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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이슈] 세계스카우트 축제가 현실판 ‘오징어게임’이라고?
  • 정서희 기자
  • 등록 2023-09-01 17:3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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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잼버리 파행 이후 정치권은 지금 남탓 대유행
세계스카우트 대원들의 축제인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지난달 1일부터 시작해 12일을 끝으로 막을 내렸지만, 미흡한 잼버리 대회 운영 방식에 끊임없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정치권에서는 해당 사태를 두고 조직위와 여야가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 이에 본지는 잼버리 사태에 불거진 문제들과 대회 전사를 통해 그들의 싸움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알아봤다.


개최지 새만금 논란, 도대체 어땠길래



 잼버리 논란이 불거진 이유는 대부분의 문제가 사전에 예측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문제 발생 시 신속한 현장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참가자와 전문가는 △야영지인 새만금의 열악한 환경 △폭염으로 인한 다수의 온열 환자 발생 △해충 피해 △비상상황 대응 등 여러 문제를 언급하며 논란에 입을 모았다.


 해당 대회에서 가장 먼저 지적된 부분은 야영지로 선정된 새만금의 열악한 환경이다. 당시 전라북도(이하 전북도)는 약 250만 평의 대규모 부지가 전 세계 참가자를 수용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해 새만금을 잼버리 야영지로 제안했다. 결국 지난 2017년 8월 16일 새만금 유치가 확정되며 잼버리의 야심찬 포부를 밝혔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새만금은 농업용지다. 평평하게 조성해야 하는 농업용지 특성상 물 빠짐도 원활하지 않았고, 작년 연말 매립 공사를 마치고도 집중호우로 인해 여러 차례 침수된 사실도 공개됐다. 이에 일부 정치권에서는 잼버리 야영지 선정 당시 체계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진행한 것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게다가 행사 전날인 지난 7월 31일에는 기록적 폭우가 쏟아져 다량의 물웅덩이가 생겼지만 배수가 원활하지 않아 참가자들은 대회 첫날부터 진흙탕과 함께 일정을 소화했다. 또한 축축한 부지에 더운 열기까지 더해지며 야영지는 습기를 가득 머금게 됐고 이런 환경은 모기 등 여러 해충 창궐에 영향을 줬다. 전북도와 잼버리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해당 문제를 사전에 인지하고 대회 개최 전 배수로를 설치했다고 밝혔지만, 원활한 배수는 이뤄지 

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이 한국농어촌공사(이하 공사)로부터 제공 받은 자료에 따르면 새만금 매립 공사를 담당한 공사는 전북도와 조직위가 잼버리 대회 개최를 약 한 달 앞두고 상부 시설을 설치하느라 여러 시설물이 훼손됐다고 밝혔다. 또한 공사는 수로 막힘, 배수로 사면 붕괴 등의 피해 현황을 공개하며 여러 차례 배수불량의 가능성이 제기했지만 전북도와 조직위의 후속 조치는 따로 없었다고 덧붙였다.


힘점은 잼버리요, 작용점은 새만금


 이른바 ‘현실판 오징어게임’이 돼버린 이 사태의 핵심은 새만금이 어떻게 잼버리 개최지로 선정됐냐는 것이다. 새만금을 후보지로 선정한 것은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다. 예산의 판단 근거는 같은 해 일본 야마구치현 기라라하마 간척지에서 열린 잼버리였다. 일본의 예산은 한화 약 381억 원으로 정부 입장에서 전북도의 491억 원은 합리적이었다.


 그럼 전북도는 왜 새만금을 선택했을까. 잼버리 유치의 이유는 선정 이후 전북도가 발간한 자료들에 드러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잼버리는 사회간접자본(SOC)을 확보하기 위한 명분이었다. 『유치활동 결과보고서』에서는 유치 배경에 대해 “2010년 새만금방조제 완공 이후 새만금 개발의 필요성을 제기해왔으나 SOC는 더디게 추진되고 있었다. 이에 국제공항 건설 및 SOC 구축 등 새만금 개발에 박차를 가할 명분이 필요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제공항 사업의 예비타당성 면제와 각종 도로개발 사업도 착공 등 실제로 정부의 각종 SOC 특혜가 따라왔다. 정점은 새만금에 땅이 없는 상태에서 대회를 유치해냈다는 것, 즉 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늘 없는 습지는 ‘농지’기 때문



 잼버리가 열린 부안군 하서면 인근 매립지는 본래 관광·레저 용지가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관광·레저 용지는 사업자가 있어야 개발을 허가한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우회 경로를 통해 국비를 들여 일단 농지로 매입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하는 농지관리기금을 1,845억 원을 들여 2022년까지 우선 매립 △잼버리 이후 일정 기간 농지로 활용 △추후 관광·레저용으로 매각해 농지관리기금에 돈을 돌려준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바다 흙을 쓰는 농지는 땅에 이미 염분이 많아 그늘을 만들 조경이 불가능하고, 산업용지처럼 지대를 높이기도 어렵다. 만약 지대를 높여도 잼버리가 끝나면 이 땅을 농지로 써야하기 때문에 다시 흙을 걷어내야 한다. 결국 시설 공사가 추가로 필요해졌다. 애초에 관광·레저 용지로 매립했다면 △전기 △수도 △하수 시설 등을 고려하며 땅을 구축했을 가능성이 크다. 전북도의 모델인 기라라하마 간척지는 60여 년 전에 공사가 끝난 부지였다. 지난 2020년, 전북도가 예산을 뒤늦게 증액하면서 공사도 본격화됐다. 리허설인 프레잼버리까지 2년 안에 땅을 만들어야 했기에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노출지로 옮기자고 지적했으나 이미 잼버리를 지렛대 삼아 각종 SOC 사업을 벌였기에 조직위원회는 부지 변경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대표는 “이때가 개최지를 옮길 마지막 골든타임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전대책 마련했다지만 폭염에 태풍까지 겹쳐 우왕좌왕


