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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어디까지 가능할까?
  • 편집국
  • 등록 2023-10-18 16:4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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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기(시각정보디자인전공) 교수


 세상을 아름답게 디자인해야 한다는 사회적 대 명제 속 우리는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다. 우리 삶에 있어 디자인은 불가분의 존재가 되어버렸고, 각종 디자인의 홍수 속에 살아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디자인(Design)’이란 단어를 들으면 무엇을 떠올리는가? 아마 대부분 공산품일 것이다. 물론 엄청난 제품들이 디자인이란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전달되기에 그럴 텐데 여기서 디자인의 사전적 의미를 한번 살펴보자. ‘의상, 공업 제품, 건축 등의 실용적인 목적을 가진 조형 작품의 설계나 도안하는 것’을 디자인이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디자인의 의미를 정말 폭넓게 적용해야 하는 시대가 아닐까? 디자인을 그저 상품에 국한하지 말고, 우리 삶의 전반적인 것을 디자인하자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보자. 인간의 몸, 마음, 생각도 디자인의 대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한 가지 주의점이 있다. 디자인을 그저 좋고 예쁘고 멋있게 보이기 위한 좁은 의미로 생각하지 말자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업적 의미로 생각해 보면 그저 좋게 보여 잘 팔기 위한 것이 곧 디자인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은 아주 좁고 통찰력이 없는 생각이고 보다 넓은 의미로 적용하면, 우리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 디자인이고, 그런 인간 회복을 위한 디자인을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 삶을 디자인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을 수 있는 ‘언어’를 이야기하려 한다. 

 

 바로, ‘언어의 디자인’이다. 언어를 디자인한다? 어떤 의미일까. 우리는 매일 말하며 살아간다. 입을 통해 나오는 소리의 언어와 글을 통해 주고받는 언어도 있다. 손으로 필기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전자기기를 통해 글을 쓰고, 여러 SNS로 소통하며 댓글을 달고 메시지를 주고받는 등의 언어 소통도 한다. 짐작건대 지금은 온라인을 통해 글로 주고받는 언어가 소리의 언어보다 많지 않을까?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자. 내가 사용하는 언어의 품격은 어느 수준일까? 

 

 며칠 전 EBS에서 ‘책맹 인류’라는 제목의 다큐를 시청했는데 지금 인류는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통계를 접할 수 있었다. 정말 충격적이었다. 물론 너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요즘, 어린아이들도 책보다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는 시간이 많으니 아마 책을 접하기 쉽지 않을 것 같긴 하다. 물론 전자책이 있지만 아무래도 영상이 접하기 쉽다 보니 영상을 많이 접하게 된다. 그렇지만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니 적잖은 충격이었다. 요즘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수업 시간 중 책에 나오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해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하니 조금 심각한 상황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이 자리 잡은 사회에서 우리는 언어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사용하고 있을까? 어느 시대나 비속어는 널리 쓰였지만, 지금의 비속어나 신세대가 구사하는 신조어는 공부하지 않으면 알아들을 수 없는 인스턴트 패션의 유행과 같은 수준이 아닐지 생각한다.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은 먹는 행위를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그리고 언어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언어는 우리 삶에 정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말이 너무 많아도 문제, 너무 적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한마디 말로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사람의 언어에는 그 사람이 그대로 드러난다. 언어에 따라 그 사람의 많은 부분을 알 수 있는데,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떤 활을 하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니 언어는 곧 그 사람을 나타내며, 언어의 수준은 그 사람의 수준을 나타낼 수밖에 없으므로 각자가 사용하는 언어를 디자인하자는 것이다. 온라인상에서 내가 누군지 알 수 없다고 댓글을 함부로 다는 것과 같은 비열한 행동은 더 이상 멈추고 언제 어디서나 내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글을 쓰며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항상 나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고 늘 사용하는 언어에 신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좋은 의미의 단어를 TPO에 맞게 생각하고 연결하여 타인을 위해 사용하는 그런 자기만의 품격을 갖춘 언어를 디자인하자는 것이다.

 

 말은 한 번 내뱉으면 끝이지만 그 말로 상대를 아프게도 행복하게도 할 수 있다. 그리고 함부로 내뱉은 언어는 그대로 사라지는 듯 보이지만, 결국 그 말의 화살촉은 나를 향하게 되어있다. 그러니 우리는 언어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큰 노력을 해야 한다. 즉 내가 사용하는 언어를 고급스럽게 디자인하자는 것이다. 상품처럼 그저 보기 좋게만 디자인하여 비싼 포장을 하자는 뜻이 아닌 내면의 품격, 진정한 아름다움을 택하자는 것이다. 지금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는 화려하고 멋진 명품에 경도되어 있고 각종 양념에 버무려진 맛있어 보이는 음식, 곧 ‘먹방’에 소비되고 있지만, 인격과 마음의 양식 그리고 언어의 양식을 위해서는 언어를 통해 사고하고 수많은 단어를 상상하며 오직 나만의, 나를 위한, 나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언어를 하나씩 만들어 가는 것이 필수라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된 움직임은 결국 내 자신의 품격을 높이는 일이다. 그러니 먹는 것처럼 매일 하는 말, 곧 우리의 언어를 되돌아보고 새롭게 디자인하자. 화려한 상품에만 이끌리지 말고 진정한 내면의 가치를 가진 언어로 나의 내면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자신만의 생각과 언어를 아름답게 디자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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