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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더하기] 더 많은 여성이 필드 위를 달릴 수 있도록
  • 김민제 수습기자
  • 등록 2023-09-14 21: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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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여자축구에 필요한 변화의 움직임
최근 ‘골 때리는 그녀들’이 아마추어 여자축구의 신세계를 선보였다. 여성 스포츠 예능이 흥행함에 따라 자연스레 국내 프로 여자축구팀도 함께 주목받았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한국 여자축구는 재정 지원은 차치하고 체계적인 시스템도 구축되지 않은 열악한 상황이었다. 이에 본지는 한국 여자축구의 실정과 발전 방향에 대해 알아봤다.

조명받지 못하는 여자축구


 지난달 20일, 2023 FIFA 여자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비록 토너먼트 단계에 진출하진 못했지만 △2003년 △2015년 △2019년 그리고 올해에 이르기까지 약 4번에 걸쳐 본선 진출에 성공했고 지난 2015년에는 16강까지 오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하지만 한국의 여자축구는 여러 차례 유의미한 성적을 갱신했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조명받지 못 하는 상황이다. 월드컵 직전인 지난 7월 8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평가전의 관중 수는 만 명을 넘기지 못했고 이번 월드컵의 첫 경기였던 콜롬비아전은 방송국 3사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이 1.7%로 나타나며 대중들의 관심도가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출처: 대한축구협회 인스타그램

한국 여자축구 비활성화의 원인을 찾아서


 우선 한국의 공교육 과정 내에서는 축구를 접하기 어렵다는 것을 지적해볼 수 있다. △잉글랜드 △호주 △독일 등의 국가는 공교육 과정에 축구를 편성해 축구에 관심이 있거나 재능을 드러내는 학생들이 학교 축구팀, 지역센터 등으로 연계돼 쉽게 축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반면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남자축구부가 개설된 초등학교는 357개에 달하지만 여자축구부가 개설된 곳은 총 17개뿐으로 여학생들이 축구에 관심을 가진다고 해도 쉽게 시작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른 결과로 지난 2014년 1,341명에 이르던 유소녀 전문 축구 선수들의 수가 2020년에는 916명으로 하락하며 한국 여자축구를 이끌 차세대 유망주 육성에 비상이 걸렸다.


 두 번째로는 선수 육성 체계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좋은 인재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유소녀들이 경쟁하고 그중 더 뛰어난 선수가 위 레벨로 올라가는 피라미드 형태의 구조가 필요하다. 대한민국 여자축구 대표팀 콜린 벨 감독은 이런 문제에 대해 “12세, 13세 등 선수들이 서로 경기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냈다. 실제로 많은 외국의 여자축구가 피라미드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특히 독일은 1부 리그에 속한 여자축구팀은 유소녀 팀과 2군 팀을 의무적으로 보유하도록 하며 유소녀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여자축구는 유소녀 팀과 관련된 어떤 조항도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끝으로 리그 시스템 역시 개선돼야 할 점이 많다. 축구는 상위 리그와 하위 리그로 나뉘는데 직전 시즌 성적에 따라 최상위 몇 팀이 상위 리그로 올라가고 최하위 몇 팀이 하위 리그로 내려가는 승격과 강등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여자 성인 레벨 리그의 경우 잉글랜드는 최상위 1부에서 7부, 독일은 8부 리그까지 운영 중이지만 국내에서는 1부 리그만 운영되고 있다. 즉, 강등과 승격이 존재하지 않아 매년 같은 8개 팀이 경쟁하고 순위에도 큰 변화가 없는 것이다. 이런 리그 시스템에 대해 전 축구 국가대표 이상윤 선수는 “강등과 승격은 선수들의 열정과 사기 증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제도다. 1부 리그 체제 속에서 선수들의 전력은 불가피하게 하락할 수 밖에 없다”며 변화의 움직임을 촉구했다.


시스템 개선과 관심, 한국 여자축구를 살릴 키워드


 한국 여자축구에 있어 대중들의 인식 부족 역시 큰 아쉬움 중 하나다. 하지만 활성화를 위한 환경 조성과 시스템 구축이 먼저 필요하다. 전 대한민국 여자축구 국가대표 전가을 선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띄는 시스템 변화라고 생각한다. 생각을 떠나 제시와 실천을 한다면 충분히 더 나아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시스템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내 여자축구에 대한 대중들의 많은 관심도 필요하다. 대중들의 관심이 존재해야 국내 여자축구 시스템의 개선이 더 활발히 이뤄질 수 있고 국내 리그의 발전은 곧 월드컵, 아시안게임 같은 국가대항전에서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의 여자축구 발전과 함께 필드 위를 가르며 꿈을 꾸는 여성 청소년들이 많아져 한국 축구가 남녀 모두의 꿈이 실현될 수 있는 무대로 거듭나길 바란다.


김민제 수습기자 Ι k.minje@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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