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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로 쓰러지는 택배 기사들
  • 조승화
  • 등록 2020-11-10 09:3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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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19속 위기의 택배 기사
코로나 19가 창궐하면서 그 여파로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는 언택트 문화가 자리 잡았다. 그러나 언택트 문화로 인해 늘어난 택배 이용량 증가로 다수의 택배 기사들이 과로로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본지에서는 코로나 19 속 택배 기사들의 열악한 상황에 대해 다뤄봤다.

 

코로나 19속 택배 기사들의 현실

 

 지난달 8일 오후 7시 30분쯤 CJ 대한통운 소속 택배 기사 김 씨는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증세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김 씨는 매일 12시간 넘게 근무하면서 하루 평균 약 400건의 물량을 배송했다. 그리고 불과 4일이 지나 한진택배 소속 30대 택배 기사가 숨졌다. 해당 기사는 ‘너무 힘들다’며 ‘일부 물량을 안 받으면 안 되겠냐’는 내용의 문자를 남긴 뒤 사망했다. 이들을 포함해 올해에만 15명의 택배 기사가 사망했고, 그중 대다수는 심야 배송과 장시간 노동 등으로 인한 과로사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택배 기사들의 사망의 원인으로는 택배 물량 증가가 꼽히고 있다. 하루에 처리되는 물량은 평균 4~500개인데 코로나 19 발생 이후 물량이 평소보다 30% 이상 늘어났다. 게다가 주 평균 노동시간은 약 71시간으로 이미 과로사 인정 기준을 초과한 상황에서 새벽 배송, 총알 배송 등으로 심야 작업을 강요받고 있다. 노동시간의 절반은 분류작업이지만 수수료가 붙지 않아 평균 7시간 이상을 무보수로 일하며 배송 단가는 업체 간 경쟁으로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인력이 투입됐음에도 여전히 택배 기사들은 열악한 상황에 내몰려 과로로 쓰러지고 있다.

 

택배 기사들에게 내려진 동아줄

 

 이런 상황 속에서 택배 업체들은 연이어 사과문을 발표했다. 지난 22일 업계 1위 기업인 CJ 대한통운의 사과문 발표를 시작으로 롯데, 한진 등의 택배사들도 사과문을 발표하고 지원 및 대책안을 내놓았다. 택배사들이 내놓은 대책은 주로 △분류지원 인력 투입 △산재보험 가입 및 건강검진 지원 △심야 배송 업무 전면 중단 등으로, 해당 대책들로 작업 강도를 완화해 택배 기사들의 과로사를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과로사 대책뿐만 아니라 동시에 근무 환경 개선도 약속했는데, 쿠팡은 택배 수요가 증가하자 지난달 30일 택배 사업자 자격 재취득 신청서를 제출해 택배 기사들의 근로 조건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역시 대응에 나섰는데, 고용노동부는 주요 터미널 40개소와 대리점 400개소를 대상으로 긴급점검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관계기관의 주도로 택배 기사들의 과로 여부와 산재보험제외 신청 대필 의혹 등이 집중적으로 점검되고 있다. 더불어 지난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생활 물 류 서비스산업발전법안(이하 택배법)’의 시행도 추진되고 있다. 택배법은 △산업재해 보험 가입 확대 △백마진 지급·수취 금지 △표준계약서 보급 등의 택배 기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택배법의 내용이 거의 다 조정됐다”며 “이번 회기 내 에 처리하겠다”고 밝히며 법안 처리에 의지를 내보였다.

 

당사자들의 냉랭한 반응

 

 그러나 이러한 택배사들과 정부의 대책에 택배 기사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4월과 9월에 정부가 발표한 ‘택배 종사자 보호조치 권고사항’이 실제로 이행되지 않았고 작년에 발의된 택배법이 공청회 개최 시기를 두고 여야 국회의원들의 논쟁 끝에 20대 국회의 임기 만료로 폐기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택배 노조들은 백마진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조적인 해법과 함께 이를 위한 택배법의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택배사들의 대응에도 택배 노조들은 아쉬움을 표했다. 분류작업에 대한 인력 지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이뿐만 아니라 △산재보험 의무 가입 △배송 수수료 인상 △고용 보장 및 일방적 구역조정 중단 등의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분류작업 지원 인력 비용도 택배 기사들이 떠안을 가능성이 있으며 노동강도를 줄이기 위한 현장 복지의 필요성도 지적했다.

 

조승화 기자│tmdghk0301@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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