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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획] 오랜 기간 자리 지킨 경기탑, 44년 만에 기억 속으로 스러지다
  • 김태규 수습기자
  • 등록 2023-09-14 21:28:19
  • 수정 2023-09-15 00: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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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전한 캠퍼스 만들기 위해 다 같이 노력해야
지난달 26일 안전 문제로 갑작스럽게 경기탑이 철거됐다. 이후 본교에 위치한 다른 시설물의 안전성 또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등장했다. 이에 방학 중 많은 환경 개선 및 안전 관련 공사가 진행됐다. 본지는 본교 수원캠퍼스 시설관리팀 및 서울캠퍼스 관리지원팀과 인터뷰 진행을 통해 자세한 상황을 알아봤다.

수원캠퍼스의 시작을 함께하다


경기탑은 본교 정문에 위치한 조형물로 수원캠퍼스 이전 논의 및 기공이 시작된 1979년 구축된 것으로 추정된다. 본래 서울특별시 종로구 연지동에 있던 캠퍼스가 1979년 대학 이전 인가를 받으며 현재의 수원캠퍼스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수원캠퍼스를 조성하며 제1강의동(진리관)을 가장 먼저 준공했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상징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본교 측 설명이다. 경기탑 구축에는 당시 본교 한국화전공 교수가 건축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설계도를 통해 정확한 건축 기준을 지켜 구축된 시설물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본교의 건학 이념이나 비전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40년이 넘는 역사성을 지닌 의미 있는 시설물임은 분명하다.


‘40년 넘게 버텼지만···’ 결국 안전에 빨간불


 수년 전부터 경기탑의 안전성 문제가 곳곳에서 발견됐다. 콘크리트가 부식되며 철근이 외부로 노출되고 시설물 자체가 기울어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다. 이에 본교 측에서도 유지보수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구조보강을 진행해왔다. 다만 경기탑은 강의동과 같은 일반 건축물과 달리 본교의 정기적인 안전진단 대상이 아니기에 체계적인 관리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할 정도로 콘크리트 균열 및 철근 노출이 심하게 진행됐고 다시금 안전에 대한 문제가 대두됐다. 외관 1차 조사 후 안전진단 권고에 따라 본교는 건물 안전진단 기관인 ㈜CK구조엔지니어링에 외부 용역을 맡기고 안전진단에 착수했다. 이후 지난달 1일 경기탑을 대상으로 안전진단이 실시됐고 안전진단 현장 조사는 크게 △외관조사 △탄산화 측정 시험 △바닥변위조사로 이뤄져 진행됐다.


안전진단 결과 붕괴 가능성 有 “사실상 보강 어려워 철거 필요”   


 외관조사 결과 육안으로 노후화가 확인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구체적으로 시설물의 △균열 △박락 △철근 노출 등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경기탑 상부에서는 콘크리트 박리 현상과 균열이 곳곳에서 조사됐으며 콘크리트 덩어리가 떨어져 나간 자리에서는 내부에 위치한 철근이 드러나 있었다. 하부에서는 지반 침하에 따른 석재 마감재의 △변형 △균열 △코킹 이격 현상 등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콘크리트의 남은 수명을 파악할 수 있는 ‘탄산화 측정 시험’도 병행됐다. 이를 통해 탄산화 현상이 콘크리트 내에 매입된 철근 부식에 주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데 보통 시험 대상에서 채취한 콘크리트 시료에 페놀프탈레인 용액을 분무해 그 깊이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경기탑 상부를 대상으로 진행된 해당 시험에서 탄산화 최고 깊이는 56.01mm로 평가 평균 점수 ‘C’를 받았다. 바닥변위 조사에서도 정면을 기준으로 우측으로 심하게 기운 것이 파악됐다.


 ㈜CK구조엔지니어링의 안전진단 평가 결과에 따르면 경기탑은 외부 콘크리트의 균열뿐만 아니라 내부 철근의 부식도 추가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캔틸레버 구조상 태풍, 지진 등의 환경적 영향에 취약할 수밖에 없으며, 특히 상부에 위치한 횃불 조형의 경우 ‘취성파괴’에 대한 저항력이 매우 취약하다고 밝혀졌다. ‘취성파괴’란 사전변형 징후 없이 유리와 같이 순간적으로 깨지며 파괴되는 현상으로 조형물 근처 행인이나 지나가는 차량을 위협할 수 있어 시급한 조치가 필요했다. 이에 따라 현 국가건설기준을 만족하는 구조보강 진행 혹은 철거가 권고됐다.


