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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공기질 확보를 위한 환기의 필요성
  • 편집국
  • 등록 2023-09-15 01:4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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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건축공학과) 교수


 중국의 고도성장 시기에 미세먼지 문제 등으로 촉발된 공기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전 세계적인 팬데믹을 초래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생으로 급상승하였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감염자의 호흡기 침방울(비말), 표면접촉, 공기 등을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부분의 감염은 밀접 접촉(주로 2m 이내)에 의해 발생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환기가 부적절하게 이루어진 실내 공간에서 감염자와 같이 있거나 감염자가 떠난 즉시 그 밀폐 공간을 방문한 경우에도 감염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코로나19 및 호흡기 감염병 전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슬기로운 환기 지침(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밀폐된 환경에 감염자가 체류한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환기량이 많아질수록 감염 위험이 낮아진다. 10분 내외의 자연환기 또는 다중이용시설의 지속적인 환기설비 가동으로(환기횟수 3회/h 기준) 실내 오염물질 농도 및 공기전파 감염위험이 1/3까지 감소한다.

 


 현재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각 공간에서 환기를 어떻게, 얼마나 하는지는 감염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보이지만, 지속적인환기나 공기질 관리는 팬데믹 이후에도 여전히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 사회에서 공기 중의 위험 인자는 코로나 바이러스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연간 700만 명이 대기오염으로 사망하며 그중 380만 명이 실내공기오염(Household air pollution)에 의해 조기 사망(premature deaths)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전 세계 인구의 거의 모든(99%) 사람이 WHO가 정하는 기준을 초과하는 오염된 공기질에 노출되고 있다. 또한, 2020년 12월 영국에서는 세계 최초로 ‘대기오염’을 공식적인 사망원인으로 인정한 판례가 나오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2006년부터 건축되는 100세대 이상의 아파트에 환기설비의 설치를 의무화하였다. 2016년에 국토교통부가 서울 및수도권 공동주택 단지의 입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환기의 중요성에 대해 전체의 약 95%가 중요(매우 중요 86%, 약간 중요 9%)하다고 응답하였으며, 실내 환경에 대한 불만족 원인으로는 환기 부족이 28%, 실내 공기질 불량 26%, 온습도 24%, 결로 문제 15%로 나타났다. 설치된 환기설비의 사용법에 대한 인지도 조사에서는 38%의 응답자가 전원을 켜고 끄는 정도만 알고 있다고 대답했고, 27%의 응답자는 그마저도 모르거나 전혀 모른다고 답하여 조사 대상의 65%에 해당하는 가정에서 설치된 환기설비와 사용법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효율적인 환기설비 가동이 어려운 것으로 파악되었다. 동 설문조사에서 하루 중 환기설비 가동 시간은 1시간 미만 41%, 1∼2시간 미만 23%, 가동하지 않는 경우 22%로 24시간 상시 환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기설비의 청소 및 유지관리 빈도는 전혀 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경우가 무려 절반에 달한다. 이처럼 기계환기 설비가 설치되어 있더라도 적절한 청소 및 유지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실내 공기질 확보를 위한 적절한 환기를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시행규칙을 통해 해당 규칙을 위반하면 경고나 개선명령부터 영업정지, 영업장 폐쇄 명령까지의 행정처분 기준을 두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이 영업형태별, 위반사항별, 위반횟수별에 따라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있어 적용이 까다롭고 행정기관의 실질적인 점검이나 단속이 쉽지 않은 현실에 비추어보면 동 규칙이 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지금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환기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국내 환기설비의 유지관리 기준 정립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필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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