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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결국 시행되는 수술실 CCTV 의무화, 여전히 갑론을박만
  • 박상준 수습기자
  • 등록 2023-10-03 2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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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호한 조항에 실효성 논란만 계속돼…
지난 2016년 9월 故 권대희 씨 의료사고를 계기로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이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번번이 의사협회와 병원협회의 반대에 막히고 말았다. 하지만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2021년 8월, 해당 법안이 최종적으로 국회를 통과하며 본지 발행일인 오늘 25일에 24개월의 유예기간이 끝나고 본격 시행된다. 이에 본지는 해당 법안의 실효성과 상반된 반응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CCTV 설치 의무화 의료법 개정


 오늘 25일부터 병원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료법 개정에 따라 의료기관의 수술실 내부 CCTV 설치 기준, 촬영 요청 절차 및 촬영 거부 사유 등 법률에서 위임한 세부적인 사항을 정하고 그 외 불필요한 규제와 제도 운용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 개선을 목적으로 개정한다. 해당 개정안의 주요 내용으로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할 경우,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 따라서 개정법 시행 이후에는 어떤 이유에서도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수술실에선 전신마취 수술이 금지된다. 또한 △수사 및 재판 업무 수행을 위해 관계 기관이 요청하는 경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조정 및 중재 개시 절차 이후 환자 또는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요청하는 경우 △환자와 의료인 등 정보 주체 모두의 동의를 받은 경우 CCTV로 촬영한 영상정보를 열람 및 제공해야 한다.


의료법 개정안을 두고 벌어진 공방전


 지난 2021년 6월, 국민권익위원회가 1만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참여자의 97.9%가 수술실 CCTV 설치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 대한병원협회는 해당 조항이 의료인의 인격권 등을 침해한다며 지난 5일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의협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수술실 CCTV 설치를 법으로 의무화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며 “의사의 원활한 진료행위가 위축돼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협은 해당 개정안이 유지된다면 외과 의사 기피 현상을 초래하고, 필수 의료 붕괴가 가속화되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환자들의 사생활이 침해될 위험도 피할 수 없다고 전했다.


 또한 의료법 개정안은 국회에 발의될 당시에도 정치권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2021년 6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해당 개정안을 두고 “사회적으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던 이준석 前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실망스럽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이준석 前 국민의힘 대표는 “언제까지 선악을 조장해 여론조사 정치를 할 것이냐”며 비판을 쏟아냈다.


의무화는 코앞인데, 실효성 논란만


 수술실 CCTV 의무화 시행을 앞두고 모호한 조항 때문에 해당 의무화의 실효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의료계의 반발은 여전하다. 특히 촬영 거부 사유가 논란의 중점이다. 촬영 거부는 △응급환자를 수술하는 경우 △생명에 위협이 되거나 신체 기능의 장애를 초래하는 질환을 앓는 환자의 수술 △전문진료질병군에 해당하는 수술 △전공의 수련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수술 직전 촬영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경우 △천재지변 등의 불가항력적 사유로 촬영이 불가능할 경우 등에 가능하다. 따라서 이런 조항을 악의적으로 해석해 촬영을 막을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촬영 거부 시 벌금이 500만 원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영상에 나오는 의료진 모두가 동의해야 열람이 가능하다는 점도 실효성이 매우 의심스럽다는 의견이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대리수술 등 수술실 내 불법행위를 방지하고 의료사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한다는 취지에서 제정됐다. 하지만 부실한 기준에 점차 의사와 환자의 신뢰 문제로 변질되고 있다. 취지를 상기시켜 현장의 혼란을 줄이는 것은 물론 더 나은 의료계로 나아가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박상준 수습기자 |  qkrwnsdisjdj@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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