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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독자와 화합하는 창간기념호를 고민하다
  • 박선우 기자
  • 등록 2023-10-03 19:58:00
  • 수정 2023-10-03 20: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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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격이 비슷한 두 기념 기획전시를 살펴보자. 한국·호주 수교 60주년 특별전과 한국·캐나다 수교 60주년 특별전은 같은 기념 전시라 해도 ‘무엇을 조명하는지’에 따라 전시의 내용물이 다르 다. 전자는 양국 수교의 중심이었던 ‘매견지’ 가족에 집중하고자 당시의 사진과 기록들을 사실관계에 따른 연구 및 해설과 함께 전시했다. 후자는 ‘장애예술’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가져와 문화예 술전시를 기획했다. 결과적으로는 전자에 비해 양국 수교의 역사 가 가지는 비중은 옅어졌지만 볼거리는 많아졌다. 전시라는 형식 은 같지만 두 기획은 말하자면 ‘지면’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즉 기념 기획은 ‘무엇을 조명할지’ 선택하는 것에 따라 결과가 달라 진다. 


 그런데 기자는 한때 오판했다. 무엇을 조명할지 선택해야 하는 창간기념 기획 단계에서 독자를 고려하는 것은 중요도가 낮다고 봤다. 때문에 타 신문사 창간기념호에서 ‘자 신문의 문제해결 방안 모색’과 같은 신문사 중심의 기획을 내놔도 이를 이상하다고 여기지는 않았다. 물론 해당 기획이 신문의 발전에 있어 거대한 초석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독자들에게도 의미 있는 기획인가는 다른 문제다. 모든 글은 읽는 사람에 의해 가치가 판단된다. 전시가 관객들의 볼거리인 것처럼, 신문도 독자들의 읽을거리라는 점을 잊었던 것이다. 


 독자들이 신문을 찾는 이유는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함이 가장 클 것이다. 앞서 설명한 기존 신문사 중심의 기획은 창간기념호라는 특수한 지면에 어울려 보일지 몰라도 정보로서의 가치는 높지 않다. 그렇다고 독자의 흥미를 끌어내는 형식만으로 가득 채우는 것도 문제다. 신문에서 ‘인터뷰’라는 형식은 독자들에게 간접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해를 돕는다. 다만 개인의 경험이기에 존재하는 시각의 한계도 있다. 특집 전체가 독자 인터뷰 하나만의 기획으로 구성됐다면 그 역기능이 두드러졌을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비중이다. 역할이 분명한 서로 다른 형식들을 적절한 비중으로 녹여내면 풍부한 지면을 완성할 수 있다. 


 본지 1092호는 그렇게 기획됐다. 5면 안에서도 △대학언론의 정신 △경기대신문의 역사 △교내 구성원들의 의견 △기자들의 이야기 등 서로 다른 가치에 조명했다. 독자 참여 이벤트를 더해 신선한 변주를 택했고, 최대한 다양한 기획을 통해 창간 65주년을 축하하고자 했다. 지난 여름방학, 기자들이 모여앉아 창간기념호를 준비하면서 가진 고민과 토의의 시간이 독자들에게도 닿았길 바란다. 


박선우 기자 Ι 202110242psw@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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