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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앵무새가 되기를
  • 김태규 수습기자
  • 등록 2023-07-04 14:4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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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의 여러 사건들은 그 사회 밑바탕에 깔린 정신적 가치를 보여주곤 한다. 일관되게 우리 사회 기저를 관통하는 도덕 가치에 대한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저자는 버스 보이콧 운동 등 인종차별에 관한 굵직한 사건이 발생한 당시 법정 내 차별을 담은 소설, ‘앵무새 죽이기’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 책은 1960년에 출간됐지만, 현재의 우리에게 위와 같은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이 작품은 어린아이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핵심적인 내용이 ‘편견’과 ‘차별’인 만큼 어린이의 순수한 관점에서 사회의 사건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또한 이는 특정 인종에 대한 맹목적인 편견과 혐오에 사로잡혀 있는 ‘어른’의 위선적인 모습을 부각시킨다. 주인공의 친구가 재판 과정을 지켜보다 밖으로 나와 헛구역질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어른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의 잘못된 체계와 관념들을 보고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는 순수한 어린아이의 반응이 돋보인다. 더불어 소녀의 아버지이자 변호사인 ‘애티커스 핀치’는 모종의 사건에 휘말린 범죄자의 변호를 맡게 되는데, 흑인을 변호한다는 이유만으로 조롱에 휩싸인다.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무엇을 따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게 없지.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 거야”

『앵무새 죽이기』 中


 이 책에서 소녀의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공기총을 선물하며 다른 새는 쏘더라도 앵무새만큼은 쏘지 않기를 강조한다. 현실적으로 어린이들에게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을 기대하는 것이 어려움을 알고 있음에도 이런 점들을 강조하는 것은 앵무새를 존중하는 어른으로 자라나게 하려는 노력이 아닐까.


 저자는 소설의 배경을 1930년대 앨라배마주로 설정했는데 이는 미국 역사에서 중요한 ‘대공황’, ‘짐 크로우 법’과 큰 관련이 있다. 당시 미국은 대공황으로 인해 지역 경제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경제난으로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흑인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짐 크로우 법은 인종을 기준으로 사회적, 정치적 차별을 조장했고 그 결과 법정 내에서의 공방은 무의미해졌다. 이러한 시대 상황을 알고 본다면 저자가 제시하는 근거 없는 차별과 편견 속에서 억압당하던 이들의 어려움을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이 책을 고등학교 시절 처음 접한 기자는 신선한 충격에 휩싸였다. 단순히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자는 메시지를 넘어 모든 사람이 존중받아야 할 이유를 가르쳐줘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과 사회공헌에 대한 생각을 일깨워줬다. 이 책을 보며 독자 스스로도 1960년과 현재의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는지 고민해 보는 건 어떨까.


김태규 수습기자 Ι taekue@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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