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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속으로] 6일간의 제주도 자전거 일주 여행
  • 서지수 기자
  • 등록 2022-10-04 15:5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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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환상종주자전거길 234km를 따라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육지에서 제주는 어떤 의미일까. 많은 매체에서 제주는 힐링과 환기의 장소로만 비쳤다. 그럼에도 6일간 제주도를 한 바퀴 일주하며 보고 느낀 제주는 새로웠다. 본지에서는 6일간의 제주도 자전거 여행과 제주지역에 담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제주 여행 버킷리스트, 제주도 자전거 여행


 제주도를 5박 6일 동안 아버지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일주한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을 때, 지인들의 반응은 “힘들겠다”라는 말이 대부분이었다. 제주도를 자전거로 여행하겠다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주 자전거 여행은 우리가 놓쳤던 제주도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기에 힘들지만 충분한 가치가 있다. 


 기자는 제주도까지 자전거를 싣고 가서 평소에 타던 자전거로 여행했다. 자전거를 싣는 방법은 운송 수단에 따라 나뉘는데, 비행기는 공항에서 자전거를 분해 및 조립해야 하며 배는 특별한 포장 과정 없이 자전거가 크게 흔들리지 않도록 묶어 싣는다. 그 외에도 제주도 내에는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는 곳이 많아 비교적 쉽게 제주환상자전거길을 달릴 수 있다. 


 제주환상자전거길은 교통량이 적은 해안도로와 일주도로 등을 활용해 조성된 자전거길로 전체거리는 234km이고, 총 소요시간은 15시간 30분이다. 20~30km 단위로 10개의 인증센터가 있으니 여행자의 체력 및 일정에 따라 나눠서 주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자전거길을 여행시 시계 반대방향으로 주행하면 해안을 마주 보며 달릴 수 있고, 해안도로와 일주도로를 넘어갈 때 횡단 횟수가 감소되니 참고 바란다. 



1일 차: 제주항→ 용두암→ 다락쉼터→ 금능해수욕장, 40km


 기자는 지난 8월 11일부터 16일까지 제주도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11일 오후 1시, 제주항에 도착 해서 자전거를 타고 나가는데, 첫 페달질이 쉽사리 나아가지 못했다. 한 달 전에 계획했던 여행이지만, 한 달이 이렇게나 빨리 올 줄 몰랐기 때문이다. 마음을 다잡고, 제주환상자전거길을 가리키는 파란색 페인트로 칠해진 길을 따라 제주항에서 3.2km 떨어진 용두암인증센터로 향했다. 용두암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제주도를 일주하는 자전거 여행객들이 만날 수 있는 첫 번째 인증센터다. 용두암은 용이 바다에서 솟구쳐 오르는 형상의 돌로 인근 계곡 용연에서 살던 용이 승천하려다 한라산 신이 쏜 화살에 맞아 바위로 굳어졌다는 전설을 담고 있는 곳이다. 


 이후 무지개해안도로를 지나 이호테우해수욕장에 도착했다. 그곳 매점에서 밖에 있는 아버지에게 원하는 아이스크림을 묻기 위해 크게 “아빠”라고 외쳤다. 그러자 매점 아저씨께서 이토록 정겨운 소리는 오랜만이라며 말을 걸어오셨다. 아저씨는 제주도에 살면서 딸과 자전거 여행을 가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어느새 딸이 결혼해 늦어버렸다며 한 편으로 부러움을 표현하시고 제주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해주셨다. 제주항에서 해수욕장까지 자전거길이 부분적으로 끊어져 길을 꽤 헤매서 짜증 섞인 목소리로 외쳤을 뿐인데, 아저씨의 말씀이 운전해서 여기까지 같이 와주신 아버지 생각을 다시 하게 했다. 이후 근처 알작지해변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두 번째 인증센터인 다락쉼터로 갔다. 이때의 오르막길이 첫 번째 고비였는데 다행히도 여행객들이 쉬어갈 수 있는 벤치와 정자가 마련돼 있어서 쉬고 갈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도로 교통량이 많아 주의해야 하는 금능해수욕장에 도착하며, 제주 여행 첫날의 일정이 끝났다. 


2일 차: 금능해수욕장→ 해거름마을공원→ 송악산→ 화순금모래해수욕장, 44km


 12일 오전 10시, 세 번째 인증센터인 해거름마을공원으로 갔다. 해거름은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질 무렵’ 이라는 뜻으로 아침에 온 게 아쉬울 만큼 유명한 일몰명소였다. 또한 신창풍차해안도로가 시작되는 지점으로 야자수와 멀리서 보이는 풍차들이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제주 동쪽과 서쪽 해안에는 각각 풍차해안도로가 있었는데, 세찬 바람에 돌아가는 풍력발전기 사이로 길을 이탈하지 않도록 자전거 핸들을 꽉 잡았다. 그 리고 네 번째 인증센터인 송악산까지는 논과 밭이 있는 시골길 비포장도로가 있어 자전거 바퀴에 펑크가 나지 않게 조심하며 지나갔다. 송악산을 기점으로 어느새 태평양을 마주 보는 서귀포시가 시작됐다. 

