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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소년의 죽음, 오직 진실만을 위한 재판
  • 정가은 기자
  • 등록 2023-10-16 14:3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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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음이 가득해야 할 크리스마스 이브 자정 무렵, 한 학생이 학교 옥상에서 떨어져 죽었다. 시체 위에 쌓인 눈만이 간밤에 사건이 일어났음을 암시할 뿐, 죽은 학생은 그저 평온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본인의 죽음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도대체 그날 학생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야기는 △의문의 소년 △2학년 A반 반장 료코 △같은 반 겐이치 등 등장인물들이 각자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다음 날 겐이치는 학교에 가던 중 같은 반 다쿠야의 시체를 발견한다. 자살로 끝나가던 사건은 △료코 △교장 쓰자키 △담임 교사 에미코에게 온 세 통의 고발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교내 불량 학생들인 오이데 패거리가 다쿠야를 죽였다는 내용의 고발장으로 사건은 점점 혼란에 빠진다. 주인공 료코는 직접 진실을 밝혀내기로 결심하고 교내 재판을 개최한다.

 

 ‘솔로몬의 위증’은 영화 ‘화차’의 원작자로 유명한 일본 소설가 미야베 미유키의 장편 추리 소설로, 지난 2013년 국내에 출간됐다. 독특한 설정으로 일본에서 영화화가 이뤄졌으며 국내에서는 드라마로 제작됐다. 드라마 방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작가는 “‘아직 어른이 아니니까 어려운 일은 못 해’라고 아이들을 단정 짓는 어른들에게 아이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일을 해내는 얘기를 쓰고 싶었다”고 전했다.

 

“지금껏 우리는 선생님이나 매스컴 같은 주위 사람들한테

모든 걸 맡기고 아무 행동도 하려 하지 않았어.

그래서 이렇게 된 건 아닐까? 좀더 일찍 우리가 직접 나섰어야 했던 게 아닐까?”

『솔로몬의 위증』 中

 

 이야기 속 어른들은 아이들을 위해서, 어리다는 이유로 어른들끼리 일을 처리하려고 한다. 이에 아이들은 같은 반 친구가 죽은 사건의 당사자임에도 정보와 행동에 많은 제한을 받았다. 그럼에도 료코는 교내 재판이란 형태로 진상에 다가간다. 미숙하다고만 생각했던 아이들의 깊은 고민과 성장은 ‘어리니까’라는 말이 아이들을 보호해주는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의견을 묵살하는 근거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나 드라마를 먼저 접하고 원작을 읽으려는 사람이라면 책의 두께와 분량에 깜짝 놀랄 것이다. ‘솔로몬의 위증’은 약 7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이 총 3권으로 상당한 분량의 소설이다. 기자가 처음 1권을 읽을 때는 여러 사건과 인물이 나열돼 있어 쉽게 읽히지 않았다. 또한 다쿠야가 죽은 이유는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등장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작가의 필력은 어느 순간 등장인물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 낸다. 또한 점점 밝혀지는 진상은 긴 시간 함께한 만큼이나 깊은 여운을 남긴다. 추리 소설의 즐거움은 흩어져 있던 단서가 하나의 진실로 이어질 때의 쾌감에서 비롯된다. 장르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소설인 만큼, 추리를 좋아한다면 분량에 겁먹지 말고 읽어보길 바란다.

 

정가은 기자 Ι 202210059@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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