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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더하기] 놀이가 된 스포츠, 스포테인먼트
  • 김서연 기자
  • 등록 2022-09-26 00:5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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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원했던 게 이거잖아. 내가 보고 싶었던 거, 이거!
'이정후 여기로 공 날려줘'가 적힌 팻말을 든 관중에게 기적처럼 배송된 홈런 볼.
거짓말 같은 상황에 순식간에 낭만 스포츠가 된 프로야구.
이처럼 경기 이외에도 쏠쏠한 재미가 넘치는 스포츠에 본격적으로 오락거리를 섞으면 어떨까?
이에 본지에서는 놀이가 된 스포츠, 스포테인먼트에 대해 알아봤다.

경기만으론 부족해! 이벤트와 만난 스포츠


 긴장감이 흐르는 경기장 속, 끊임없는 경쟁으로 날카로워진 선수와 관중들. 오직 승리만이 그들의 불타는 승부욕을 달랠 수 있다. 하지만 스포테인먼트가 있다면 패배에도 긍정이 넘치는 경기장을 만들 수 있다. 스포테인먼트는 ‘스포츠(Sports)’와 ‘오락(Entertainment)’의 합성어로 운동과 오락을 겸하는 새로운 오락거리를 말한다. 즉, 경기 이외에도 즐길 수 있는 각종 이벤트와 콘텐츠를 의미하며 대표적으로 야구 경기에서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를 초청해 실시하는 시구와 각종 경기에서 활약하는 치어리더의 응원 등이 있다.


 스포테인먼트는 2005년 미국의 프로농구 NBA에서 처음 시작됐다. 미국 농구를 이끌었던 스타 선수의 연이은 은퇴에 NBA의 인기는 급격히 하락했고, 당시 NBA 총재였던 데이비드 스턴은 감동 섞인 스토리를 통해 이를 극복하고자 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NBA cares’이다. 이는 △장비를 지원하고 농구를 가르치는 ‘Education’ △농구를 통해 건강과 행복을 전달하는 ‘Health and Well-Being’ △아이와 가족이 함께 놀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Youth and Family’의 3가지 분야에 선수들이 직접 참여하는 캠페인으로 구단과 선수가 사회 곳곳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침으로써 인기를 되찾고자 한 전략이다. 해당 프로그램을 기점으로 다양한 구단에서 팬들과의 소통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렇게 지금의 스포테인먼트가 자리 잡게 됐다.


이 맛에 응원하지, 국내 구단의 움직임


 국내에서 스포테인먼트를 논한다면 절대 빠질 수 없는 구단이 있다. 이는 바로 프로야구 SK와이번스(현 SSG랜더스)이다. 2007년 당시 수석 코치였던 이만수 감독은 10번의 경기 이내로 홈구장 좌석이 가득 차면 팬들을 위한 이벤트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바로 다음 경기에서 매진을 기록한 이 감독은 같은 해 5월 26일 팬들과 함께 옷을 벗고 구장을 달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를 계기로 SK와이번스는 국내 스포테인먼트의 시작과 대중화를 이끌었고 여전히 스포테인먼트를 잘하는 대표 구단으로 자리하고 있다.


 종목별로 시즌마다 진행되는 ‘올스타전’ 또한 스포테인먼트의 사례이다. 이는 특정 구단을 넘어 해당 종목 전체에서 시행하는 스포테인먼트로 다양한 이벤트성 경기 및 콘테스트가 이뤄진다. 대표적인 예시로 한국프로농구 올스타전이 있는데 △인기투표 △3점슛 콘테스트 △덩크슛 콘테스트 등을 통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소속 구단과 관계없이 팬 투표만으로 결성된 팀대로 시합을 하기도 한다. 오로지 올스타전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경기와 행사를 진행함으로써 구단 간의 경쟁은 잠시 넣어두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진정한 스포츠의 장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지난 2019년 방영된 드라마 ‘스토브리그’처럼 스포츠 소재의 △드라마 △영화 △예능 촬영에 구단 또는 선수가 참여해 다양한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자문에 응하는 활동 또한 스포테인먼트가 될 수 있다.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스포테인먼트


 이러한 스포테인먼트는 구단을 하나의 브랜드로서 홍보하고 그들만의 참신한 행사를 통해 인지도와 호감도를 확보한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올스타전처럼 팬이 중심이 되는 이벤트의 경우, 마치 자신이 해당 구단에 소속돼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을 들게 하고 이는 팬의 자부심과 단합력을 증진시킨다. 또한 경기 몰입에 도움을 줘 선수들의 사기 증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보다 열정적이고 건강한 스포츠 문화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스포테인먼트는 동시에 선수들에게 피로감을 줘 경기 집중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인력과 예산이 풍부한 인기 종목만 계속해서 성장하고 훈련과 경기 이외에 추가적인 활동이 힘든 비인기 종목은 성장 기회가 부족해진다. 이는 각종 콘텐츠의 발달과 이벤트의 일상화로 점차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는 스포테인먼트가 함께 성장하는 스포츠가 되기 위해 극복해 나가야 할 한계점이다.


김서연 기자 Ι tjdus5620@kyou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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