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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소리가 가장 잘 들리는 객석 명당 찾기
  • 김서연 기자
  • 등록 2022-10-04 15: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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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공연장 설계에 숨겨진 비밀
각종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공연을 볼 수 있는 세상이 됐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무대를 찾는다.
직접 관람하는 공연은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울림과 소리가 있어 영상과는 또 다른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장감을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이에 본지에서는 공연장 설계에 숨겨진 원리에 대해 알아봤다.

피부로 직접 느끼는 소리의 여정


 마이크와 스피커를 사용하지 않는 클래식 공연에서는 오로지 악기만으로 넓은 공연장을 채워야 한다. 이에 악기 소리를 최대한 곧고 선명하게 유지해 공연장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이러한 공연장 내 소리의 원리는 ‘잔향’으로 설명 할 수 있다. 잔향은 발음체의 진동이 그친 후에도 그 음이 일정 기간 단속해서 유지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즉, 악기를 연주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소리가 들리는 현상을 뜻하는데, 이는 공연장의 △천장 △벽 △바닥에 부딪혀 생기는 반향에 의한 것이다. 여기서 반향은 음원에서 나온 음파가 물체에 부딪혀 반사 된 후 다시 관찰자에게 들리는 현상을 의미하며 대표적인 예시로 메아리가 있다. 실내 공연장처럼 사방이 막힌 구조에선 반향이 여러 차례 반복되고 각도와 방향 또한 제각각으로 튕겨져 보다 복잡한 울림이 생긴다. 이러한 잔향은 음악의 종류에 따라 지속 시간이 달라지며, 평균적으로 △종교음악 3초 △오케스트라 2.2초 △실내악 1.8초의 잔향시간을 지닌다. 이처럼 공연장은 공연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진동과 울림을 모두 고려한 수학적 설계를 필수로 한다.


공연장에 의미 없는 설계란 없다


 이와 같은 원리에 의해 공연장은 너무 긴 △곡면 △원형 △타원을 피해 설계한다. 이는 위에서 말한 잔향·저음비와 더불어 소리의 초점과 관련 있는데, 마주보는 두 초점에서 소리가 나온다고 가정할 때 넓게 퍼져야 할 소리가 곡면의 둥근선을 따라 반사돼 다른 초점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같은 원리로 다수의 공연장에서 소리가 한 곳으로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한 계단형 천장을 자주 사용하고 있으며, 겉보기엔 둥근 벽면도 뒤쪽에 가려진 실제 벽은 계단형인 경우가 많다.


 객석 의자에도 숨겨진 비밀이 있다. 소리는 물체와 닿으면 세 갈래로 나뉘어 각각 △반사 △투과 △흡수되는데, 그중 물체가 소리를 흡수하는 현상을 ‘흡음’이라고 한다. 이때 청중도 각자의 흡음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공연장의 소리는 관객의 수에 따라 달라진다. 이 문제는 의자의 흡음력과 사람의 흡음력을 비슷하게 조절함으로써 해결하는데, 관객의 수는 매번 달라지더라도 의자의 수는 변하지 않아 공연마다 같은 양의 음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재질일수록 흡음에 효과적이며, 이는 공연장 좌석이 딱딱한 플라스틱 또는 고철 재질이 아닌 푹신한 재질로 제작되는 이유이다.


무대에 따라 달라지는 명당자리


 그렇다면 소리가 가장 잘 들리는 명당자리는 어딜까? 정답은 ‘없음’이다. 소리의 원리를 고려한 꼼꼼한 설계가 공연장 곳곳에 숨어있어 모든 자리에 동일한 소리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다만 공연장의 모양에 따라 소리가 달라질 수 있는데, 홀의 형태는 크게 △슈박스 △팬 △빈야드로 나뉜다.


 먼저 슈박스(Shoebox) 홀은 신발상자라는 단어의 의미 그대로 직사각형 모양의 공연장이다. 가장 흔하게볼 수 있는 형태로 영화관처럼 무대와 객석이 서로 마주보고 있다. 이는 소리가 일방향으로 전달돼 상자 안에서 소리가 울리듯 풍부한 반사음이 구현된다. 팬(Fan) 홀은 객석이 뒤로 갈수록 넓게 퍼지는 부채꼴 모양인데, 많은 좌석을 수용할 수 있고 넓은 좌석을 따라 소리가 방사형으로 퍼져 공연 몰입에 용이하다. 마지막으로 빈야드(Vineyard) 홀은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홀의 형태로 ‘포도밭’을 의미하는 이름처럼 객석이 무대를 경사진 형태로 에워싸고 있다. 이는 객석과 무대의 거리가 가까워 연주자와의 소통이 가능하며 중앙의 소리가 고르게 잘 퍼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차이는 아주 미세하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닌 이상 단번에 알아차리기 힘들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 앞으로 공연장에 간다면 어느 하나 허투루 만들어진 것이 없는 공연장을 꼼꼼히 살피며 소리에 집중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서연 기자 Ι tjdus5620@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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