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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더하기] 싸늘하다. 영화관의 변화가 날아와 관객에게 꽂힌다
  • 홍지성 기자
  • 등록 2023-09-01 17: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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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화하는 영화관은 누굴 위한 건가요?
영화 관람료 1만 4,000원 시대, 박스오피스 실적 저조가 코로나19 탓이라는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당장 올해 상반기만 놓고 봐도 손익분기점을 넘은 한국 영화가 ‘범죄도시3’ 단 한 편뿐이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한국 극장가가 맞이한 위기의 심각성부터 추후 방향성까지 되짚어보고자 한다.

영화관의 색다른 변화, 이대로 괜찮은가?

 

 영화관은 현재 꽤 빠른 속도로 급감했던 실적을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쯤 코로나19 이전의 관람료로 돌아갈 것인지를 묻는 말에는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관람료 인하와 관련해 정해진 바가 없다”며 말을 아꼈고, 다른 영화관 역시 같은 답을 내놨다. 그렇기에 더욱이 영화관 관람료가 눈에 띄게 급상승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지난 2월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작년 한국영화산업 결산보고서는 지난해 평균 관람 요금이 9,656원에서 1만 285원으로 6.5% 증가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새로 런칭된 시네마 큐레이션은 영화관의 급감한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 빠르게 마련된 대책인 사실이 드러났다. 앞서 언급한 시네마 큐레이션은 다양한 예술 분야의 전문가 초빙해 설명을 가미한 상영회를 진행하며 관객에게 다각화된 문화적 자극을 선사하는 것이다. 그 예시로 메가박스는 유튜브 채널 ‘김복준의 사건의뢰’와 함께 ‘사건 읽는 영화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는 영화 속 가상의 범죄, 모티브가 된 범죄 등을 다루는 강연 프로그램으로 실제 범죄 수사 과정, 사건의 유형을 극장에서 심도 있게 만날 수 있다. 한 극장 관계자는 “준비했던 프로그램의 예매율이 예상보다 저조하다”고 말해 극장가의 변화가 생각보다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음을 언급했다. 이처럼 지난 2020년부터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저조한 예매율을 미뤄봤을 때 영화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이 가지는 의미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복합문화공간으로의 변화는 영화 없는 영화관의 변화로, 영화관의 본질을 크게 흐리고 있다. 

 


박힌 돌이 위협받는 콘텐츠 홍수의 시대 

 

 수많은 전문가는 영화관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는 데는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영화 산업 경영에 걸림돌이 되는 것일까? 이는 단순히 영화관만이 지닌 문제가 아니다. OTT 플랫폼 서비스가 급속도로 발달하며 영화관을 이용하는 관객 수의 하락이 주된 원인이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영화관의 관객 수는 약 1억 1,000만 명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영화관은 큰 타격을 입었고 2021년에는 약 1,800만 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그나마 올해 상반기 관객 수는 3,100만 명으로 지난 두 해에 비해서는 조금씩 회복되는 추세지만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절반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더불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비롯한 플랫폼의 독점 콘텐츠가 대거 파생돼 영화관은 그 본질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OTT 서비스를 이용하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보다 더 저렴하게 다양한 작품을 시청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굳이 영화관까지 찾아가서 영화를 보는 수고를 덜게 된 것이다. 한 편의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된 후 다른 채널에 출시되기까지 걸리는 시차를 두는 것을 홀드백 제도라고 하는데 기존 45일이었던 홀드백 기간이 코로나19 발생 이후 2주 내지는 한 달 정도로 감소했다. 이처럼 홀드백 제도가 느슨해지며 콘텐츠는 기민한 접근성을 얻었고 그 결과, 영화관은 관객들의 발치에서 더욱더 멀어지는 사태를 맞이하게 됐다.

 

영화관의 변화만으로 대작을 바라기엔 이르다

 

 현재 한국 영화는 대작들의 연이은 실패로 자체 내상을 입어 제작사와 투자자의 지원이 뜸해졌다. 개봉 전부터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작품 ‘비상선언’은 약 300억에 달하는 막대한 제작비를 지원받아 새로운 CG 및 연출 기법을 선보이고자 했다. 그러나 흥행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자 결국 감독의 특기가 신파가 아님에도 신파를 넣는 등의 상업적인 선택을 해 결과적으로 거대 상업 영화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작품으로 전락해 버렸다. 결국 비상선언의 흥행성적은 200만 관객에 그쳐,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 또 하나의 한국 영화가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관람료가 급속도로 상승해 관객들은 영화의 작품성보다 가성비를 먼저 고려할 수밖에 없는 웃지 못할 상황도 발생하는 추세다. 저렴한 가격으로 훨씬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OTT 서비스에 견줘 영화관이 과거의 경쟁력을 되찾으려면 관객의 선택 피로도를 낮추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홍지성 기자 Ι wltjd0423@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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