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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 차 한 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 있는 사람
  • 홍지성 기자
  • 등록 2023-09-14 21: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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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 하늘 아래서 즐기는 따뜻한 차 한 모금
옛 선조들이 차를 마시며 시를 쓰던 한때를 떠올려보라. 이 얼마나 평온하고 위로되는 장면인가. 이처럼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이는 차 한 잔은 긴 시간 동안 우리 민족의 고달픔을 달래줬다. 본지는 교양의 계절 가을을 맞아 클래식한 심신 관리법, 다례 문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커피 말고 차 한 잔 할래요?

 

 길거리를 걷다 보면 제각기 다른 브랜드의 커피를 한 잔씩 쥐고 바삐 움직이는 현대인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 국내로 유입된 지 3세기도 채 되지 않은 커피 문화보다 훨씬 더 깊은 전통을 자랑하는 음행 문화가 있다. 한국의 다례 문화는 차를 달여 손님에게 권하거나 마실 때의 예법을 일컫는다. 이러한 차 음행 문화는 동아시아 전반에 퍼져있는데 흔히들 알고 있는 다도 문화는 일본의 문화며 중국에서는 다예 문화로 불린다. 다례 문화는 차의 종류와 맛의 깊이를 탐구하는 다예 문화와 격식을 중시하고 온도와 시간에 엄격한 다도를 적절히 융합해 격식에 치우치지 않는 자연스러움 속에서 예를 갖춰 손님에게 차를 대접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이러한 차 문화는 중국에서 처음 시작돼 전한 시대 이후 크게 성행한 것으로 전해져 온다. 중국은 차의 발상지답게 가장 넓은 다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전 세계 찻잎의 20%가 바로 이곳에서 생산되고 있다. 특히 덖음차 종류를 주로 즐기는 한국인에게 중국 전통 발효차는 신선한 향과 맛을 선사해 마니아층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일본의 경우 다도 문화를 예술로 승화한다. 대표적인 다도 퍼포먼스로는 말차를 준비하는 전 과정을 담은 ‘오테마에’가 있다. 오테마에는 주로 절에서 이뤄지고 차를 다 내리고 나면 절의 경치에 파묻혀 화과자와 차를 함께 맛볼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일본의 주요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서양의 티를 즐길 시간

 

 17세기 즈음 중국의 차가 네덜란드 회사에 의해 유럽 각지로 전파돼 유럽 국가의 다양한 차가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서양차 문화의 대표주자 영국에는 홍차를 마시며 △시를 짓고 △음악을 연주하고 △다기를 감상하는 문화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특히 영국은 ‘티 타임의 나라’라는 명성처럼 정해진 시간마다 마시는 차를 달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식사류와 함께 ‘브렉버스트 티’를 곁들이며 아침을 열고 디저트에 ‘애프터눈 티’를 마심으로 일과를 마무리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만큼 차 문화는 영국인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인 셈이다.


 이어지는 1858년부터 1947년까지 약 89년간 영국이 인도를 지배하면서 차 문화는 인도인들에게까지 전파됐다. 차 문화의 전파 과정에서 인도인들은 자국의 입맛을 가미해 ‘짜이(Chai)’ 문화를 탄생시켰다. 짜이는 인도 아대륙에서 주로 마시는 향신료가 가미된 밀크티로 1830년대 이후 영국 동인도 회사가 중국산 차를 대신할 인도 아삼 지방의 야생 차나무를 발견하면서 더욱더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유라시아 지방에서는 러시아가 차 문화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는 독자적인 다기인 ‘사모바르’를 발명했다. ‘스스로 열을 낸다’는 뜻을 가진만큼 사모바르는 내부에서 불을 피워 물이 끓도록 설계돼 있다. 이렇게 끓인 홍차에 과일잼을 곁들여 먹는 것이 곧 ‘러시안 티’다. 전통적인 러시아 차는 진한 홍차에 △레몬 △벌꿀 △잼을 넣어 달게 만들기도 하고 럼주나 보드카를 넣어 마시기도 한다.

 

차 한 모금으로 건강 챙기기

 

 차 문화를 즐기는 것은 심리적 안정을 비롯한 건강을 유지하는 데도 크게 이바지한다. 일반적으로 가장 접근성이 좋은 녹차는 카테킨과 폴리페놀 등의 항산화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산화작용으로 인한 세포 손상을 막아준다. 더불어 심혈관 질환과 암 등의 질병 발생 위험을 낮추는 데도 도움을 준다. 뿐만 아니라 혈당 수치를 안정시켜 당뇨병 예방 및 관리에도 효과적이다. 


 녹차나 홍차에 자스민 꽃을 섞어 꽃향기를 흡착시킨 자스민 차는 앞서 언급한 △녹차 △홍차 △자스민 꽃의 효능이 전부 함유돼 있다. 자스민은 신의 선물이라는 뜻 그대로 콜레스테롤 수치 안정을 도우며 치매나 알츠하이머 같은 노인성 뇌질환 및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출 수 있다. 더불어 자스민 차는 체중 감량과 피부 세포를 보호해 피부 건강을 챙겨주는 등 외적 요소를 가꾸는 데도 크게 한몫하고 있어 다방면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홍지성 기자Ιwltjd0423@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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