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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눈을 믿지 마라, 뇌를 믿어라
  • 이수민 기자
  • 등록 2023-10-03 19: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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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객과 소비자를 홀리는 마성의 게슈탈트
우리는 흔히 착시 현상을 겪다가 도무지 무엇이 올바른 시각 정보인지 알 수 없게 됐을 때 종종 '게슈탈트 붕괴'라는 말을 사용하곤 한다. 때로는 마술 같기도, 마법 같기도 한 이 착시 현상이 심리학에 근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이에 본지는 눈과 뇌에 얽힌 신비로운 이야기, 게슈탈트 심리학의 과거부터 현재까지를 총망라해 봤다.


프레임 너머를 꿰뚫는 초능력자들


 게슈탈트 심리학은 형태 심리학의 하위 갈래로 인간의 조직화 본능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초기 연구자 막스 베르트하이머는 인간의 뇌가 시각적 요소를 수용하는 즉시 정보를 재구성해 하나의 총체로 인식하고자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무언가를 볼 때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상식 혹은 과거의 경험을 통해 보강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미디어 매체가 발달한 지금, 게슈탈트 심리학은 UI/UX 디자인, 영화 영상 분야에 널리 쓰이며 소비자 혹은 관객에게 색다른 자극을 선사하고 있다.


게슈탈트 심리학, 웹 디자인계를 뒤집어놓으셨다


 게슈탈트 심리학을 이해하려면 우선 지각적 집단화에 대한 개념을 확립해야 한다. 지각적 집단화는 화면 요소를 개별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하나의 형태로 묶어 인식하는 원리를 일컫는다. 이 원리는 총 6가지의 법칙으로 구성되는데 그중에서 가장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유사성의 법칙’이다.


 이는 서로 유사한 요소를 조직적으로 인식한다는 법칙으로 무의식중에 규칙을 찾고자 하는 인간 심리를 이용한다. 예를 들어, 빨간 네모와 파란 세모가 번갈아 등장하는 그림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비슷한 색, 모양 등으로 집단을 나눠 분류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근접성의 법칙’에 따르면 뇌는 서로 가까이 놓인 요소들을 조직화한다. 위와 같은 원리는 디자인 업계에 유용하게 사용되며 웹 디자인 종사자의 경우, 구분 짓고 싶은 정보들 사이에 거리를 둬 소비자들에게 시각적 편리함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중간에 끊기는 이미지보다 부드럽게 연속되는 직선 혹은 곡선으로 이뤄진 시각적 요소들을 더 잘 인지하게 되는 ‘연속성의 법칙’, 불완전한 형태의 연결되지 않는 부분을 임의로 폐쇄해 △원 △사각형 △삼각형 등 완전성을 갖춘 도형을 연상하게 되는 ‘폐쇄성의 법칙’이 지각적 집단화 원리에 해당한다.



영상으로 만나는 게슈탈트 심리학


 규격이 정해진 프레임에 서사를 담는 영화는 구도 설정 및 연출 과정에서 게슈탈트 심리학을 적극 활용한다. 이것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클로즈업’이다. 클로즈업이란 인물의 얼굴 전체를 보여주는 카메라 샷의 한 종류로 표정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과감히 배제하며 인물의 감정을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데 효과적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클로즈업 샷에서 신체의 일부가 잘려도 관객들이 어색함을 느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심리적 클로저’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심리적 클로저는 인간의 상상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화면 속 피사체의 머리 윗부분이 보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간의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저 위에 공간이 존재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를 잘 활용하면 프레임 즉, 영상을 가둔 틀에서 벗어나 관객과 훨씬 가까이서 교감하는 이른바 좋은 영화가 탄생하게 된다. 반대로 피사체의 △목 △무릎 △발목과 같은 관절 부위를 자른 프레임을 이용하게 되면 관객은 이를 독립된 이미지로 인식하기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불편감을 초래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게슈탈트 심리학의 발견 덕분에 현대의 매체는 관객과 더욱 더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을 익힐 수 있었다. 어쩌면 지금도 영화는 나도 모르는 새에 프레임 너머를 들여다보는 우리들을 향해 소리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게슈탈트의 비밀을 알고 있는 바로 당신, 프레임 이면의 진정한 메시지까지 꿰뚫어 봐 달라고 말이다.


이수민 기자 Ι leesoomin2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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