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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기자는] 영화관에서 되찾은 일상에서의 해방
  • 정민 기자
  • 등록 2023-09-14 21:2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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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면보다 이로운, 제대로 보는 영화 한 편
누구나 정신없는 일상 속에서 잠시라도 해방되고 싶은 순간이 있죠. 저마다 방법은 다르지만 ‘나만의 시간’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본지에서는 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새로 생긴 정민(국어국문·2) 기자의 취미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요즘 기자는 


 경기대신문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신문편집국에서 대학팀장으로 활동 중인 국어국문학과 22학번 정민입니다. 자칭 ‘취미부자’임을 주장하고 있는 기자는 지금껏 쌓아온 취미가 꽤 많습니다. △드라마 시청 △음악 감상 △가사 해석과 과몰입 △소소한 수집 △편지 작성 △블로그 작성 △‘동물의 숲’ 게임 △그림그리기 등 한 번씩 깊게 빠졌던 취미들을 얕지만 오래 지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취미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요즘은 취미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싶지 않아졌습니다. 손을 움직이고 머리를 굴려야 하는 취미에 소모할 힘을 다른 일에 쓰려고 하는데 주로 신문사 업무가 8할을 차지합니다. 집에서 취미생활을 즐겼을 시간에 일을 하고, 일이 없을 땐 바람 빠진 풍선처럼 퍼질러졌습니다. 일의 유무에 따라 에너지의 격차는 벌어져 갔고 취미생활을 할 여유를 잃게 됐습니다. 이 생활의 반복 끝에 기자는 한심한 제 자신을 볼 수 있었고 이에 ‘밖에 나가기라도 하자’하는 마음에 영화관에 가게 됐습니다. 


극장에서 보는 영화, 몰입은 배가 된다


 올해 들어 기자는 극장을 찾는 일이 잦았습니다. 지난 7월 26일 개봉한 영화 ‘밀수’를 시작으로 △콘크리트 유토피아 △비공식작전 △오펜하이머 △달짝지근해 △타겟 등 ‘영화대전’이라고도 불릴 만큼 올여름 극장가에는 재밌는 영화들이 쏟아져나왔기 때문입니다. 흥행 영화들과 더불어 극장으로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준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할인이었는데요. 코로나19 이후 극장가의 회복을 위해 영화관 측은 할인된 가격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쿠폰을 뿌리다시피 했습니다. 덕분에 좋은 영화를 저렴한 가격에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늘었고 이 기회를 빌려 기자도 주에 한두 번씩은 꼭 영화를 보러 극장에 방문했습니다. 


 ‘영알못’으로 불릴 정도로 좋은 영화가 무엇이고 잘 만든 영화는 무엇인지 알지 못하지만 그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넷플릭스 △티빙 △디즈니플러스 등 OTT 사업이 발전해 집에서도 쉽게 영화를 볼 수 있는 요즘임에도 극장에서 관람하는 영화는 특별합니다. △어두운 내부 △환한 스크린 △공간을 가득 채우는 선명한 음질은 오직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 관객의 깊은 몰입을 돕습니다. 또한 집에서 보면 놓칠 수 있는 사소한 영화의 한 장면까지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유튜브 숏츠 등 짧은 영상물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 한자리에서 영화 한 편을 끝까지 본다는 것은 다소 어려운 과제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극장에 앉아있는 시간 동안만큼은 한 편의 영화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게 됩니다. 



영화관이 선물한 강제적 해방감 


 올해 신문사 운영진으로 활동하며 끊이지 않는 메시지와 알림을 받게 됐습니다. 가벼운 내용의 문자라도 빨리 읽고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은 어느새 강박이 돼 기자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왔습니다. 어디에 있든 기자를 따라다니는 휴대폰과 알림 소리로 짜증만 늘어가던 시기 영화관을 방문하게 됐습니다. 영화관에서는 에티켓 상 강제적으로 휴대폰을 볼 수 없기에 합법적인 방법으로 얻을 수 있는 연락으로부터의 해방감이 좋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한두 시간가량 연락을 보지 않는다고 해서 큰일이 나지도 않고, 잠시 연락을 보지 못하는 동안 세상이 멸망하지도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영화관을 찾는 일이 취미가 되며 기자 또한 ‘너무 쓸데없는 강박을 가졌던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정신없는 삶일수록 강제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합니다. 어떤 집단에 있어 내가 꼭 필요한 사람 이라면 ‘나’를 챙기는 것 또한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글·사진 정민 기자 Ι wjdals031004@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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