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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조] 경력 없으면 서류 컷, 취업 시장 1열에서 바라본 청년취업난
  • 박선우 기자
  • 등록 2023-10-03 20: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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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원자의 눈높이 탓? 하지만 결국 근본은 사회문제
앞서 기업의 기조가 경력직 선호 및 소극적인 채용으로 변하면서 발생한 청년취업난의 심각성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청년취업난은 일자리 미스매치, 구직포기자 등의 문제들을 연쇄적으로 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취업 시장에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 본지는 △본교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졸업을 앞둔 취준생 △영진전문대 일본IT과 김종율 학과장의 의견을 각각 들어봤다.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이정민 컨설턴트 “일단 시작하는 것이 구직 포기에서 멀어지는 길”


 현재까지 공채를 진행하는 건 삼성전자뿐이고, 나머지 기업들은 전부 수시 채용으로 바뀌었다. 취준생들은 기회 자체가 많이 줄었다는 것이 체감될 것이다. 부서마다 한두 명씩 채용하니 자연스레 경력직이 유리해졌는데, 기업의 눈높이도 올라갔다. 이는 중견기업에서 대기업 이직을 준비하는 취준생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이들이 생 신입과 비교해 가지고 있을 숙련도를 고려하면, 한두 개 이상의 인턴 경험을 가진 이들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장에서 느낀 것은, 취업 실패 원인을 어학 성적이나 스펙 부족이라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취업 준비가 느린 경우, 시작 시점 자체가 느린 경우다. 지원 자격을 가지고도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해 아예 시작을 안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구직 포기와도 연결돼 있다. 지원을 많이 안 한 채로 1~3년이 되면 사실상 취업에서 점점 멀어진다. 남학생의 경우 빠르면 26세에 준비를 시작하는 데, 조건을 갖추느라 직무 경험이 없는 28~9세가 되고 나면 오히려 경쟁력은 떨어진다. 그리고 이 29세 때가 취준생이 느끼는 심리적인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한다. 이 나이에 공무원 같은 다른 방향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많아지고, 공백기가 몇 년 생기면서 취업과는 더 멀어진다. 면접에서는 이 공백에 대한 △ 공격을 받고 △답변할 말이 없고 △그렇게 좌절이 쌓이고 포기까지 가는 게 아닌가 싶다.


영진전문대 일본IT과 김종율 학과장 “취업난의 전망, 기업과 청년 양측의 인식 변화 필요”


 학벌을 중시하는 국내에서는 지방 전문대 출신에게 삼성, LG 등 대기업에 입사 지원을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졸업생들이 만족할만한 양질의 취업처를 찾다가 운영하기 시작한 일본 취업 주문반이 지금 신설된 학과에 이르렀다. 


 경력직 선호도 있는 것 같지만, 국내 기업들은 ‘당장 필요한 사람을 채용’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인지 국내 기업의 초봉은 높은 편이나 연차에 따른 연봉 상승은 그리 높지 않고, 비정규직 채용도 많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신입 사원 연수 시스템을 잘 갖춰 놓은 회사들이 많은데, 이는 사원을 신입부터 인재로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정년제 정규직 채용이기 때문에 연봉의 상승률이 높다. 일본은 새로운 기술에 대응하는 IT 인재가 부족해 ‘청년구인난’을 겪는 등 배울 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서 일본으로의 취업 가능성을 보고 방향을 설정한 것은 이 차이 때문이다. 


 청년취업난은 사회 시스템이 변화해야 해결의 조짐이 보일 것 같다. 근본적으로 기업은 ‘동료’를 채용하는 문화로, 청년들은 자신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으로 조금의 희생은 감수하는 형태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결과적으로는 회사도 사원도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취준생 임원준(23)군 “일자리 미스매치? 실력에 비해 좋은 여건만 좇는 것도 문제”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 광고 관련 부서는 보통 전문적인 프로덕션 회사에 외주를 맡긴다. 바로 그런 광고 개발 회사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경력이 중요해진 건 심하다면 더 심하다. 일반적으로 경력직밖에 채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입을 뽑더라도 활동 경험이 있는 신입이 아니라 경력직다운 신입만 뽑는다. 이 때문에 다들 대기업 광고 프로젝트 수준의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데 혈안이다. 이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주는 학원은 매년 티켓팅까지 할 정도로 과열돼 있다. 


 취준생이지만, 취업난을 기업이나 경제 상황의 문제로만 보지는 않는다. 우리는 항상 취업하고 싶어 하는데, 기업은 실력이 좋은 사람을 원하기 때문에 항상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서로의 △눈높이 △희망 △여건 등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다. 하지만 취업에 난항을 겪고 있는 취준생이라면 취업하고자 하는 분야와 회사의 업무에 대해서 본인이 얼마나 실력이 있는지, 해당 업무에 대해 무엇을 아는지 냉정하게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박선우 기자 Ι 202110242psw@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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