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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보조] 모두예술극장으로 모두모두 모여라
  • 김민제 기자
  • 등록 2023-11-23 16: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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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벽을 허물고 ‘우리’의 공간으로
지난달 13일, 장애예술인 지원의 또 다른 방법으로서 국내 최초 장애예술인 표준 공연장인 모두예술극장이 문을 열었다. 본지는 모두예술극장을 직접 찾아 장애예술을 주제로 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된 ‘모두예술주간’에 참여해 보고 최선영 기획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모두를 환영하는 모두예술극장


 모두예술극장은 본교 서울캠퍼스 인근 충정로역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과거 ‘충정로난타전용관’으로 이용되던 폐극장이 모두예술극장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극장 내부는 △공연장 △연습실 △스튜디오 △분장실 등 곳곳이 경사도가 없는 평지 형태로 설계됐다. 그중 공연장은 무대와 객석의 △크기 △위치 △구조 등을 임의로 조절할 수 있게 돼 있어 관객은 물론 공연자와 스태프까지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내년 5월까지 예정된 공연들은 모두 △수어통역 △음성해설 △자막 등을 제공하기 때문에 장애인·비장애인의 구분 없이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특징을 가진다. 이는 이용객과 예술인의 자유로운 이동권 보장과 더불어 관객들의 접근성까지 고려한 결과다. 그뿐만 아니라 모두예술극장은 장애예술인들에게 연습실과 스튜디오를 대관하며 예술적 교류 활동을 촉진하고 창작 활동을 돕는 사회적 순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 모두예술극장은 전무후무하게 넓은 의미의 배리어 프리를 통용하는 문화공간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직접 찾아본 모두예술주간


 기자는 지난 9일 모두예술극장을 방문해 ‘장애예술 매니페스토’를 주 제로 한 모두예술주간에 참여했다. 모두예술주간은 △장애예술의 정의 △포용적 예술의 실천적 선언 △균일한 예술상의 거부까지 장애 예술을 둘러싼 소란과 충돌을 소개하며 △전시 △강연 △토크쇼 등의 프로그램을 포함한다.



  그중 기자는 △‘무리무리 아무리’에 포함된 <혼자라면 무리지만> 전시 △‘나란 나란’에 포함된 <점자 동시병렬 그림> △영상 및 설치작품 등을 관람했다. 그중 기자를 가장 흥미롭게 만든 것은 <혼자라면 무리지만> 전시였다. 해당 전시는 일상 속 사소한 ‘예술하기’들을 전시실 곳곳에 배치하고 관람자가 직접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기자는 작품 위를 걸어보기도 하고 직접 상자를 쌓아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작품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특히 <예술을 하면 잃어버리는 것>이라는 작품은 전시실 내 기둥에 예술노동자로서 겪을 수밖에 없는 고충과 자신만의 해결 방법을 그림으로 표현해 신선함을 줬다. ‘무리무리 아무리’를 총괄한 최선영 기획자가 예술을 ‘그 자체로 다양성을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전시였다.



 사실 기자가 놀란 것은 전시 내용보다 해당 전시가 이뤄진 공간이었다. 2층에 마련된 모두라운지에는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모여 활발히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리적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의견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기자는 ‘어쩌면 모두예술극장 설립의 의의가 공연장보다도 이곳에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모두예술극장은 교류와 협력의 장으로 더 큰 의미를 가지고, 누군가의 장애보다는 진정한 대화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장소라고 느꼈다. 최선영 기획자 또한 “모두예술극장이 장애예술인에게만 특별히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라 그들도 문화의 한 부분에 동참할 수 있게 하는 장소로서 작용할 때 비로소 사회적 입지를 갖는다”며 공간이 가지는 의미를 설명했다.


우리 함께 모두예술극장으로!


 모두예술극장처럼 △창작자 △관객 △기술 스태프 등 문화에 참여하는 모두가 물리적 제약 없이 예술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 이것은 결국 함께 예술을 창작하고 향유하는 우리를 위해 의미 있는 확장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최선영 기획자는 장애인·비장애인의 상호 인식 확장과 관심 증진을 최우선 과제로 언급하며 “다수의 권리가 확보된 이후, 이를 토대로 장애예술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문화를 향유하고 같은 예술을 목도할 때 우리는 마침내 사람답게 교류하며 살아갈 수 있다. 문화의 기적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장벽을 허물고 진정한 배리어 프리를 이뤄내야 할 시점이다.


글·사진 김민제 기자 Ι k.minje@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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