2집 앨범의 노래의 하이라이트를 짧게 들려준다. 이에 2집 앨범 프롤로그부터 3집의 마지막 수록곡 에필로그까지 전부 듣고 나면 마치 하나의 뮤지컬을 감상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인생을 안다면 신선이라 어찌 사람이겠소

배 위에 이 한 몸 올랐으니 어디라도 가보자

『출항』 中

 

 기자는 종종 그저 가만히, 세상이 흘러가는 것에 따라 실려가고 있다고 느낀다. 이에 가끔은 어디에도 도착하지 못할까, 도착해도 그곳은 좋은 곳일까 하는 두려움이 생긴다. 항해가 흔히 인생으로 비유되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풍랑에 따라 떠돌게 되는 모습이 유사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곡에서 아이는 과거의 외로움과 나쁜 기억을 딛고 새로운 곳에서 누군가와 함께할 그 날을 기대하며 특별한 목적지 없이 바다로 떠났다. 가는 길에 배가 난파될 수도, 도착한 그곳에서 어쩌면 더 불행할지도 모르지만 그저 돛을 펼치고 바다로 항해한다. 노래 속 아이의 말처럼 인생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만약 도착하는 그곳이 괴롭고 힘들더라도, 그 사이 난파당해 길을 잃더라도 이는 끝이 아닌 새로운 항해의 시작이 될 것이다.


정가은 기자 Ι 202210059@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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