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대학의 미래, 사이버 유니버시티(Cyber University)를 준비하자
  • 편집국
  • 등록 2020-10-26 09:29:49
기사수정

 

 우리가 감지하지 못한 사이에 우리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환경이 변하고, 우리가 만든 것들에 의해서 이러한 세상이 시작되고 있었음이 약여하다. 일단 지식체계의 흡수 방식이 달라지고 있으며, 공교육의 몰락이 서서히 이루어지 있다. 반면, 디지털 플랫폼 안의 지식은 넘쳐난다. 결국 신뢰할 만한 고농도의 정보는 아닐지라도 지식이 지식인들의 전유물이었던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걱정해야 할 것은 디지털 플랫폼의 지식체계에 대한 미래적 전망이 축복이 될지, 아니면 저주가 될지 전혀 그 끝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듯 무한확대 되는 이 놀라운 미래에서 대학의 존재 여부 또한 불투명해졌다.

모 학회의 발표회가 끝나고 모인 자리에서 어느 나라이건 간에 앞으로 대학은 하나의 대학으로 통일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그 대학 이름을 사이버 유니버시티(Cyber University)’라고 할 수도 있겠다고 판단하였다. 이 대학의 구상은 우리를 암울하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낙관적 전망을 갖는 계기를 주기도 한다. 이를 약칭하여 사이버시티(Cy-versity)’라고 하자, 미래의 가능성이 열리게 될 수 있다는 안도감이 들기 시작하였다. 유튜브와 같은 매체를 통해서 학술발표를 송출하면서 이 플랫폼을 이용하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셈이다. 문제는 선량한 최고급 지식과 불량한 최저질 지식이 양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매자가 결정하는 양방향 체계 속에서 무엇이 살아남을지 결과가 확실하다.

사이버시티를 운용하게 된다면, 현재의 대학체계가 무너져 내릴지, 반대로 더욱 새로운 체계로 거듭날 것인지 문제의 속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지금의 시국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재앙적 요소들이 존재한다. 저출산으로 인한 교육인구 감소,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 디지털 플랫폼으로 만나는 새로운 교육 환경 등이 문제의 소인이자 극복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합산하게 되면 교육 전문기관인 학교조차 없어지는 사회가 도래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데 이러한 예언과 분석은 이미 1970년대 무렵에 대두되었다. 이반 일리히(Ivan Illich)가 제안한 교육망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문제의 진단과 핵심적 주장을 정리하면 이렇다. 학교를 통해서는 보편적 교육을 실현할 수 없으며, 어떠한 대안교육도 부당하다고 하는 것이 요체이다. 교육내용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것보다 개개인의 모든 순간을 공부하고, 나누고, 돕는 행위가 실현되도록 교육망을 개선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처럼 사회의 학교화를 주장하고 학교 없는 사회(Deschooling Society)’를 말한 바 있다. 터무니없는 주장이 아니다. 사이버시티의 실현이 가중되면서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자발적 참여의 틀이 마련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언제든 이러한 문제의 형태를 고려하고 새로운 방안을 고안해야 한다.

현재의 대학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강의와 연구가 고착되어 있으며, 기존의 체계가 이를 고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학생들의 창발적인 사고를 돕는 교수의 존재가 위협적인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러한 현실이 아주 절망적인 것은 아니다. 소규모의 그룹으로 연구와 창조, 교육과 실행 등을 함께 하는 하나의 동아리를 가상하게 되면 해결 방안이 마련된다. 교수가 연구방식에 대한 모범을 보이고, 학생과의 토론을 통해 차례를 정하면서 연구와 교육의 질을 모색하는 것이 최선의 방식이 될 것이다. 매학기 다른 강의를 하면서 동영상을 송출하는 것도 적극적인 타개 방안이다. 한번 촬영한 강의 영상을 반복시키지 않고, 이를 새롭게 찍고 편집하여 올리면 교수자와 참여 학생들의 참신함이 지식사회를 선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이버시티에서는 소규모의 동아리와 같은 전공 모임을 선도할 수 있는 많은 교수자가 필요하고, 이를 전담하게 될 조직도 비대하게 성장하면서 급증할 수 있다. 그러나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서도 이를 완수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좋아요나빠요만으로 가를 수 없는 깊은 고민과 성찰이 있어야 한다. 근거와 논리, 주장과 반례 등을 고찰하면서 우리는 현재의 제도 속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강구해야만 한다. 사이버시티 속에서는 이다가 아니다의 첨예한 갈등과 시비를 극복하고, ‘이면서가 아니다라는 다양한 논리적 공존이 이룩되어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사이버시티의 충실한 콘텐츠는 무한한 확대와 한정의 적절한 조화로 작동되어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