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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술품 아닌 투기상품 위에 세운 모래성, 이내 허물어지다
  • 박선우 기자
  • 등록 2023-12-07 11: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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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간 본지의 문화 지면은 ‘미술’을 제외한 △영화 △음악 △축제 △식문화 △기술 △스포츠 등부터 시장에 떠오른 각종 트렌드와 정책적인 이슈까지 폭넓은 소재들을 기사화했다. 어째서 미술을 다루는 기사만 없었던 걸까. 이는 미술시장이 가진 두 가지 특징 때문이다. 


 첫째는 미술시장이 ‘큰 손’들의 마켓이기 때문이다. 우린 의무교육과정에서 미술사와 세계적인 거장들을 공부했으나, 교과서가 실제 ‘미술’이라는 카테고리의 접근성을 대변하진 않았다. 따라서 대학생인 기자들이 대부분 대학생인 독자들의 트렌드에 발맞추는지 면에서 미술을 탐구하기란 여간 부적절한 것이 아니다. 


 둘째로는 미술시장이 여태 변함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경매가 도입된 1990년대 이후의 변화로 시장 구조가 흔들리는 일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가 이 주제를 굳이 다시 꺼낸 이유는, 최근 미술시장이 반전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미술시장은 짙은 매수 관망세와 반토막으로 내려앉은 낙찰률을 보이고 있다. 흔히 시장이 온기를 잃었다고 표현하는 순간이다. 높은 가격에 출품된 작품들이 맥없이 유찰되고, 경매사들은 협상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매각 타이밍을 놓친 기존 수요마저 모두 관망세로 돌아서 거래 급랭에 이른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이러한 현재 미술시장의 침체기는 마치 국내 부동산 거래절벽의 악순환이 연상되기도 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고금리와 경제 불확실성 가중 및 경기침체를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글쎄, 정말 그것뿐일까? 


 미술시장이 호황일 때는 수요가 많은 만큼 떠오르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이 활발히 거래되면서 단시간 차익을 보는 경우가 많다. 마치 주식시장처럼 단타를 노리고 진입하는 소비자들과 이를 부추기는 시장분위기가 시너지를 내면서 반짝 고조를 누렸던 것이다. 건드리기만 해도 무너지는, 모래성 같은 호황이었다. 


 하지만 미술품은 진짜 주식이 아니다. ‘심미성’이라는 가치 판단 기준이 그 차이다. 기자는 지금의 미술시장에 양질의 작품들을 직접 감상하며 무엇이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지 시간을 들여 취향을 만들어나가는 방식이 결여됐다고 본 것이다.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자신에게 영감을 준 작품의 가치를 책정할 수 있을까? 이 위기는 컬렉터들이 잡지 1면에 휘둘리는 물렁한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날 때가 왔다는 신호처럼 보인다. 


박선우 기자 Ι 202110242psw@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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