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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보도] 염원이 담긴 민화, 함께 즐겨보‘새'
  • 이정빈 수습기자
  • 등록 2023-09-14 21: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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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물관이 살아있다, 표본과 함께 보는 민화전
지난 6일, 본교 소성박물관에서 ‘다시, 새가 날아든다’ 개막식이 개최되며 올해의 특별전이 시작됐다.
이번 전시에는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대여한 표본과 함께 민화가 전시된다. 이에 본지는 본교 소성박물관
박효린 학예사와 인터뷰를 통해 이를 자세히 알아봤고 특별전을 직접 방문해 취재를 진행했다.


15년만에 소성으로 다시 날아든 새


 지난 6일부터 내년 6월 14일까지 본교 소성박물관에서 특별전 ‘다시, 새가 날아든다’가 진행된다. 2008년에도 본교 소성박물관은 경기 지역 대학박물관 연합전 ‘새가 날아든다’를 진행한 바가 있다. 이에 과거 전시를 되새기는 의미에서 앞에 ‘다시’를 붙여 본 특별전이 기획됐다. 본 전시는 민화에서 자주 쓰이는 소재 ‘새’를 주제로 한다. 새는 예술에서 동·서양을 넘나들며 미학적으로 사랑받는 동물로 특별전에서는 ‘새’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작품을 전시한다.


 소성박물관은 지난 2018년부터 민화 속 생물을 주제로 전시를 기획해왔다. △2018년 물고기를 주제로 ‘어장관리’ △2020년 나비를 주제로 ‘나비효과’ △작년 호랑이를 주제로 ‘제 말 하니 온, 호랑이’ 전시가 진행됐다. 소성박물관의 민화전은 하나의 주제를 깊이 있게 보여주고자 매번 다른 동물을 시리즈 형식으로 제시해왔다. 더불어 본교 소성박물관은 우리나라 최대 민화 소장관으로서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작품이 많고 외부 대여 횟수도 잦은 편에 속한다. 따라서 그 정체성을 살리며 주제를 깊이 있게 보여주고자 본 전시가 기획됐다. 


민화 속 숨겨진 당대인들의 소망


 민화 속 모든 사물은 저마다의 상징적인 뜻을 지닌다. 때문에 민화는 단순한 그림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예를 들어 고양이와 모란이 그려진 그림은 기쁜 소식과 부귀영화를 기원한다. 본 전시의 대표작품인 △노안도 △백납도 △맹응도의 경우도 그렇다. ‘노안도’는 물가의 갈대를 배경으로 놀고 있는 기러기의 모습을 그려냈다. 갈대의 한자어인 노(蘆)가 중국어에서는 늙을 로(老)와 동음이고 기러기의 한자어인 안(雁)이 평안할 안(安)과 발음이 같아 두 소재를 합해 안락한 노후라는 의미다. 두 번째 작품은 ‘백납도’로 ‘백 가지를 꿰맨다’는 의미를 지닌다. 백납도는 병풍 하나에 총 50점의 그림과 100여개의 사물이 담겨있는데 이는 다양한 것들을 한 폭의 그림으로 소유하고자 하는 당대 사람들의 박물관학적 취미를 보여준다. 마지막 작품인 ‘맹응도’는 시치미에 묶인 매의 사실적인 표현이 인상깊은 작품이다.


 

표본부터 지역예술인까지, 특별전 한눈에 보자


 본 특별전은 크게 세 파트로 나눠 진행된다. △시작하는 이에게 △비범한 이에게 △노후를 준비하는 이에게로 공간이 구분돼 주제별로 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이번 특별전의 독특한 점은 민화 작품과 새의 표본을 함께 전시한 것이다. 소성박물관은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원앙 1쌍과 참매 등을 포함한 10점의 표본을 대여했다. 대여한 표본은 민화 옆에 배치돼 새의 모습과 표본을 비교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그림을 얼마나 사실적으로 혹은 과장되게 묘사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본 전시에는 경기도에서 활동하는 2인의 지역 예술인 인세인 박 작가와 이지양 작가도 참여했다. 본교 서양화과 출신 동문 인세인 박 작가는 미디어의 통념적 이미지를 해체하는 작품을 제작해왔다. 박 작가는 작품설명에 ‘과거의 도자기와 현재의 미디어는 같은 역할을 하는 매체’라며 ‘SNS와 같은 비물질을 도자기라는 물질에 기록해 새로운 맥락을 창출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주로 사회적인 문제를 예술적으로 작품화해 관객에게 색다른 관점을 깨닫게 하는 이지양 작가는 ‘Scape’라는 흑백 사운드 영상을 전시했다. 이 작가는 ‘도시화 과정에서 인간이 그어놓은 경계 밖으로 밀려난 자연과 인공적인 자연의 괴리감을 바라보고자 본 전시를 기획했다’고 전했다.


 이번 특별전에는 관람객 참여 공간 ‘메시지 메신저’가 준비됐다. 본 공간은 ‘새 메시지’와 ‘파랑새 메신저’ 부스로 구성돼 있다. 메시지 메신저 코너는 새 관련 문헌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박물관 속 작은 도서관이다. 체험부스인 파랑새 메신저 코너에서는 5장의 엽서를 골라 원하는 상대에게 편지를 작성할 수 있다. 작성한 편지는 이후 추첨을 통해 기념품과 함께 상대에게 전달된다.


 본교 소성박물관 박효린 학예사는 “지역 예술인의 작품과 소장 민화 작품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도 재단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뒀다”고 밝혔다. 또한 “민화를 어렵고 딱딱하게만 보지 말고 언제든 누구나 편하게 와서 즐기면 좋겠다”고 전했다. 


글·사진 이정빈 수습기자 Ι 202310796@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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