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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위에 오른 웹툰 검열
  • 윤태경
  • 등록 2020-10-30 14:3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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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열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최근 네이버 웹툰에는 여성 혐오가 논란이 되자 모든 내용이 검열된 상태로 업로드 되고 있다.
만화가 잘리는 등의 검열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창작의 자유가 침해받는 것이 아니냐는 반대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이러한 웹툰 검열 논란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웹툰 검열 화두

 

  최근 기안84가 연재하고 있는 <복학왕>은 여성 혐오 논란 에 휩싸였다. 여성 등장인물은 업무 능력이 없음에도 20살 연 상 남자 상사와의 성관계를 통해서 취직이 되는 상황이 담긴 것이다. 이와 같은 여성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내용으로 논란 이 된 것은 기안84만이 아니다. 삭이 연재하는 <헬퍼2: 킬베 로스>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적 대상화 △여성 캐릭터 대 상 성폭력과 폭력 △강간 희화화 △성폭행 당한 여대생을 ‘더 러운 년’으로 부르는 등의 여성혐오적 대사가 논란이 됐다. 이렇듯 복학왕과 헬퍼는 여성을 비하하는 인식과 편견, 직장 내 성폭력이 연상되는 설정을 이용했고 이를 희화화하는 것으로 읽히는 내용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에 따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복학왕’ 연재를 중 지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동의한 사람은 10만 명을 넘어 섰다. 또한 헬퍼에 대해서는 트위터에서 ‘#웹툰내_여성혐오 를_멈춰달라’는 해시태그 운동과 함께 이를 규탄하는 움직임이 번졌다.

 

 논란과 검열으로 얼룩진 웹툰계

 

  이에 기안84는 지난 13일 복학왕 304화에서 “작품에서의 부적절한 묘사로 다시금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고, 삭 역시 지난 14일 사과문을 내고 당분간 연재를 쉬겠다고 밝혔다. 그는 “표현 수위에 있어 만화 쪽이 다소 엄격한 점이 아쉬워 표현의 범위를 확장하고자 노력해왔는데, 역효과를 낳은 것 같아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전문가들은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작가들의 관성 뿐만 아니라 인기를 노린 무리한 설정이 원인이라고 지적한 다. 서찬휘 만화칼럼니스트는 “최근 독자의 성인지 감수성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여성 혐오 표현에 대한 문제 제기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로 눈길을 끌려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에 네이버 웹툰에서는 “앞으로 중요하고 민감한 소재 표현에 있어 더욱 주의 깊게 보고 작가들과 더 긴밀히 소통하고 작업에 신중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논란 이후 네이버는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인 부분을 삭제하고 모자이크를 하는 등 가이드라인을 재정비하고 모니터링 기준을 새롭게 적용하는 보안책을 마련했다.

 

 창작의 자유와 표현의 갈림길

 

  현재 과도하게 선정적이거나 필요 이상으로 잔혹 한 장면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연재 중단 요구 등에는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웹툰 협회는 지난 달 24일 작가에 대한 비판은 받아들이지만 퇴출이나 연재중단 요구는 ‘파시즘’이라는 입장을 냈다. 웹툰 협회는 “작가의 창작과 작품을 물리적으로 강제하려는 행위는 전체주의로 해석하는 파시스트들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작가를 일정한 틀에 가두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를 경계하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주호민 작가는 “문제 제기가 두려워서 작가가 원하는 바를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고 ‘자기 검열’에 빠지는 것은 군사독재 시절로의 회귀와 다를 바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연재 중단 요구 등의 움직임에 반대하는 측은 이러한 논란 을 ‘검열’로 규정하며 긴기간 동안 투쟁해서 쟁취한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작가 가 스스로의 생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다른이의 틀에 맞추다 보면 창작의 의지가 꺾이고 궁극적으로는 천편일률적인 콘텐츠가 양산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작가의 자유로 운 표현을 보장해주고 독자들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윤태경 기자│tksky1123@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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