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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보도] 출튀, 과연 대학 생활의 낭만인가
  • 정가은 기자
  • 등록 2023-09-14 21:31:31
  • 수정 2023-09-15 0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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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칙이 말하는 성적과 출석의 밀접한 관계
출석 후 수업 이탈 행위, 일명 ‘출튀'를 아는가. 매 학기 본교 익명 커뮤니티에는 출튀 목격과 더불어 교수의 적발 사례가 심심찮게 올라온다. 누군가는 이를 사소한 일탈이자 대학 생활의 낭만으로, 누군가는 심각한 피해를 끼치는 행위로 본다. 이에 본지는 ‘출튀’에 대한 본교 구성원의 입장을 듣고 심각성을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학생 △교수 △학사혁신팀 △교수학습개발센터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출석성적에 얼마나 영향 미치나

 

 본교 학칙 제11장 제37조는 ‘결석시수가 수업시수의 1/4을 초과한 학생의 성적을 F로 처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주로 15주차 동안 수업을 진행하는 본교의 경우 4번째 결석부터는 F로 처리된다. 출석의 성적반영 비율 역시 높다. 학칙 제38조에 따르면 성적평가 비율은 강의 교수가 임의로 설정할 수 있지만 학칙에서 제시하는 출석 성적 비율은 30%다. 학칙에 따라 출석성적을 30%로 책정한 강의는 본교 2,150개 강의 중 총 1,285개로 절반에 달하지만 82개의 강의가 40% 이상이라는 높은 출석 반영비율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듯 출석은 성적에 큰 영향을 끼치지만 출석 후 수업 이탈 행위(이하 출튀)의 경우 적발되지만 않으면 출석으로 인정돼 해당 학생은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출튀 별로 상관없다” vs “문제가 있다

 

 본지는 출튀에 대한 본교 학생들의 생각을 알아보고자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4일까지 출튀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설문조사 참여자 79명 중 출튀 시도 학생 36명(45.6%)과 비경험 학생 43명(54.4%)의 의견을 조사했다. 출튀 비경험 학생들은 ‘출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별로 상관없다 12명(27.9%) △문제가 있다 30명(69.7%) △기타 1명(2.3%)으로 다수의 학생이 출튀가 문제라고 답했다. ‘별로 상관없다’고 응답한 학생들은 수업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수업을 듣지 않는 것은 개인이 책임질 일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조별 프로젝트 및 그룹 활동의 경우 엄격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문제가 있다’고 응답한 학생들의 경우 대부분 출튀 학생과 일반 학생들이 동일한 성적을 받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그 외 이유로는 △수업 분위기를 해침 △교수에 대한 무례한 행위 △출튀를 가볍게 생각하는 태도라고 답했다.

 

반복적인 출튀 발생이유는 아까운 시간

 

 출튀 시도 학생 36명 중 출튀 시도 횟수가 1회에 그친 학생 수는 7명이다. 2회 이상 출튀를 시도한 학생 수는 29명으로, 그중 10명은 5회 이상 출튀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또한 복수응답이 가능한 ‘출튀의 이유는 무엇입니까’란 질문에 △‘강의의 질적 문제로 시간이 아깝다 느껴져서’가 21명 △‘강의를 듣지 않고도 성적을 잘 받을 수 있어서’ 13명 △‘개인 일정이 강의와 겹쳐서’ 13명 △단순 귀찮음 7명 △기타 3명이 답했다.

 

 강의의 질이 가장 큰 출튀 이유로 제기된 만큼 높은 수준의 강의를 제공하는 것은 출튀 행위를 줄이는데 중요하다. 본교는 강의 질을 유지·향상하기 위해 학사혁신팀의 주관하에 매 학기 2번의 강의평가를 진행한다. △교육내용 △교육방법 △교육운영 및 태도 △과제 및 평가 △교육환경의 5가지 영역에 따라 평가를 진행한 후 기준에 미달된 강의는 개선 조치가 이뤄진다. 해당 교수의 강의 장면을 영상으로 찍고 외부 컨설턴트에게 보내 분석을 맡기면 교수는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 계획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연구년이나 보직 인사를 못 받게 하는 등 제재가 가해진다.

 

출튀의 현장에서 학생과 교수에게 묻다

 

■배현오(도시교통공학·4) 

 지난 학기 수강한 기초교양에서 12명의 학생이 출튀를 한 것을 목격했다. 당시 다수의 학생이 이탈해 자리가 비자 교수님이 출석을 다시 부르며 해당 학생들은 무단조퇴 처리됐다. 타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교수님은 학생들에 대한 태도에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으며 재호출 과정에서 수업 흐름이 깨졌다.

 

■이국희(교양학부교수

 쉬는 시간이 끝나면 학생 수가 줄어드는 등 출튀 목격 사례가 정말 많다. 졸업을 위해서는 원치 않은 강의를 들어야 하는 일이 발생하다 보니 출튀가 계속 발생하는 것 같다. 하지만 어떤 강의이든 의미와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학생의 역할이며 대학은 이를 배우는 곳이라 생각한다. 이에 출튀를 가볍게 생각하기보다 도망가는 친구를 말리는 문화를 만들어가길 바란다. 교수는 출튀에 대한 일관된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출튀를 넘어가거나 적발 후의 조치 등 해당 기준을 사전에 공지하고 강의 수강 여부를 학생이 판단하도록 해 타 학생들의 불만을 방지해야 한다. 또한 학교 측은 3시간 수업을 1시간 30분씩 분할하는 것처럼 출튀를 막을 수 있는 수업 운영 방식을 연구하는 등 출튀는 △교수 △학생 △학교가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하는 문제다.

 

정가은 기자 Ι 202210059@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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