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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보도] 경희대 국제캠, 무시된 알권리와 흐트러진 공정성
  • 이정빈 수습기자
  • 등록 2023-07-04 14:47:35
  • 수정 2023-07-04 14:4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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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학생회장과 단과대학 대표자들의 상반된 입장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의 춘계 대동제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대행사 선정 과정에서 총학생회장이 수의계약을 통한 불공정한 업체 선정을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결국
축제는 취소됐다. 이에 본지는 축제 취소와 이에 대한 대학 내·외의 상황을 자세히 알아봤다.

견적서 공유됐으나 내정업체 의혹 제기된 총학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이하 국제캠) 축제는 총학생회를 포함한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의 주관으로 운영된다. 일반적으로 중운위에서 축제 대행사 업체가 선정되면 이후 축제 준비 및 진행이 이뤄진다. 대행사의 역할은 크게 △연예인 섭외 △무대 설치 △부스 렌탈로 나뉜다. 높은 액수의 돈이 오가는 만큼 대행사의 업체 선정은 공개입찰로 진행되는 것이 원칙이며 입찰 일시부터 선정 결과까지의 과정을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해 구성원 모두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 중운위는 선정된 업체에 대한 견적서 제공 없이 무대 설치에 대한 분담금을 요구받았고 이에 반발한 국제캠 각 단과대학 학생회장들이 입장문을 발표하며 문제가 공론화됐다.


 지난달 10일 제11차 중운위에서 당시 축제 대행사 업체 선정을 위한 총 4개 업체의 견적서가 공유됐다. 그러나 국제캠 제55대 희로 총학생회(이하 총학생회) 회부와 중운위로 구성된 학생 대표들이 4개 업체와 미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난 2월부터 축제 대행사가 내정돼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10일 공개된 제13차 중운위 회의록에 따르면 미팅 과정에 서 총학생회장이 “미팅은 형식적인 것이며 내정된 업체가 있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내정된 대행사는 공유된 4개의 견적서에 포함되지 않은 업체였다.


단과대학 측, 불공정 거래 규명 위해 공동 성명문 게시


 각 단과대학 학생회장들은 입장문을 제시하며 불투명한 업체 선정에 불만을 표했다. 입장문은 공통적으로 △합리적인 선정 이유 부재 △공정하지 못한 비교 과정 △두 달 전 내정된 업체를 근거로 제시했다. 또한 전년도 축제 업체 선정 당시 공개입찰을 하지 않아 학생들과 중운위의 불만을 산 바가 있음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한 점도 지적됐다. 국제캠 단과대학 회장들은 총학생회장에게 특정 대행사가 내정된 이유와 해당 대행사의 견적서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10일 올라온 입장문에서 총학생회장은 “아직 대행사가 선정된 바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총학생회 내에서도 특정 대행사의 견적서가 공유되지 않은 상태다”라며 “총학생회장의 개인적인 선호도를 ‘내정’이라고 잘못 표현했을 뿐이다”라고 밝혔다.


 제11차 중운위 회의 이후 단과대학 측의 지속적인 요구 끝에 내정 의혹이 제기된 업체 견적서를 받았지만 △담당자 △작성일자 △세부 금액 등의 내용이 생략돼 있었다. 이에 8개의 단과대학은 공식 SNS 계정에 축제 업체 선정 과정에서의 소통 오류에 대한 공동 성명문을 게시해 이의를 제기했다. 비판이 있었던 업체와 올해도 축제를 함께 진행하는 점과 정당한 기준이 없는 일방적인 업체 선정은 학생들의 불만을 높이고 있으며 학우들의 만족과 공익을 추구하는 것이 학생 대표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 해당 업체에 지난 2019년도 前 총학생회장과 2021년부터 작년까지 연임했던 前 총학생회장이 현재 직원으로 소속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총학생회장은 “前 총학생회장은 현재 군복무 중임을 확인했다”라고 해명했다.


경찰조사와 사퇴 번복, 총학생회장 탄핵까지


 총학생회장은 1차 입장문을 통해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부인했다. 더불어 축제 대행사 선정은 경희대학교 국제캠 총무팀 주관의 입찰 과정을 통해 결정되기에 아무리 총학생회장의 선호 업체가 있다고 해도 임의로 결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총학생회장은 “본 업체가 본교와 과거 세 차례 축제를 진행해왔기 때문에 가장 잘 아는 업체라고 생각했고 이에 개인적으로 선호해온 대행사다”라고 전했다.


 지난 15일 진행된 제17차 중운위 결과, 예정돼 있던 축제의 모든 일정이 취소됐다. 하지만 중앙동아리연합회는 오랜 시간 공연을 준비해왔을 구성원을 고려해 중앙동아리 공연을 따로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날, 경기 수원남부경찰서로 국제캠 총학생회장을 상대로 업무상 배임 혐의 진정서가 접수됐고 이에 대한 조사가 착수됐다.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는 “진정인 조사 등을 거쳐 혐의가 입증된다고 판단될 경우, 정식 수사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날인 지난 16일 총학생회장의 2차 입장문이 총학생회 SNS 계정 을 통해 게시됐다. 총학생회장은 “비리나 횡령은 전혀 하지 않았고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기 위해 사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차 입장문은 게시된 다음 날 기존에 존재하던 1차 입장문과 함께 삭제돼 현재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또한 16일, 긴급 중운위 회의에서 총학생회장의 탄핵에 대한 투표를 실시하자는 안건이 가결돼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라는 공지가 게시됐다. 이에 지난 26일 총학생회장 탄핵안에 대한 확대운영위원회가 소집됐고 이에 대한 투표가 진행됐다. 


이정빈 수습기자 Ι 202310796@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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