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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 한가위에 생각한다
  • 편집국
  • 등록 2020-09-28 10: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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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이다. 2020년 현재 도시의 제국에서 무의미해지고 빛이 바랜 추석은 하지만 우리를 결집시킨 세시풍속이었다. 추석만큼 우리 민족을 들뜨게 한 것도 없었으며, 민족의 대이동이라고 말하는 것은 공연한 허튼소리가 아니었다. 이제 전통이 퇴화되고 있다. 그렇지만 추석은 한중일 삼국의 동아시아문명권이 만들어낸 것이면서 한국의 독자적인 창안이 깃들어 있는 전통 명절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음력을 공유하면서 추석을 우리 고유의 명절로 만든 것은 분명히 우리네 조상들이었다.

추석은 중추절, 한가위 등이라고 달리 이르는데, 더욱 긴요한 말이 한가위이다. 추석을 보통 한가위라고 하며, 한가위는 신라시대의 가배(嘉俳)에서 비롯되었다. 한가위는 크다는 말인 한과 가운데라는 말인 가배가 변화해서 이루어진 우리 고유어이다. 한가위는 한 가운데인데 달이 가장 큰 절기를 이르고, 풍성한 곡식을 거두는 풍요의 상징이다. 절기가 오면 절식을 먹고 절기를 즐기는 놀이를 하면서 이를 기념하였다. 송편을 빚고, 둥근 보름달을 바라보면서 강강수월래를 하고, 수숫대를 꺾어서 거북으로 꾸미고 거북놀이를 하는 것은 대표적인 음식이자 놀이인 셈이다. 이 전통이 얼마나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한가위는 가족을 결속하고, 동네를 들썩이게 하면서 나라를 움직이는 이상한 힘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행사는 코로나19의 정황 상 더 이상 이어질 수 없게 되었다. 금년에 이 사태가 마무리될지 장차 더 이어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공동체의 이상이나 결속을 다질 수 없는 시점에서 탄식하고 좌절하는 것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아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답은 명확하게 나와 있다. 그것은 내적 성찰과 내적 공동체의 이상을 생각하면서 다음 단계를 준비하여야 한다는 전언이다.

추석 한가위라는 팔월 대보름달이 뜨는 날, 곧 시쳇말로 슈퍼문이 뜨는 때에 책을 읽고 인생의 설계를 다시 하면서 미래를 향한 진지한 모색을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는가? 진리를 멀리서 구하지 않고, 스스로 찾으면서 나의 내면에서 우러나는 빛과 목소리를 더듬어서 탐구하는 것이 진정한 방법일 수 있다. 바이러스가 궤멸시킨 인간의 여러 물신들을 멀리하고, 이미 바이러스가 잠식한 것이기는 하지만, 점보제트기를 타고 멀리 날아가 연휴 휴가를 즐기던 것을 반성하면서 자신의 삶에서 찾아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의 행복은 휴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면에서 잠자고 있는 어떤 것이므로 행복의 효소를 찾고 나를 다시 뜨겁게 달굴 책을 열고 미래를 열어야 할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다시 회복해야 할 내면적 공동체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다시 필요한 지점에 서게 되었다. 우리를 질병의 위협으로부터 지켜내고 병든 이를 치료하는 이들, 우리의 욕망을 가시화하여 전달하는 물류 실행자들, 고통 속에서 나나를 보내고 있을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자비의 마음과 이를 실천함이 가장 긴요하다.

차등의 세상에서 드러나는 우리의 위협 소인을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인물, 신분, 현우, 빈부, 남녀 등의 차등을 불식하고 이들이 근본적으로 하나가 되는 대등한 세상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류의 재앙은 이 다섯 가지일 수 있다. 세계 전체 인류사의 국면에서 이처럼 우리를 차등하게 했던 것은 없었다. 인물은 인간과 자연의 차등이고, 신분은 지체로 신분제의 문제이고, 현우는 알고 모르는 지식과 무지의 문제이고, 빈부는 유산자와 무산자의 문제이고, 남녀는 성적 차등에 의한 군림의 문제이다. 현재의 코비드19의 시국은 종간전파의 증후로 구체화된 인간과 자연의 갈등이 심각하게 제기된 결과이다.

하늘의 둥근 보름달을 보면서 여성들이 넓은 마당에 모여서 노래를 부르면서 손을 잡고 강강수월래를 한 전통은 인물의 차등을 극복하는 여성들의 신명나는 놀이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하던 것은 우주적 자연 질서를 지상에 실현한 조상들의 참뜻이었다. 자연을 존중하고 순종하면서 이를 놀이로 승화한 소박함에 인류의 다음 단계 미래가 있음을 직시해야만 한다. 그것이 팔월 한가위에서 터득한 슬기이다. 전통은 이어지면서 변화하는 것이지만 이를 새롭게 극복하면서 창조하는 혁신으로 대등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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