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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언제까지 권력에게 고백할 것인가
  • 김태규 기자
  • 등록 2023-12-07 1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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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유지를 목적으로 공권력에 의해 집행되는 감시와 처벌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제도다. 언제부터인가 이 두 가지가 없다면 사회가 안정적으로 운영되지 못할 것이라는 강력한 확신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우리는 당연하다는 듯이 국가와 기업, 그 외의 모든 주체에게 제도적으로 정보를 말하고 있다. 태어나서 자라고 학교를 졸업해 성인이 될 때까지, 우리가 변하는 모습 전부를 스스로 실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역사적으로 흘러가는 학습적인 효과일 뿐 제도적으로 당연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다. 책의 서문은 아래와 같이 프랑스의 국왕 루이 15세를 암살하려 했던 범죄자에게 내려진 프랑스 고등법원의 판결로 시작된다.


“손에 2파운드 무게의 뜨거운 밀랍으로 만든 횃불을 들고 속옷 차림으로 파리의 노트르담대성당의 정문 앞에 사형수 호송차로 실려 와 공개적으로 사과를 할 것, 상기한 호송차로 그레브광장에 옮겨 간 다음, 그 곳에 설치된 처형대 위에서 가슴, 팔, 넓적다리, 장딴지에 뜨겁게 달군쇠집게로 고문을 가하고, 그 오른손은 국왕을 살해하려 했을 때의 단도를 잡게 한 채, …”

『감시와 처벌』 中


 이 책의 저자인 미셸 푸코는 20세기 프랑스의 저명한 철학자로 구조주의적 관점에 기반해 자신의 사상을 펼쳤다. 책은 크게 4부로 나뉘어 △1부 신체형 △2부 처벌 △3부 규율 △4부 감옥으로 구성된다. ‘감시와 처벌’의 부제는 ‘감옥의 역사’지만 단순히 감옥과 근대 형벌 제도의 역사를 서술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더 나아가 지배계급이 체제 유지를 위해 이용한 법률 및 억압적 통치 구조와 관련된 내용을 다뤘다. 저자에게 있어 ‘감옥’이라는 개념은 개인을 복종의 주체로 만드는 공간으로 재정의된다. 근대에 감옥이 주류적인 처벌 형태로 자리 잡은 이후 지배계급은 사회 안전 도모라는 명목상의 이유로 사람들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감옥 내·외부의 모습은 투박하며 분위기 역시 축축하고 고요하다. 이는 모두 이곳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줄 수 있게 설계된 것이다. 지배계급은 ‘감옥’ 하나도 허술하게 만들지 않았다. 감옥 내의 죄수복, 처형장 등의 물질적인 모든 부분은 계급 유지를 위해 철저하게 고안된 장치로 구성돼 있다. 해당 공간을 자신들의 목적에 부합하는 곳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일종의 훈련을 통해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군인을 연상토록 설계했다.


 단순히 지배 유지를 위해 감시를 당연시하는 것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사회 역시 불균형적인 규율 속에서 감시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 수정을 거듭하고 있다. 탈법(脫法) 혹은 법을 초월한 이와 같은 행위는 지배 유지 이외의 어떤 핑계로도 변명할 수 없다. 강화된 감시 체계는 우리를 피라미드 사회 안으로 밀어 넣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사회는 인간의 신체로부터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내는 방법으로 통용되기에 자본의 축적을 위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아닐까.


김태규 기자 Ι taekue@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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