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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대학가] 충북대-교통대 통합 논의, 학생들은 들러리가 아니다
  • 김태규 기자
  • 등록 2023-10-03 19:5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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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 곳 없어지는 비수도권 대학에 불어온 통폐합 바람
충북대학교와 한국교통대학교는 지난 5월 교육부의 '글로컬대학30' 사업을 공동으로 신청하며 통합의 뜻을 밝혔다. 이후 양 주체 간 통합 논의가 시작됐으나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이에 본지는 양쪽 대학의 통합 논의 과정을 자세히 알아봤다.

단순한 구조조정을 넘어서 혁신 보여야


 글로컬대학30 사업이란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위기를 맞은 지방 대학과 지역의 발전을 위해 비수도권의 지방 대학 30곳에 5년간 약 1,000억 원을 지원하는 교육부 정책 사업이다. 해당 정책을 시행하게 된 배경은 수도권-비수도권 간 격차 심화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대학 주도의 자율적 혁신을 이끌기 위함이다. 특히 위기 상황에 대응해 대학과 지역사회 간 결속력 있는 파트너십을 맺어 글로벌 수준의 동반성장 견인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대학 재정지원 사업과 차별된다.


 지난 6월 1일, 충북대학교(이하 충북대)와 한국교통대학교(이하 교통대)는 통합을 기반한 '글로컬대학30 사업'에 공동 신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충북대는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교내 △동문 △교수 △교직원 △단과대학 학생회와 사업 설명회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대도 지난 5월 25일 교직원 70% 찬성을 받으며 상생 발전안을 이끌어 냈다. 교육부의 '글로컬대학30 예비지정 결과' 보도자료에 따르면 충북대와 교통대는 공유→연합→통합을 이번 통합의 핵심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대학 △지자체 △산업체 등 지역 주체와 공유 및 협업 활동을 통합 관리하는 혁신 모델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충북대 개신캠퍼스 및 오송캠퍼스를 충북 10대 산업 중심 연구 중심대학으로, 교통대 충주캠퍼스 및 의왕캠퍼스를 첨단미래 학문 특화대학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순항'하던 통합 논의, '난항' 속으로


 통합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온 후, 지난달 31일 두 대학은 통합 교명의 미래지향적 협의 제정 등이 담긴 단계적 통합 원칙에 합의하면서 형식적인 절차만 남겨 놓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논의가 진행될수록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특히 양측 학생 대표의 반발과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26일 교통대 제40대 도/전 총학생회는 SNS에 입장문을 내고 충북대에서 개최한 총장과의 간담회에서 나온 “졸업장 변경 및 단과 대학 이전은 없을 것”이라는 발언에 유감을 표했다. 이어 ‘수평적 통합’을 언급하며 “새로운 교명 사용을 적극 주장하고 졸업장 통합 교명 기재에 대해서도 협의를 이어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 날인 27일 충북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입장문을 올리며 통합에 대한 갈등이 불거졌다. 충북대 글로컬대학30 학생추진위원회(이하 충북대 추진위) 및 교통대 글로컬대학30 학생추진위원회(이하 교통대 추진위)는 각각 통합의 방향성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표했다. 지난 7월 11일 교통대 추진위는 SNS를 통해 졸업증명서에 새로운 교명 표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에 충북대 추진위는 △교명 변경 △졸업장 동일 교명 표기 △단과대학 이전에 공식적으로 반대를 표명했다. 이후 교통대 추진위는 교명 변경에 대한 충북대 고창섭 총장의 “협의는 하겠으나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는 발언 등을 문제 삼으며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외에도 교통대 추진위는 성명을 통해 충북대 내부 구성원들의 발언을 ‘실언’으로 지칭하며 “양측 대학의 통합을 수평적 통합과 미래지향적 협의가 아닌 미래 구조조정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압도적 찬성' 속 양측 학생 반응은 엇갈려


 지난 4일 충북대 중앙운영위원회는 학생들의 권익을 위해 시위 진행에 대한 내용을 담은 예고문을 공개했다. 이는 교수회, 직원회 등 다양한 주체와의 대화를 통해 의견 수렴 방식에 대해 합의를 진행했으나 원활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데 따른 것이다. 애당초 학생 대표 측은 ‘투표를 진행해 한 주체라도 반대할 시 사업 추진을 중단한다’는 합의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결국 최종 논의에서 ‘세 주체 중 두 주체가 반대일 때 사업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빠진 채 합의문이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충북대 통합반대 학생연합은 “합의되지 않은 통합을 지속 추진한다면 추가로 교내 및 교육부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대대적인 서명운동을 진행해 대학본부와 교육부에 전달할 예정이다”고 부연했다.


 이후 충북대와 교통대는 대학 3주체(△교수 △교직원 △학생)를 대상으로 통합 추진을 위한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충북대의 투표 집계 결과△교수 89.97% △교직원 93.83% △학생 59.15%의 투표율을 기록했고 이목이 쏠렸던 학생 투표에서 87.41%가 반대로 집계됐다. 교통대의 투표 집계 결과 △교수 91.95% △교직원 92.33% △학생 64.86%의 투표율을 기록했고 전반적으로 70%를 웃도는 찬성률을 기록했다. 여전히 양측 대학 학생들이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양 대학은 이번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글로컬대학30 본심사에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김태규 기자 Ι taekue@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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