 진짜 문제는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무지각이었다. 개영식 전 온열 환자 발생과 간이 화장실 부족 등의 지적에 대한 질문에 대통령실에서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후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은 채 대회는 생존게임으로 변질됐고 조소를 유발하는 뉴스들이 쏟아졌다.


 지나친 더위가 가장 문제였다. 지난달 1일 조직위는 가장 더운 시기인 8월에 행사가 열린다는 것을 감안해 폭염 대비책을 충분히 마련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회가 끝난 후 정부의 대비책은 기상 상황 악화를 대비하기에 어려웠다는 평가만이 남았다. 사실 폭염은 잼버리의 성공적 개최에 대한 위협으로 이미 경고된 문제였다. 지난 2016년 7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2023 세계잼버리 타당성 결과보고서』를 살펴보면 ‘행사 개최 시기인 8월에는 고온과 태풍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미비한 폭염 대응이라는 결말만 남았다.


 실제 잼버리 개막 전인 지난 7월 28일부터 폭염경보가 8일째 이어졌으며 일부 참가자들은 계속해서 내리쬐는 뜨거운 햇빛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새만금의 특성상 볕을 가려줄 나무나 그늘을 찾기 어렵고,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준비된 시설도 참가자의 더위를 완전히 식히기에는 부족했다. 이를 증명하듯 첫날부터 다수의 온열질환을 앓는 참가자가 나타났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의하면, 온열질환으로 야영지 내 병원 방문 대원의 수를 조사해본 결과 △지난달 2일 992명 △지난달 3일 1,486명 △지난달 4일 990명 등으로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자가 속출했다.


 또한 태풍 ‘카눈’의 영향도 피할 수 없었다. 잼버리는 지속되는 폭염에도 꿋꿋이 대회를 강행했지만 태풍 북상에 스카우트세계연맹과 조직위는 조기 철수 결정을 내렸다. 해당 결정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정부의 미숙한 대응도 문제되고 있다. 정부는 조기 철수 결정 발표 초기에는 ‘수도권으로 순차적 대피 예정’이라는 말뿐, 체계적인 수도권 대피 계획과 향후 일정 방향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내부판단을 근거로 과거 조직위가 마련한 자연재난 위기대응 행동매뉴얼을 따르지 않는다면 해당 매뉴얼의 필요성은 무엇인가라는 여론이 일고 있다.


 마무리인 케이팝 공연 행정은 특히 엉망이었다. 공연 일정과 장소가 2번이나 바뀌면서 출연 아티스트들을 새로 섭외할 필요가 생겼고 KBS <뮤직뱅크>가 예정된 날이었기에 섭외가 어려웠다. 그러나 정부의 해결책은 간단했다. 당일 예정된 <뮤직뱅크>를 취소시키는 것이다. 심지어 공연 연출 역시 <뮤직뱅크> 제작진이 담당케 되면서 정부의 유연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강압 동원에 전국민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생존게임 다음은 정치권의 ‘네 탓 게임’


 파행을 거듭한 새만금 잼버리는 정쟁으로 이어진 상황이다. 잘잘못을 가려내지 않고는 도저히 못 견디는 이들은 어떻게 ‘네 탓’을 하고 있을까.


 여당은 잼버리가 문재인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행사라는 점을 강조하고, 야당은 잼버리를 제대로 수습하지 않은 현 정부의 책임을 따진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등와 국정조사 등을, 국민의힘은 전 정부 책임론과 함께 감사를 주장하며 서로의 요구를 일축했다. 지난달 17일, 김관영 전북지사는 감사에 응하며 “잼버리와 관련이 없는 새만금 사업”을 끌어들인 여당의 사과를 요구했다. 전북도 의원들 역시 “새만금은 정부 사업인 점을 알려야 된다”며 정부에게 책임을 물었다. 반대로 문 前 대통령은 13일 페이스북에 “낙후된 지역경제를 성장시킬 절호의 기회라고 여겨 대회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던 전북도민들의 기대는 허사가 되고 불명예만 안게 됐습니다”라고 작성해 잼버리는 정부의 사업이라고 주장하는 전북도에게 책임을 넘겼다. 그러나 지난 9년을 책임진 조직위와 세 정권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정부 모두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고성 대신 새만금을 개최 후보지로 선정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농지 매립 방식을 동원하고 SOC를 적극 지원했으며 △윤석열 정부는 집권 이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조직위는 가능한 최악의 수습을 보였다.



정서희 기자 Ι seohee0960@kyonggi.ac.kr 

박선우 기자 Ι 202110242psw@k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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