 송악산의 이웃산, 산방산을 처음 봤을 때는 밥그릇을 뒤집어 놓은 형태의 웅장한 섬처럼 보여서 ‘설마 저길 지나가겠어’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파란색으로 표시된 자전거길과 지도는 산방산을 지나가라고 안내했고, 자전거 기어를 최대로 올렸음에도 허벅지가 터지는 줄 알았다. 


3일 차: 화순금모래해수욕장→ 법환바당→ 하효쇠소깍해수욕장, 35km


 13일의 첫 번째 목적지는 다섯 번째 인증센터인 법환바당이었다. 법환바당을 ‘법환마당’ 혹은 ‘법환바다’로 착각했는데, 알고 보니 제주에서는 ‘바다’를 ‘바당’으로 부른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제주어가 물씬 느껴지는 이곳에서는 △해녀조각상 △해녀식당 △해녀장터 등 제주 해녀와 관련된 것들을 마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법환바당에서 서귀포 시내를 지나 다음 목적지인 쇠소깍으로 가는데, 노을녁 섶섬과 고즈넉한 마을 분위기가 조화로웠다. 더불어 멀리서 마이크 소리가 들려 가봤더니, 코로나19로 3년 만에 재개한 제18회 쇠소깍 축제가 한창이었다. 초청가수 3명은 모두 제주와 연고가 있는 사람들이었고 하효동 과 남원읍 도민, 여행객이 어우러져 축제를 즐기며 남녀노소 흥겹게 춤을 추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4일 차: 쇠소깍→ 표선해변→ 성산일출봉→ 김녕성세기해변, 77km


 14일은 쇠소깍에서 김녕성세기해변까지 무려 77km를 달렸다. 우선 여섯 번째 인증센터인 쇠소깍에서 인증스탬프를 찍고 출발했다. 쇠소깍은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굳어져 형성된 골짜기로 지명이 특이했는데, 이 역시 제주 방언이었다. △‘쇠’는 소 △‘소’는 연못 △‘깍’은 끝이라는 뜻으로 ‘소가 누워 있는 모습의 연못 하구’를 의미한다. 쇠소깍부터는 오르막길이 크게 없고 완만한 내리막길이 많아서 그동안의 수고를 덜어주는 듯했다. 일곱 번째 인증센터인 표선해수욕장 인근에는 제주민속촌과 제주허브동산이 있었고, 만 형태의 해수욕장으로 수심이 낮아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이 많았다. 다음으로 여덟 번째 인증센터인 성산일출봉에 도착했다. 성산일출봉 분화구 둘레에는 99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이 모습이 거대한 성과 같다고 해서 ‘성산’, 해돋이가 유명 해서 ‘일출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성산일출봉이 위치한 성산항 일대의 자전거 도로를 달리며 성산일출봉을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었고, 바다가 거대한 호수처럼 보여 자연경관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성산일출봉에서 김녕해수욕장까지는 해안도로를 따라 △하도해수욕 장 △세화해수욕장 △평대해변 △월정리 해수욕장과 같이 크고 작은 해변이 있어 많은 여행객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아홉 번째 인증 센터인 김녕성세기해변에 도착하며 제주항과 가까워졌다. 


5일 차&6일 차: 김녕해수욕장→ 함덕서우봉해변→ 제주항, 26km


 15일은 자전거로 이동하지 않고, 김녕해수욕장 야영장에서 캠핑하며 하루를 쉬었다. 16일은 김녕해수욕장에서 마지막 열 번째 인증센터인 함덕 서우봉해변으로 향했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함덕서우봉해변의 풍경은 둘째 날의 송악산과 비슷해 보이기도 했다. 삼양해수욕장을 지나 국립박물관이 위치한 사라봉공원에 다다르자 제주항이 보였고 이렇게 6일간의 제주도 여행이 마무리됐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자전거 여행이 끝 난다고 생각하자 드디어 집에 간다는 마음과 제주를 떠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아쉬움이 한꺼번에 몰아쳤다. 


삼다도(三多島), 제주도가 전해준 얘기


 흔히 제주도를 ‘삼다도’라고 말한다. 삼다도는 △바람 △여자 △돌, 세 가지가 많은 섬이라는 뜻이다. 제주도를 6일간 자전거로 일주하며 그 말이 제주도를 정말 잘 설명해 준다고 느꼈다. 11일 제주항에서 출발해 이호테우해수욕장으로 가는데 여행 초반부터 서풍이 불어 바람에 맞서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처음에는 당황했으나 서귀포 방향인 남쪽으로 이동하며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서귀포 해안도로에서 해녀가 물질할 때 쓰는 기구, 태왁을 말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자전거 도로에서 현무암을 이용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가며 제주도 에는 돌이 정말 많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런 모습들은 오직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제주도에서 만났던 도민들이 해줬던 얘기와 그들이 제주에서 살아가는 방식들은 이곳에서도 종종 생각날 것 같다. 


글·사진  서지수 기자 Ι seojisu0120@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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