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와이파이] 짓는데 9억, 이용객 수는 102명… 애물단지 된 경기버스라운지
  • 박상준 수습기자
  • 등록 2023-11-08 12:48:46
기사수정
  • 정류장 혼잡도 줄이기 위해 도입했지만, 실효성 제로
출퇴근 시간대의 사당역은 버스 이용객과 지하철 이용객이 한데 뒤섞여 발 디딜 틈 없는 시장통을 방불케 한다. 이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자 경기도는 해결책으로 인근 빌딩에 경기버스라운지를 설치했다. 하지만 이용객이 전무하다시피 하며 시민들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에 본지는 경기버스라운지와 인근 정류장을 직접 찾아가 취재를 진행해 봤다.

교통지옥, 사당역 4번 출구


 하루에 약 2만 명이 이동해 ‘교통 허브’로 불리는 사당역 4번 출구 정류장은 출퇴근 시간대마다 버스를 기다리는 줄이 200m를 넘기 일쑤다. 이처럼 길게 늘어진 줄은 지하철역 출구를 가로막거나 페인트로 표시해 놓은 줄을 엉키게 해 혼잡도를 상승시킨다. 이런 탓에 시민들은 사당역 4번 출구를 ‘교통지옥’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지난 2019년, 부상자가 가장 많은 역으로 사당역이 꼽히는 등 계속해서 혼잡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그러자 경기도는 그 다음 해인 2020년 10월 5일, 4번 출구 인근 금성빌딩 3, 4층에 ‘기다림이 행복하다’라는 표어를 내세우며 경기버스라운지(이하 버스라운지)를 설치했다. 버스라운지엔 총 48석의 좌석과 △버스 도착 현황 △날씨 △미세먼지 수치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버스 도착 정보 모니터’가 있어 버스가 올 때까지 편히 기다릴 수 있다. 이 외에도 △수유실 △와이파이 △USB 포트 △정수기 △충전기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며 시민들의 많은 이용을 독려했다.


혼잡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 하지만 무의미해

 

 경기도와 경기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버스라운지 이용객은 2만 786명으로 하루 평균 102명 수준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9억 원을 투입해 버스라운지를 설치했고, 시설 유지를 위해 월 3,000만 원을 들이는 데 비해 이용률이 지나치게 적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버스라운지 관계자는 “이용 인원으로 따져 볼 것이 아니라 도민을 위한 쉼터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며 “퇴근 시간인 오후 4시에서 7시에는 이용객이 꽤 많고 재이용률도 30~40%로 높은 편이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버스라운지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평을 받자 경기도는 지난 2021년 4월부터 버스라운지에서 예약한 버스가 도착하면 바로 탑승할 수 있는 버스 탑승 예약 시스템을 실시했다. 하지만 예약할 수 있는 노선이 적고 신문물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에게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 여러 문제들이 잇따랐다. 현재 경기도는 이러한 의견들을 반영해 예약 가능한 노선을 확대하고 버스 예약이 가능한 Miri 앱을 새로 개편하는 등 버스라운지 활성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버스라운지가 전형적인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립대 이수범(교통공학과) 교수는 “서울과 경기를 오가는 경기도민이 진정 원하는 것은 버스 배차 간격이 감소하는 것이고, 그 돈으로 버스 노선 시스템을 개선해 효율적인 운영 방식 등을 고민해 봤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시민들의 목소리로 알아본 경기버스라운지

 

 지난달 24일, 본지는 직접 버스라운지에 방문해 오후 5시부터 약 30분간 머물러 봤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류장에는 줄이 길게 늘어섰지만 버스라운지 이용객은 총 5명으로 인구 대비 적은 이용률을 보였다. 이에 본지는 버스라운지가 있음에도 사용하지 않는 시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버스라운지 바로 앞인 사당역 4번 출구 정류장에 줄을 선 시민들과 버스라운지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수원에 거주하는 A씨는 ‘어째서 버스라운지를 이용하지 않냐’는 물음에 “줄 서기도 바쁘고 버스라운지에 있어도 어차피 줄을 서야 한다”며 실효성을 지적했다. 수원에 거주하는 B씨는 예약 시스템에 대해 “얼마 전에 있다는 걸 알았지만 예약 가능한 시간이 한정돼 있고 노선도 적어 사실상 무의미하다”며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시민들의 편의를 증진하고 더욱 효율적으로 노선을 운영하겠다는 정책의 취지는 높게 사는 바이다. 하지만 3, 4층에 버스라운지를 설치하는 등 편의와는 동떨어진 보여주기식 복지를 그만두고 시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실용적인 정책을 펼쳐야 할 때다.


박상준 수습기자 | qkrwnsdisjdj@kyonggi.ac.kr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