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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後] 이태원 Free;Dumb
  • 백민정
  • 등록 2020-11-10 10: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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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하면 떠오르는 감정은 ‘자유로움’이다. 가수 유브이(UV)가 부른 ‘이태원 프리덤(Freedom)’의 가사처럼 이태원은 찬란한 불빛과 젊음이 가득한 세상이다. 미군 부대 뒤편에서부터 남산까지 이어지는 이 거리는 글로벌한 대한민국의 랜드마크처럼 여겨지고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는 핼러윈을 즐기는 인파로 가득했다. 방역 당국의 모임 자제 당부와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여느 핼러윈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단속반의 점검 결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은 업소도 많았고 의무 설치 및 이용이 원칙인 전자출입명부를 설치하지 않거나 주방 내 조리 종사자조차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이날 이태원을 찾은 사람들은 “코로나 19가 걱정되긴 하지만 1년에 한 번뿐인 핼러윈을 즐기려고 방문했다”며 “마스크만 잘 쓰면 감염될 우려가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마스크 위에 분장하거나 분장을 보여주기 위해 마스크를 턱밑으로 내려쓴 사람도 많았다. 아예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대화를 하는 사람도 찾아볼 수 있었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런 문제가 비단 핼러윈 하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 이태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코로나 19가 창궐한지도 벌써 1년이 다 돼간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얼굴을 마주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해외여행을 가던 것이 벌써 1년 전이다. 우리는 언제쯤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1년 에 단 하루, 죽은 이들의 혼을 달래고 악령을 쫓는 데에서 유래한 이 축제가 전 세계적인 팬데믹의 종결보다 중요한가. 그 하루로 인해 우리는 또다시 소중한 사람을 잃을지도 모를 걱정 속에서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 한다. 힘을 모아야 하는 때에 홀로 “Freedom!”을 외치며 이태원을 활보하는 이기주의에, 자유보다는 ‘Free;Dumb’이 어울리지 않을까. 자유라는 핑계로 방종을 정당화하지 말라.

 

글·그림 백민정 기자│1009bmj@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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