사고 위험에 철거 결정, 아쉽다는 반응 이어져


 본교 시설관리팀은 1차적으로 예산과 안전성 문제를 고려해 철거 진행에 잠정적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후 본교 △교수회 △노동조합 △총동문회 △총학생회에 철거 의견을 전달했으며 의견 수렴을 위한 절차가 진행됐다. 4개의 단체 모두 안전 문제와 관련해 경기탑 철거에 동의했다. 특히 중앙운영위원회 측에서도 ‘안전 문제 예방 차원에서 경기탑 철거에 동의하나 본교의 고유 역사와 문화에 골이 깊다고 판단해 일부 보존 및 이후 구성원과 상징물 재건축 논의를 요구한다’는 의견을 본교 측에 전달했다.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이후 철거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지난달 11일 본교 전략기획팀 주관으로 진행된 ‘공간 및 시설활용위원회’에서 경기탑 철거와 관련된 안건이 통과됐고 내부 결재를 통해 철거가 결정됐다. 이에 따라 ‘경기대학교 2022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의 사진 촬영이 끝난 이후인 지난달 26일에 철거가 이뤄지며 경기탑은 본교의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다만 추후 경기탑을 대체할 구조물이나 조각상 건립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새로운 랜드마크 건조에 귀추가 주목된다.


 재학생들은 경기탑 철거에 큰 아쉬움을 표했다. 본교 익명 커뮤니티에 ‘역사의 뒤안길로 간 경기탑..’이라는 글과 함께 철거 공사의 사진이 게재됐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철거 이유를 묻는 등 여러 의견을 남겼다. 실제로 본교에서 경기탑은 재학생들에게 만남의 장소이자 하나의 교내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러한 상징성을 비춰 봤을 때, 본교 및 총학생회 측의 경기탑 철거 사전 공지 부재는 많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새 학기 위한 단장 마친 수원캠퍼스 


 


 방학 기간에도 본교 시설관리팀은 시설물 안전 및 환경개선 공사에 바삐 움직였다. 이에 본지는 본교 시설관리팀 이필범 팀장과 인터뷰를 진행해 방중 교내 시설물 공사 현황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환경 개선 공사로는 교육인증 우수학과 강의실을 대상으로 △전자칠판 설치 △내부 인테리어 △개별 냉난방기 시스템 설치가 이뤄졌다. 또한 건강증진센터를 제5강의동(덕문관)으로 이전하는 공사가 진행됐다. 본래 제3강의동(애경관)에 위치했던 건강증진센터는 학교의 주요 편의 시설과 거리가 멀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본교는 건강증진센터를 본교 중앙에 위치해 유동인구가 많은 제5강의동(덕문관) 2층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선택했고 리모델링 후 내달 내로 완전한 이전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외에도 △텔레컨벤션센터부터 어울림관까지의 보도 및 계단 토목공사 △횡단보도 도색 △교수연구동 지하 1층 주차장 개선 공사 △교내 강의동 실험실 안전 개선 공사(신소재공학전공 및 생명과학전공) △추락 위험공간 안전펜스 설치 등이 진행됐다.


안전 문제 지적됐던 5강의동···“안전진단 B등급이 목표”


 

 약 8년 전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던 제5강의동(덕문관)은 이번 하계 방학 공사를 기점으로 점진적으로 진행해온 구조보강 등의 유지보수를 끝마쳤다. 2층 외벽을 포함한 구조보강을 했으며 학생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전 층 화장실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본교 시설관리팀 이필범 팀장은 이번 제5강의동(덕문관) 공사에 대해 “안전에 대해 학생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공사를 끝으로 2학기에 예정돼 있는 안전진단 검사에서는 B등급을 기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이 밖에도 △제7·8·9강의동 난간 설치 △제4·5강 사이 환경 개선 사업 △경기탑 옆에 위치한 잔디밭 주변 휴식공간 조성 등의 공사가 예정돼 있다.


서울에서도 “학생 위한 캠퍼스로 거듭나겠다” 다짐


 본교 서울캠퍼스도 학생들을 위한 새 단장을 마쳤다. 본관(금화관) 5층 강의실의 석면 천장 마감재를 모두 교체하고 벽을 재도색했다. 또한 2층에 위치한 전산실습실은 블라인드 교체 및 전자칠판 설치로 새롭게 재탄생했다. 야외 운동장의 경우 좌석이 돌로 구성돼 있는데 일부 좌석이 파손되고 페인트칠이 벗겨지는 등 노후화로 인해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이에 본교 관리지원팀 오세철 팀원은 “운동장 뒤편에 위치한 산에서 흘러내리는 지하수가 좌석의 페인트를 훼손시키는 주원인이다”라고 설명하며 “우선적으로 현재 벗겨진 페인트를 깔끔하게 걷어내고 표면을 다시 정리하는 작업이 예정돼 있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이외에도 학생 식당 좌측으로 자판기가 위치했던 공간은 리모델링을 거쳐 학생들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글·사진 김태규 수습기자 Ι taekue@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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