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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사랑을 마주한 내 모습이 작아 보일 때
  • 이정빈 수습기자
  • 등록 2023-09-01 17: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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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5월 2일 발매된 르세라핌의 데뷔앨범 ‘FEARLESS’는 타이틀곡 FEARLESS를 포함한 △The World Is My Oyster △Blue Flame △The Great Mermaid △Sour Grapes 총 5곡으로 구성된다. 타이틀곡 ‘FEARLESS’는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당찬 모습을 담고 있으며 이들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는 당당히 맞서는 것을 선택한다. 위와 같은 그룹의 뚜렷한 정체성을 보여준 르세라핌은 데뷔 이후 ‘2022 글로벌 슈퍼루키상’을 비롯한 12개의 상을 받았고 가요 프로그램에서도 16회의 우승을 거뒀다. 또한 데뷔앨범 이후 12개의 앨범을 꾸준히 발매하며 4세대 아이돌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Sour Grapes’는 이솝우화 ‘여우와 신 포도’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배가 고픈 여우가 먹을 것을 찾아 돌아다니다 높은 곳에 달린 포도를 발견하게 된다. 포도를 먹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지만 도저히 포도에 손이 닿지 않자 여우는 ‘저 포도는 어차피 신 포도일 거야’라며 합리화하고 포기한다.


“Sour 눈물나게 시큼한 맛 

Sour 그런게 만약 사랑이면 

맛보고 싶지 않아 I just feel afraid 

Love is sour love is sour grapes” 

『Sour Grapes』 中


르세라핌의 ‘Sour Grapes’는 해당 이솝우화를 사랑에 빗대어 표현한다. ‘Oh 나도 모르게 달콤해 난 침이 고여 이건 사랑 맞아’라는 가사로 미뤄 봤을 때 ‘너’를 보며 사랑을 느끼고 쟁취하기를 원한다. 그 사랑을 얻기 위해 △사다리를 오르고 △팔을 길게 뻗고 △뒤꿈치를 들기도 한다. 하지만 사랑이 얻어지지 않자 사랑을 시큼한 맛이라 간주하고 사실은 맛보고 싶지 않았다며 합리화한다. 또한 노래 마지막쯤 나오는 ‘설익은 감정들이 I just feel afraid’라는 구절은 화자가 섣부른 사랑을 택하는 것을 두려워하며 사랑에서 얻게 될 고통에 지레 겁을 먹고 합리화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의 사랑을 신 포도에 빗대며 곡을 마무리한다.


 사랑을 마주한 자신을 인정하기 싫고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을 것이다. 또한 사랑을 하고 있는 행복한 모습보다 사랑에 상처받을 자신의 모습이 먼저 생각날 때도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은 감정을 잘 녹여낸 노래가 바로 ‘Sour Grapes’이다. 아무도 모르게 사랑에 빠져 그 사랑을 얻어내기 위해 애써봤지만 얻어내지 못하는 자신을 보며 포기해본 적이 있다면 이 노래를 들어보는 것은 어떠한가. 사랑 앞에 합리화하는 나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담아낸 곡임을 단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정빈 수습기자 Ι 202310796@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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