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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세상에 태어난 당신이 작별 인사를 건넬 그 순간까지
  • 정가은 기자
  • 등록 2023-09-01 17:4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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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해본 적 있는가? 인간과 똑같이 생긴 로봇이 감정까지 느끼게 되는 일을 말이다. 많은 SF 영화와 소설에서 감정을 가진 기계의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소설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현대의 AI를 보면 더 이상 감정을 가진 기계가 소설 속 상상이라고만 생각할 수 없다. 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고 있는 현재 언젠가 찾아올지도 모르는 인간과 기계를 구분할 수 없는 세상에서 자신이 인간인지 기계인지 끊임없이 의심하게 된 한 소년이 있다.

 

 철이는 휴머노이드 연구자인 아빠와 둘이서 평양 연구소 지구에 살고 있다. 평소 외출에 제한이 있던 철이는 나가지 말라는 아빠의 말을 어기고 몰래 외출은 감행한다. 하지만 낯선 두 남자가 다가와 등록된 휴머노이드가 아니라는 말과 함께 철이를 미등록 휴머노이드 수용소로 잡아간다. 그곳에서 만난 인간 선이와 휴머노이드 민이의 도움을 받아 휴머노이드로써 살아가지만 꿈을 꾸고 감정을 느끼는 자신은 무엇인지 혼란을 겪는다. 이후 민병대에게 습격받은 수용소를 탈출하다 파괴된 민이를 살리기 위해 선이와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작별인사’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빛의 제국 △검은 꽃 등 수많은 대작을 집필한 작가 김영하가 살인자의 기억법 이후 9년 만에 출간한 장편 소설이다. 소설은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 서재의 청탁을 받고 집필하기 시작해 지난 2020년, 플랫폼 구독자를 대상으로만 발표됐다. 당시에는 원고지 420매 분량의 짧은 소설이었지만 1년 뒤 전국으로 출간할 때는 개작을 거쳐 분량이 두 배가량 늘었다. 초고를 작성하던 시기 해당 작품의 제목은 ‘기계의 시간’이었다. 저자는 “소설의 제목을 거의 마지막에 정했지만, 지금 제목인 ‘작별인사’보다 더 적합한 제목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기자는 이러한 저자의 말이 의문이었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근미래 SF 장르라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로봇의 발전으로 인한 인간과 기계의 갈등을 다룬 내용이라 생각했기에 제목이 어울리지 않는다 느꼈다. 이러한 갈등 역시 소설의 일부를 차지하지만, 저자는 조금 더 철학적인 질문들을 던진다.

 

“내가 하나의 이야기라면 그 이야기에는 끝이 있어야 할 것이다”

『작별인사』 中

 

 이야기 초반부, 죽은 직박구리를 묻어주던 철이는 마지막 장면에서 죽음을 맞이하며 세상과 작별한다. 그 사이 철이는 많은 만남을 겪고, 또 작별한다. △죽음을 대하는 각자의 방식 △이별의 과정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철이의 이야기는 미래가 아닌 지금 현실 사람들의 이야기다.

 

 언젠가 모두에게 이별의 순간이 온다. 소설은 ‘작별인사’란 제목을 통해 무엇보다 인간적인 이야기로 기계와 인간을 비교하며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지 묻는다. ‘작별인사’를 건네는 그 순간까지, 당신은 인간으로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정가은 기자 Ι 202210059@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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