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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자의 눈을 가리는 확증편향
  • 김현빈
  • 등록 2020-10-26 08:56:38
  • 수정 2020-10-26 09: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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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말은 모두가 익히 들어 알 것이다. 글에서 나오는 막대한 힘과 영향력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말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주관적인 세태 평가에 극도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사로 대중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기자라는 직업은 자신의 글에 책임을 져야 하기에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또한 기자는 정보 전달이라는 과업에 있어서 어느 정보를 선택할지에 대한 고민을 필연적으로 해야 한다. 전달에 앞서 정보를 선별하는 과정은 기사 작성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중요하며, 선택의 결과는 글의 책임과 직결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흔히 정보의 편파적 취사선택이 일어나곤 한다. 기자 본인도 이와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18~19면 문화메인에서 반려동물 관련 기사 작성 중 과거보다 엄격해진 규제와 동물 산업의 발전 양상만을 보고 반려동물 문화 확산의 이면을 보지 못했다. 지자체에서 홍보하는 긍정적인 분위기의 행사와 캠페인을 통해 과거처럼 불법 유기나 열악한 보호소의 환경 등 반려동물 문화의 부정적인 측면들이 더는 없으리라 지레 짐작 한 것이다. 세간에서 흔히 일컫는 이른바 확증편향이 일어난 것이다.

 

이후 지자체에서의 보호소 감소 추세와 불결한 위생 상태 등에 관한 정보를 접해도 처음 뇌리에 각인됐던 관념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올바른 기사 작성을 위해 다시 정보를 선택하고 수집하는 등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미 뱉은 말과 생각이니 그게 옳아야 하며, 이후 다양한 반증들이 나온다 한들 웬만해서는 처음 내뱉은 언행을 뒤집을 용기를 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숙고된 사유 없이 나온 말이나 글로 자신과의, 혹은 타인과의 언쟁이 일어나면 불안정한 감정이 씌워지고 이후 감정이 사유를 압도하게 된다. 이후 충분한 숙고의 시간을 거치지 않은 결과물들이 격문 형태로 나타나며 이는 곧 궤변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확증편향의 말로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정보의 편파적 취사선택이 일어나기 때문에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기자는 정보 선택 과정에 충분한 숙고의 시간을 들인 뒤 검증된 사실을 기반으로 기사 작성에 임해야 한다.

 

김현빈 기자hyeonbin2246@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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