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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건강한 장기투자였다면 휩쓸리지 않았을 걸
  • 박선우 기사
  • 등록 2023-09-14 21:2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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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쏠림현상, 타인의 기대에 의한 투자
최근 국내 연구진들의 상온 초전도체 개발이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관련 종목에 단기적으로 급격하게 투자가 몰렸다가 빠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처럼 주식시장에 빈번하게 일어나는 위와 같은 현상들은 시장에 건전한 영향을 미치는 상승 곡선이 아니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이에 본지는 ‘쏠림현상’이 왜 발생하는 것인지 자세히 알아봤다.

‘주제’의 쏠림, 너도나도 한 종목에 올인

 

 쏠림(herd behavior)은 사전적 의미로 개인들이 상호간의 조정 없이도 비슷한 행동을 취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은 사실 우리의 본원적인 행태로서 넓은 의미에서 인간뿐 아니라 동물들이 무리지어 다니는 경우까지 포함한다. 


 다만 이러한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로서의 쏠림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합리적 의사결정의 주체들이 어떠한 상황 속에서 이뤄내는 쏠림현상, 즉 경제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야 말로 ‘쏠림’의 주요 관심사다.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에서 특정 종목에 집중 투자되는 현상을 떠올리겠지만, 금융시장 속 쏠림현상은 훨씬 다양하다. 이를테면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가 쏠리면서 장기채 매입이 급증한다거나 △금융회사의 마케팅이 의사, 변호사 등 특정 직종에 집중되는 것 △은행들이 너도나도 주택담보대출을 경쟁적으로 확대해 부동산시장이 과열되는 등의 사례들은 전부 쏠림현상의 일종이다. 물론 이 가운데서도 가장 특징적인 것은 ‘주제’의 쏠림이다. 앞의 사례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금융기관들이 중소기업 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로, 다음에는 우량고객 확보 경쟁으로 몰려다니는 현상 자체가 하나의 쏠림현상인데, 특정 이슈에 집중하는 이들의 영업 전략은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이슈가 된 종목에 몰리는 상황과 유사하다.


다른 투자자들의 예측을 예측할게. ‘미인대회 현상’

 

 이러한 주제의 쏠림은 왜 생기는 것일까? 경제학자 케인스는 주식시장의 전문적인 투자자들이 특정 주식의 내재가치에 대한 깊이 있는 조사연구에 근거해 투자하지 않고, 다른 투자자들에게 매력이 있는지에 주목한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 미인대회(beauty contest)의 심사위원들과 유사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투자자를 미인대회의 투표자로 생각해보자. 시장에서의 투자는 100매의 사진 가운데서 가장 얼굴이 아름다운 6인을 선택해 그 선택이 투표자 전체의 평균적인 선호에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상품이 수여되는 투표로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 각 투표자는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얼굴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투표자들의 성미에 가장 잘 맞을 것으로 생각되는 얼굴을 선택해야 한다. 여기에서 문제는 자기의 최선의 판단으로서 진실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선택하는 것도 아니며, 더구나 평균적으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되는 얼굴을 선택하는 것도 아니다. 평균적인 의견이 어떤 평균적인 의견을 기대하고 있는가를 예견하는 것에 집중하는, 이른바 제3차의 영역에 도달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이들을 투자자로 돌이켜보자. 이는 곧 투자자들이 특정 자산의 내재가치에 대한 분석보다는 다른 투자 가들의 예상에 더 관심이 있다는 말이다. 바로 이것이 ‘미인대회 현상’이다. 그리고 미인대회 현상이 발생해 쏠림이 유발될 수 있다는 이론은 이후 투자가의 시야가 ‘단기’일 경우로 정립됐다.


쏠림현상에 휩쓸린 너, 단기투자자 


 장기적인 시야를 가진 투자가의 경우를 보자. 특정 종목의 자산을 장기간 보유할 경우, 그 자산의 내재가치가 실현되는 것을 기다리게 되기 때문에 다른 투자가의 기대에 별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 그러나 단기에는 다른 투자가의 투자행위에 따라 가격이 변동하기 때문에 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가의 투자시야가 단기일 경우 쏠림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은 금융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수익-고위험 추구행태를 유발 △주식시장 관련 세제가 투자의 단기화를 유도 △자산운용자에 대한 낮은 신뢰가 장기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 문제점을 지적해주는 지표나 다름없다. 


 쏠림현상은 시장실패로 분류할 수 있다. 즉, 정부의 개입이 정당화된다. 다만 정부 정책이 오히려 시장의 쏠림을 유발한 경우도 많았던 만큼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앞선 시사점들의 근본적인 원인인 단기 투자 체계를 장기투자에 적합하도록 유도하는 방법들이 바람직하다. 


박선우 기자 Ι 202110242psw@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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